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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무소유 - 삶의 향기

by jisungStory 2020.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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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Adam Birkett  on  Unsplash

무소유 

삶의 향기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향기가 있습니다. 그 향기는 스스로는 맡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들킵니다. 짧은 순간은 그 향기를 지울 수도 있겠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본연의 향기는 피어 올라 보이지 않는 관계의 공간을 메웁니다. 자신의 삶을 잘 가꾸어 온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향기가 날 겁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악취가 피어 올라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그 향기는 시간에 따라 켜켜이 쌓여 만들어 지기에 깨닫기 쉽지 않습니다. 

무소유

 법정스님의 책은 오래전에 출판되어 제가 그 책의 존재를 알았을때는 이미 절판된 상태였습니다.  구할 수 없는 책을 한두 번 만난 것도 아니었기에 내용이 궁금하긴 했지만 그냥 잊고 지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법정스님께서 입적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번 더 그 책을 구하려고 마음먹었지만 가치는 이전보다 더해져 더 구할 수 없는 책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잊고 지냈던 그 책을 부산의 보수동 책방 골목을 지나다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낡디 낡은 표지에 담담하게 ‘무소유’ 세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 책을 읽는데 이십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이십 년 전의 제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 책 속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의 제가 이 책을 만나게 된 것도 어쩌면 인연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준비가 되었을 때 제 눈앞에 나타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만날 거라 생각지도 않았던 보수동 책방 길에서 법정스님을 다시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저는 수 많은 물건 속에 쌓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책상 위에는 컴퓨터와 모니터와 간식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책 욕심이 많은 저는 다 읽어 내지도 못할 만큼의 책을 매번 사고 또 후회를 합니다. 최근에는 블로그에 독후감을 쓰면서 겨우 읽어내고는 있지만 사실 그 읽어 낸다는 것도 그저 읽을 뿐 책의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든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채우고자 계속해서 읽고 쓰기를 반복할 따름입니다. 

 단언 컨데 책을 읽는 다고 해서 지혜가 채워지지 않습니다. 지식과 지혜는 달라서 많이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지혜로워지지는 않습니다. 그 앎이라는 것도 사용하지 않으면 길거리에 나뒹구는 돌덩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 책들을 방에 켜켜이 쌓아둔 저 같은 중생을 스님께서 보셨다면 따끔하게 야단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 말씀도 아까워 외면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스님의 핵심 철학은 ‘무소유’ 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물질 적인 것에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삶, 그 감정에 있어서도 한걸음 물러선 자세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도 ‘오해’ 일뿐입니다. 사람은 온전히 타인을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증오’한다고 말하는 것도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사건의 모습만 바라 보고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몇편 되지 않는 짧은 수필 글 속에 스님의 향기가 배어납니다. 평생 아무것도 갖지 않고자 하셨던 스님의 실천 속에 철학이 묻어납니다.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은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자 하셨던 그분께서는 당신의 말씀이 담긴 책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시고 입적하셨습니다.  그 한걸음 한걸음이 제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많은 것이 잊혀 집니다. 아마도 ‘법정’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어 잊힐 겁니다. 당신께서 생전에 남긴 책도 점점 닳아 없어질 겁니다. 영원한 것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시간의 바람 속에 흩날릴 겁니다. 

 하지만 짧은 제 삶에 ‘무소유’의 향기가 짙게 배어나길 바랍니다. 그동안 나쁜 냄새만을 쌓아온 시간을 덜어내고 아름 다운 향기를 쌓아가야 하겠습니다. 

삶의 방향을 돌려놓은 ‘무소유’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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