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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유한계급론 - 인간사회의 신분제

by jisungStory 202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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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atteo Vistocco on Unsplash

 

유한 계급론

인간사회의 신분제

 

  왕조의 시대가 끝이난 한국에는 법에서 보장되는 귀족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안에서는 ‘자본’이 곧 계급이 됩니다. 저는 어리석은 편이어서 교과서에서 가르쳐 주는 내용을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 때에도 어렴풋이 그 계급을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제가 갖지 못했던 여유로운 태도를 자연스럽게 지니고 있던 친구들의 모습들이 기억 속에서 이 책을 읽는 동안 겹쳐 보이는 듯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도 ‘유한계급’의 사회 시스템은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이 책에서 제목으로 삼고 있는 ‘유한계급’은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소유한 재산으로 소비만 하는 계층을 말합니다. 저는 살면서 아직 그 분들을 만나 뵙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분들은 저 같은 서민이 만나기 조차 힘든 분들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이 사회 속에서 그분들의 역할과 생활양식 등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유한계급론



  현실을 맨눈으로 바라 보는 것은 불편합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들을 이 책에서는 날것 그대로 보여 주는 듯합니다. 날이 서 있는 문장들을 무심하게 던지는 저자가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근래 유행하는 말 중에 ‘팩트 폭행’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 때로는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상대방을 향한 아니 서민이라고 불리는 ‘유한계급’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없습니다. 아마 그 사회의 환경이 그런 표현의 자유를 부여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마 저자의 성향이 그러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 

 

훌륭한  하인의 첫 번째 필수 요건은 자신이 하인이라는 위치를 잘 알고 있음을 과시적으로 드러낸는 것이다. 
  유한계급론 P.68 

 

 이 책을 읽으면서 당했던 첫번째 ‘팩폭’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스스로 ‘하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하인’이라면 저는 어쩌면 평생 하인으로 살아왔던 게 아닌가 합니다.  제가 어떤 업을 일으켜 그 업을 통해 돈을 벌어 본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알고 있지만 문장으로 정리된 것을 만나면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은 참담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의 충성을 과잉해서 표현하는 행위는 회사를 다니면서 수 없이 반복했던 일이었습니다. 비록 마음이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정당화시켜 왔지만 사실 그것은 ‘하인’들의 특징이었습니다. 

 과거의 단어는 그 형태만 바뀌었을 뿐 의미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귀족에서 자본가로 유한계급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세상은 보이지 않는 계급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의 특징은 이런곳에서도 힘을 발휘합니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생물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는 존재이지만 사회의 시스템에 의해서 정해진 계급에 따라 행동합니다. 그리고 그런 생활양식이 당연한 것이며 그것을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깨닫는 순간 한없이 세상이 불편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불편한 현실은 또 한가지 있습니다.  과시적인 소비가 계급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명품 옷을 입고 자랑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건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한 명품들이 그 품질이나 쓸모와 관계없이 터무니없는 비싼 가격을 정해도 잘 팔리는 이유는 그 소비가 그 사회에서 계급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이들이 그 명품의 브랜드를 갖고 싶어 합니다. 

 이는 조선후기 신분 체계가 붕괴하던 모습과 비슷합니다. 양반계급이 몰락하면서 돈을 번 상민 계급이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상민 계급이 제일 먼저 했던 것은 양반들이 입는 옷을 사 입는 것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지체 높은 양반들의 옷을 갖춰 입음으로써 계급의 상승의 효과를 노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조선’이라는 국가의 사상적 체계의 기반을 세웠던 학자 계급을 ‘옷’이라는 물질적인 것으로 대체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시적 소비가 그 사회에서의 계급이 되는 것은 변하지 않는 흐름인 것 같습니다. 

경제 이론의 관점에서 살펴본 사회의 발전은 무엇인가. 그것은 “내적 관계와 외적 관계의 절충”에 거의 완벽하게 다가가려는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접근 과정이다. 
유한계급론  P. 190

 

 비단 경제이론의 분야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회 발전은 위의 문장과 같은 방식을 따르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조직은 외부의 환경과 내부의 목표 사이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런 끝나지 않는 노력은 소모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소모적이지만 끊임없이 앞으로 걸어 나가는 것 만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합니다. 

  책을 통해 얻은 냉정한 눈 그리고 그를 통해 바라본 차가운 세상은 변한듯 변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향한 불편한 진실 ‘유한계급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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