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공간을 관통하는 통찰
벌써 3년 전입니다. 독특한 TV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방송이었습니다. 각계의 지식인들과 여행을 하며 그 사이에 나누는 대화를 편집하여 보여주는 그간 보지 못했던 형식의 것이었습니다. 우선 평소에 만나 뵐 일이 없는 지식인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배울 것이 많아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을 통해 ‘유현준’이라는 인물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 같은 일반인이 건축가를 만날 일은 드뭅니다. 아파트가 주된 주거 환경이 되다 보니 집을 짓는다는 것은 ‘부자’가 되어야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이런 유명 건축가 와의 대화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그리고 그분이 쓴 책을 통해 간접적인 대화는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매우 기쁜 일입니다.
저는 통찰력 있는 사람을 좋아 합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셜록 홈스’처럼 뛰어난 통찰력으로 세상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환상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분의 별명도 ‘셜록’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건물만 보고 그 집주인의 성향을 파악해 내는 능력을 보고 제작진이 붙여준 별명이라고 합니다. 유튜브에도 이 분의 역량을 보여주는 영상이 있습니다. 한 분야에 대가가 되면 아마도 그런 통찰력을 갖게 되나 봅니다.
이 책은 이분의 통찰을 정리해 놓은 책입니다. 열다섯 가지 주제를 두고 저자는 그 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 보고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그 사회에서 존경받는 지식인으로서 바라본 세상은 어딘가 잘못되어 있고 고쳐야 할 점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건축이라는 창의성을 지향하는 업계에 일을 하며 만나게 되는 장애물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공간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세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고 매월 대출금을 갚는 것은 옛 선조가 자신의 식량을 아껴서 돼지를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P.235
당연하다고 여기고 살아 가는 것을 비유를 통해 명쾌하게 설명하는 것은 통찰력을 가진 이들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그런 명쾌한 이해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저는 좋아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그리고 그렇게 밖에 살 수 없는 일반인들의 삶을 이렇게 까지 잘 설명한 문장을 저는 아직 만나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때로는 현실을 맨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씁쓸하지만 삶은 어차피 쓴맛이니까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비단 ‘아파트’ 뿐만은 아닙니다. 저자가 건축 연구를 하고 현실과 부딛히며 겪은 그 분만의 통찰이 잘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확장도 함께 경험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세상과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많이 만나 두어 손해 볼 일은 아닙니다.
세상은 넓고 뛰어난 사람은 많습니다. 훌륭한 책을 읽고 부족한 글을 남기는 것 같아 안타까움 마음 뿐입니다. 공간을 바라보는 명쾌한 통찰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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