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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일리아스 - 아킬레우스의 분노

by jisungStory 2020.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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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Christo Anestev from Pixabay  

일리아스

아킬레우스의 분노

 

 서양문학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읽기에 부담스러운 책이기도 합니다. 청소년 추천 도서 같은 요약 버전을 읽어 본 적은 있습니다. 그 마저도 너무 오래전이라 그 전체의 맥락만 어느 정도 기억이 날 뿐입니다. 아마도 제 기억의 대부분은 영화에 의존하는 바가 큽니다. 영화 ‘트로이’에서 영상으로 만난 ‘일리아스’는 화려한 전투가 넘쳐 나는 블록버스터 영화였습니다. 

 대부분의 소설이나 극본은 영상을 뛰어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는 영화가 소설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영화에서의 장면들이 더욱 절제되고 다듬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약 이 원작 서사시를 영상으로 만든 다면 아마 극 사실주의 전쟁 영화가 탄생할 겁니다. 그만큼 이 서사시의 표현은 직접적이고 마치 그 전장을 보는 것 같은 생동감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동감 있는 고전을 한글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이 시대에 태어난 축복이 아닐까 합니다. 오랜 시간 서양의 문학과 언어를 연구해오신 분들의 노력을 통해 저는 번역되어 있는 책을 손쉽게 구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언어를 안다고 해서 원전을 번역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이 아스’라고 해서 한 편의 소설 정도의  분량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위용을 보면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웬만한 대하소설을 뛰어넘을 만큼의 내용과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고대 언어로 씌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번역해 주신 ‘천병희’님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일리아스



 이 책을 읽기는 했지만 그 감상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는 막막합니다. 이 서사시 안에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크게는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 군입니다. 그 안에서도 수많은 계파가 나뉩니다. 소규모 전투 속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도 많이 등장합니다. 읽다 보면 등장인물을 일일이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입니다. 호메로스 할아버지는 왜 이렇게 까지 많은 등장인물들을 등장시켰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호메로스 할아버지는 이 ‘일리아스’를 외워서 사람들 앞에 낭송하셨던 분입니다. 이 전체 내용을 외워서 사람들 앞에서 노래로 들려준다는 것 자체가 놀랍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이 그 문화를 즐기고 좋아했다고 하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내용들을 외우기 위해서는 등장인물을 하나라도 줄이는 것이 유리했을 것입니다. 한번 등장에 창을 맞고 전사하신 분의 이름까지 언급하는 것은 어쩌면 무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수 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원본 ‘일리아스’에는 전투에서 전사한 많은 이들의 이름이 이야기의 맥락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많이 등장합니다. 어쩌면 그 옛날에는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읽어 나가면서 저 나름대로 그 노력을 이해 보려 했습니다. 

 전쟁은 아름다운 서시 시로 노래해도 잔인한 것입니다. 저는 직접적으로 그리스 인들의 무기들을 눈으로 본 적은 없습니다. 제가 본 것 중에 그리스의 무기에 가장 가까운 것은 고 ‘손기정’옹 께서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함께 선물로 받아 오신 그리스 투구 가 전부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였는지 학교의 수학여행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박물관의 어느 한편에 그 투구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투구는 매우 작았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쓰기에도 작아 보였습니다. 아마도 그 투구를 쓴 사람은 초등학생이었던 저보다 체구가 작은 사람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작은 사람은 생과 사가 갈라지는 전장에 서 있었을 것입니다. 

 원전의 시작은 매우 신선합니다. 주인공인 ‘아킬레우스’와 이 전쟁을 일으킨 ‘메넬라오스’가 싸우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싸우는 내용도 매우 유치합니다. 전리품을 두고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 중에 전리품으로 싸우고 있다는 것이 어이없기도 하고 생떼를 쓰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 더욱 어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헤라가 불러일으켰다고 믿고 싶은 분노의 감정을 ‘아킬레우스’는 품게 됩니다. 호메로스 할아버지는 그 생떼를 쓰는 듯한 왕에게 분노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그 생과 사를 나누는 전장에서 비명에 죽은 수많은 어린 병사들의 이름을 최대한 많이 기억하고 기록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 시절에도 전쟁은 권력자의 욕심으로 시작해 시민들의 죽음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고전은 살아남은 책이라고 합니다. ‘일리아스’는 적어도 수천 년은 살아남은 책입니다.  ‘일리아스’는 아마도 인류문명과  계속해서 함께할 작품이 될 것입니다. 그런 역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이 매력적인 서사시가 전하는 이야기의 힘은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서는 아직도 그리스 군과 트로이 군이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수많은 영웅들이 그 전쟁터에서 창과 칼로써 서사시를 빚어내고 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은 무섭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관련된 소설과 영화를 만들고 대중들은 그것을 소비합니다. 특히 오래된 전쟁은 많은 부분이 상상력으로 매워지기 때문에 더욱 각색되고 포장되어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합니다.  그 안에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을 건드리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와 상황들이 아마도 인간 안에 들어 있는 본능적인 무언가를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단순한 자극을 넘어 그 안에 철학을 담아내는 것이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합니다. 

 번역되고 요약된 이야기보다 원전에 가까운 작품이 더욱 재미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용이 많아 읽기에 오래 걸리고 현재의 어법과 차이가 있어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펼칠 때마다 트로이의 전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생생한 표현과 함께 읽고 나서 머릿속을 맴도는 여운은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소설들보다 강력했습니다.  

인류 문명의 고전 '일리아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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