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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거꾸로 읽는 세계사 - 한번에 톺아 보는 역사

by jisungStory 2020.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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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ilos Prelevic  on  Unsplash

거꾸로 읽는 세계사 

한 번에 톺아 보는 역사

 

 저에게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도서관과 중고 서점입니다. 도서관은 좋은 책들을 무료로 둘러볼 수 있는 좋은 시설입니다. 여유를 가지고 서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보물 같은 책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중고 서점은  절판된 책이나 구하기 힘든 책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 중고서점 나들이는 자제해 왔습니다. 자칫 영업하는 곳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조금 커서 잠시 생긴 틈에 중고서점을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절판되어 읽어 보지 못했던 책과 너무 비싸서 벼르고 벼르고 있었던 책을 몇 권 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날 제가 한 지출 중에 가장 큰 것은 책이었습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작가 유시민’을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책입니다. 정치인 유시민에서 작가로 전업하는 발판이 되어준 책이기도 합니다.  저는 글쓰기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이 ‘유시민의 글쓰기 강의’였습니다. 그 책이 인연이 되어서 인지 그 이후로도 저자의 책을 꾸준히 구해서 읽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책을 알게 됐을 때는 이미 절판되어 구하지 못하는 책이 되어 있었습니다. 베스트셀러로 상당히 잘 팔렸던 책으로 알고 있는데 절판되었다는 게 조금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읽어야 할 책은 많았고 제 장바구니 위시리스트 일 번으로 저장된 채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랬던 그 책을 부산의 어느 중고 서점에서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보물과 같은 책을 반값에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리고 책을 단숨에 읽어 내었습니다. 이때부터 이미 ‘유시민 스타일’이 어느 정도 정립이 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하여 독자가 지루하기 전에 전개해 나가는 속도감과 그 와중에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명쾌함은 책을 읽는 흐름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무거운 마음만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숲 안에서는 숲의 형태를 가늠하기 힘듭니다. 마찬가지로 현재를 살고 있는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현재를 바라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뛰어난 통찰을 가진 많은 이들의 말을 통해 어느 정도의 흐름을 가늠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과거의 경험을 통해 예측을 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훌륭하게 미래의 맥락을 예측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이 생깁니다. 그분들이 현재의 현상을 예측하는데 가장 많이 활용하는 지식은 과거의 역사입니다. 직접 겪었거나 자료를 통해 접한 지난 시간의 사건들을 각자의 방법을 통해 가공하여 현재를 해석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는 과거의 어떤 사건들을 통해서 만들어 졌을까요? 제가 배운 역사 지식은 고등학교 ‘국사’에서 배운 것으로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 이후에 대학과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다양한 책을 읽었지만 다양한 조각을 모았을 뿐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가진 조각들의 전체 그림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 조각들을 통해서 수집할 수 있는 통일되는 철학이 필요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역사관’이라고 부릅니다. 

 ‘유시민 작가’의 사관은 시민의 사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승자의 것입니다. 기록이 되는 것은 언제나 당대의 권력을 쥔자들의 입장에서 서술됩니다. 하지만 모든 사건에 한쪽의 이야기만 들어서는 그 그림을 전부 그려낼 수 없습니다. 그 다른 부분의 이야기도 듣고 사건의 전후 맥락을 파악해 보아야 합니다. 이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그동안 많은 이들이 알고 있던 승리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역사가 아닌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역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드레퓌스 사건’입니다. 프랑스의 장교이지만 유태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오해를 받고 상관들의 잘못된 판단을 숨기기 위해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분입니다. 양심 있는 사람들의 고백을 억누르고 진실을 숨기려고 했지만 수많은 지식인들의 노력과 시민들의 분노는 결국 진실을 밝혀내었습니다. 이 사건은 아주 익숙합니다. 근현대사 속에서 반복되었던 수많은 왜곡된 진실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일들은 그때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경험은 바보에게도 가장 좋은 학교이고 필요는 발명을 낳는 법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p.141

 이 책에서 ‘대공황’을 설명하면서 등장한 문장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문장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더디게 성장하는 것이 인류 역사의 흐름입니다. 그 시행착오 속에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한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 걸음걸음 속에 시민들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역사 속 사건들을 읽어 나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현실의 민낯을 바라보는 것은 무거운 마음을 남겼습니다. 

 예전 은사님께서 수업중에 하신 말씀이 기억났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준비하고 보통 사람은 사건을 겪고 수정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사건을 겪고도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저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오랫동안 살았습니다. 저의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있음에도 게으름 때문에 그것을 고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역사의 큰 흐름을 일반의 소시민인 제가 어떻게 거스르거나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 안에서 맥락을 읽어 내는 것조차 힘에 겹습니다. 하지만 이런 역사의 시행착오를 통해 제 삶 속에서 조금이라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면 그 보다 더 보람 있는 책 읽기는 없을 것입니다. 

   한번 읽고 그 내용들을 이해했지만 다시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책이 있습니다. 그런 책들은 다시 읽을 때마다 다른 의미를 만나게 됩니다.  몇 번이나 이 책을 다시 읽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난 것 같아 기쁜 책 읽기였습니다. 

  반항적 지식인의 역사관을 읽을 수 있었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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