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isung's 책읽기/인문학

진보와 빈곤 - 가난에 대한 통찰

by jisungStory 2019. 10. 18.
반응형

 Image by  晨 朱  from  Pixabay

진보와 빈곤

가난에 대한 통찰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는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하루 만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읽기 꺼려졌던 첫 번째 이유는 600 페이지가 넘는 양에 있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쉽지 않은 주제이기에 읽으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할 것처럼 그 위용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저자인 헨리 조지는 자칫 어렵고 진부 해질 수 있는 내용을 하나하나 논증해가면 그 글 안에서 긴장감을 잃지 않게 잘 전개해 놓았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2장 용어 정리에서 부터 였습니다. 어려운 주제의 책이 잘 이해되지 않는 이유는 그 용어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영어 단어를 모르면 영어를 이해할 수 없듯이 한국어로 써져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 안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결코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이 책에서 사용할 용어들을 하나하나 정의하고 있습니다. 

 

진보와 빈곤

'토지' 라는 용어는 단지 물이나 공기와 구별되는 지구 표면만이 아니라 인간 이외의 물질적 우주 전체를 의미한다. 

 '노동'이라는 용어는 모든 인적 노력을 포함한다. 

 '자본'은 부의 일부분이며, 부 중에서 생산을 지원하는 데 배정되는 부만을 의미한다. 

 진보와 빈곤   p.59 11번째 줄부터 

 

 회사원으로 살면서 매일 같이 노동을 제공하고 그 노동의 댓가로 월급을 받고 있지만 그 정의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일을 하니까 돈을 주는 거겠지’라고 막연한 생각으로 일을 했지  그 노동의 가치에 대한 것, 부와 자본의 차이, 그리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토지에 대한 의미까지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의미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논증해나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실제 있었던 예를 들기도 하고 비유를 통해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도 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개념들을 논증하고 그에 대한 예를 들기 위해서 아마 이렇게 책이 두꺼워졌나 봅니다. 

 책이 두꺼워 졌다고 해서 읽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문장이 대부분 단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번역도 잘되어 있어서 그런지 그 내용을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역자의 글에서 이 책 전체를 단 몇 문장으로 요약해 줍니다. 이렇게 친절하게 번역되어 있는 책을 이전에 만나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두껍고 어려운 책이지만 읽으면서 문장을 통해 통쾌함을 느낀 것은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읽을 때 이후로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왜 세상은 발전하고 있지만 빈곤은 퇴치 되지 않는가? 라는 의문에 대한 답입니다. 저는 처음 들어본 맬서스 이론을 반론하는 것부터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유도해내는 것이 시작됩니다. 생산량보다 인구 증가율이 높기 때문에 인류는 빈곤에서 벗어 날 수 없다는 이 이론의 반증하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원인을 제시합니다. 

 생산력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겨우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최저액에 머무는 이유는, 생산력 향상과 더불어 지대가 더 큰 비율로 상승함으로써 임금이 낮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진보와 빈곤  p.291 6번째줄

 

 일전에 읽었던 공산당 선언에서 내용에 있어 허망함을 느낀 것은 그 선언에 대한 빈약한 근거와 분량 때문이었습니다. 저에게 공산당 선언은 결론을 알고있는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니면 반전 영화의 결말을 알고 보는 것 같은 시시함이 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역사를 통해 일당 독재 체제하의 나라들의 어떻게 몰락해 가는지를 너무나 분명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젊은 마르크스의 주장에서 패기는 느껴지지만 현실감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저자의 탄탄한 논증을 바탕으로 그 주장에 대한 힘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이 책이 저술된 1880년 이후로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기에 현장감도 함께 문장을 통해 다가 옵니다. 

 우리는 현재 자본주의의 끝에 서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20세기 내내 한국은 경제발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지금의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그런 경제발전의 빛과 함께 드리워졌던 빈부격차의 그림자와 각종 사회 문제들이 이제 우리의 발전을 가로막고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 해결이 앞으로 100년의 한국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모든 책은 그 한 개인 혹은 집단의 생각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입니다. 어린 시절 갖고 있던 환상 중에 하나가 책 속에 진리가 있을 거라는 것입니다. 현재의 복잡한 문제들을 책을 읽기만 하면 해결될 거라는 환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에 집착했었고 덕분에 다양한 많은 책을 읽을 수는 있었지만 책 속에는 결코 진리가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책 속에는 저자의 경험과 지식이 들어 있을 뿐 지금 처한 나의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책은 결국 세상의 하나의 단면을 보여줄 뿐입니다. 책이 쓰여진 시점에서 부터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화합니다. 결국 책의 내용은 과거의 것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이 책도 마찬 가지입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해결책이 꼭 이 현실에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에 대한 통찰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겁니다. 어떤 이들은 직관에 의지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역사적 사례를 모으기도 합니다. 저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논증을 통한 이해가 아닌가 합니다. 논증을 통해서 연역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이해가 쉬울 뿐 아니라 간단명료해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이 명료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그 안에 논증의 오류도 있을 수 있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그 당대의 시대정신에 맞게 논증된 내용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단단한 논증의 위에 세워진 주장 또한 그만한 위상을 갖게 됩니다. 

 사실 이 책은 제가 글쓰기 공부를 하기 위해 고른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한 장 한 장을 읽어 나갈 때마다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쉽게 읽혀나갈 뿐 아니라 그 논리의 전개 방식의 탁월함에 배울 점이 넘쳐나는 책이었습니다. 혹여 어떤 이가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려 한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 1순위가 이 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논리적인 글쓰기와 가난에 대한 통찰을 배울 수 있는 책 ‘진보와 빈곤’이었습니다.

2019/08/14 - [하루 책읽기/하루 실용서]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2 - 숙제의 시작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2 - 숙제의 시작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2 숙제의 시작 블로그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제일 영향을 많이 받은 책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었습니다. 글을 본격적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서..

jisungs.tistory.com

2018/09/25 - [하루 책읽기/하루 인문학] - 공산당 선언

 

공산당 선언

공산당 선언 두려움...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어린시절 부터 받아온 방공교육의 효과인지 군대에서 받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그 모든 두려움이 함께 왔는지도 모르겠습..

jisungs.tistory.com

2019/09/25 - [하루 책읽기/하루 인문학] -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개인의 양심과 집단의 욕망에 대한 고민 회사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살면서 이성 이라든지 도덕성이라든지 하는 단어들 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개인의 양심보다는 회..

jisungs.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