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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랩걸(Lab Girl) -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by jisungStory 2019.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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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chuttersnap  on  Unsplash

랩 걸(Lab Girl)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서점에 가는 일은 책벌레에게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그날도 맑은 가을 하늘에 온 가족이 함께 산책을 나갔었습니다. 그리고 산책길에 있는 서점에 들러 오랜만에 책을 둘러보았습니다. 일반 서점에서는 잘 진열되지 않은 책들도 있고 이미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책도 가끔 구할 수 있는 감사한 서점입니다. 이번에 골라잡은 책은 랩 걸(Lab Girl)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출판된 책이고 출판 당시에 아마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었을 겁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화제가 되었던 책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저는 문학이나 수필들을 잘 읽지 않고 있는 자기 개발의 늪에 빠져 있던 상태여서 이 책을 만나지 못하고 지나쳤습니다. 그 이후로도 서점에 들를 때마다 눈에 밟히지만 고르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삶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여유 있게 거니는 산책길에서는 표지마저 가을과 어울리는 이 책을 집으로 모셔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책은 '호프 자런'이라는 여성 과학자의 자전적 수필입니다. 일단 과학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낯섦을 느낍니다. 살면서 한 번도 과학자를 만나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과학자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고등학교 때 만난 과학 선생님들 정도였을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닌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도 과학자라고 하기보다는 공학자들이었습니다. 과학과 공학은 엄연히 다른 분야에 있으니까요. 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를 사실 일반인들이 만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삶이 주목받는 일도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과학자들은 어떤 삶을 살아 가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흔히 제가 전해 듣기로 미국은 과학자들에게 강력하게 펀딩이 되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순수 과학에 많은 돈을 투자하여 지금과 같은 첨단의 기술을 갖게 되었다고 말이죠. 하지만 듣던 것과 현실은 언제나 다릅니다. 저자는 과학자로서 그리고 한 연구실의 책임자로서 매일 같이 이 ‘돈’에 대한 고민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반부터 펀딩을 부탁하는 글을 쓸 정도로 자금난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연구원에게 줄 월급을 매일 같이 고민하는 삶은 제가 지금까지 상상해온 과학자의 삶과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 나가면서 그 과학자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과학자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부터 병원에서 일하게 된 경험까지 소소한 일상의 경험처럼 느껴지는 일들입니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완벽히 다른 존재 일거라는 상상은 어쩌면 마음이 빚어낸 환상일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도 역시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매일매일을 꾸준히 살아내는 한 명의 생활인이기에 그 안에서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며 그 사람의 삶을 빚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랩걸

사람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p33 23번째 줄

 

 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틀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우리가 매일 같이 접하고 있는 세상은 셀 수 없는 정보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수많은 정보를 모두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감각을 통해서 얻어진 일부의 정보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세상을 이해합니다. 사람마다 그것을 수용하는 능력이 다르기에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게 됩니다. 저자는 과학 특히 자신의 전문 분야인 식물이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합니다. 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아니라면 그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못할 그 해석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주변에 있는 풀과 나무들 이었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바라보는 나무는 그 잎과 줄기 눈에는 보이지 않는 뿌리까지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다가옵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미생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장그래는 바둑이라는 관점으로 회사라는 세상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은유라는 기술은 아마도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은유가 아니었다면 아마 인류는 세상을 이해하며 지금과 같은 문명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정글 속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배울 것은 그저 과학자의 삶 뿐만이 아닙니다. 그 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그리고 그 방법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대하는 자세를 통해 생각을 해보는 데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과학자의 삶을 살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발달된 은유와 상상의 기술을 통해 우리의 삶으로 녹여 그 삶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한번 살아 보는 것이 이런 수필이나 소설을 읽는 하나의 이유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물론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무언가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것 많은 아닙니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저자의 찰진 묘사를 통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그런 이야기를 읽어 나가는 것만으로도 읽는 즐거움이 충분한 책입니다. 

 어린 시절 한 번쯤은 꿈꿔본 과학자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랩 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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