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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오이디푸스왕 - 고전 수사 스릴러

by jisungStory 2019.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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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

고전 수사 스릴러

 모두 다 알고 있지만 읽지 않는 책이 ‘고전’이라고 합니다.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은 여러 곳에서 인용되어서 아마도 그리스의 왕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그 왕이 주인공인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려울 것 같다' 라는 선입견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읽어 보고서 드는 느낌은 낡고 오래된 비극이 아닌 흥미진진한 수사 스릴러를 읽은 기분입니다. 

 

오이디푸스 왕



   이 비극의 속도감은 정말 빠릅니다. 비극의 분량도 매우 짧아 읽기에 부담이 없고, 번역가분의 노력 덕에 그 글에서 오는 리듬감도 좋습니다. 대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노래의 가사를 읽는 듯한 기분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용 전개도 빠르게 진행되어서 길게 늘어지거나 하는 부분은 한순간도 없었습니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은 모두 그 이유가 있습니다.  ‘오이디푸스 왕’도 저같이 문학에 대해 문외한이 읽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그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작가가 이야기 속에서 하고 자 하는 메시지도 강력합니다. 결국 오이디푸스 왕이 던지는 그 본 적인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 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작품에서 이 작품의 구성과 소재들을 차용하여 사용했습니다. 물론 오래전에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이기에 차용해서 사용하기에 좋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을 제대로 차용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결말을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 함부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작품의 끝으로 갈수록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게 되고 그 범인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파국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나 자신이 누구 인지 밝혀 지면 질수록 비극이 펼쳐지는 꼬여있는 상황들이 현실 속 개인들에게도 투영됩니다.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뭅니다. 나라는 존재는 결국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확인된 정체성이 아름답기만 하지도 않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통해 전해지는 나의 진짜 모습은 때로는 내가 상상하는 나의 모습과 꽤나 멀리 떨어져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깨닫는 과정 그것이 인생의 큰 숙제 중 하나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 왕은 왜 비극적인 결말을 선택하게 되는 걸까요? 

 저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 주인공에게 비극적인 결말을 선물합니다. 사막을 떠돌아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 또한 삶에 대한 은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인간은 앞을 보지 못하는 오이디푸스 왕처럼 황량한 사막을 헤매는 존재 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하는 게 저자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아마 이 작품을 쓰고 있는 소포 클래스도 그런 인간의 삶을 직접 경험하거나 보아 왔던 것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우리나라에는 고 손기정 선생께서 올림픽에 우승하시고 받아 오신 그리스 투구가 있습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지나가는 사진으로 그 투구를 머리에 얹고 계신 고 손기정 선생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투구가 너무 작아 쓰지는 못하고 머리에 얹고만 계신 모습이었습니다. 조금은 익살스러울 수도 있는 사진이었지만 저는 그 사진을 보고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습니다. 성인이 쓰기에는 너무 작은 투구였습니다. 저 투구를 쓰기 위해서는 아마도 덩치가 아주 작은 사람이어야 했을 겁니다. 아무리 고대 사람들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현대 인보다 덩치가 작다고 하더라도 저 투구를 썼던 사람은 20~30대의 어른이 아닌 10~15살의 어린이였을 겁니다. 

 그리스는 오랫동안 도시국가로 쪼개져 있었습니다. 도시국가라고는 하지만 수천에서 수만 정도 모여 사는 작은 마을 정도였을 겁니다. 그 작은 도시국가들 간의 전쟁은 여러 기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전쟁은 수많은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갔을 겁니다. 그리고 더 이상 싸울 어른이 없게 되자 이제 겨우 아기 티를 벗기 시작한 어린이들도 전장으로 내몰렸을 겁니다. 그 투구는 그렇게 어린나이에 충분히 뛰놀지도 못하고 전장으로 내 몰렸을 그리스의 어느 어린 군인의 투구였을 겁니다. 

 소포 클래스가 본 그리스의 현실은 아름답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당시에는 아테네에서 패권을 쥐고 번성하고 있었겠지만 그들에게 이 비극을 통해 현실을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한 국가의 왕으로 누구에게도 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던 오이디푸스였지만 황야를 떠도는 신세가 되었듯이 이 아테네도 지금은 패권을 쥐고 있지만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현실을 말입니다. 

 고전은 살아남은 책입니다. 100년을 겨우 사는 인간에게 2000년의 시간은 상상하기 힘든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긴 시간을 여러 가지 언어로 번역되면서 살아남은 고전은 그만큼 뛰어난 작품성과 함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대의 현실과 지금의 현실이 많이 바뀌지 않았음을 느낄 때 그 고전이 단순히 종이에 적힌 글이 아니라 하나의 의미로 기억에 남게 됩니다.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 수사 스릴러 ‘오이디푸스 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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