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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무기여 잘 있어라 - 전장에서의 사랑

by jisungStory 2019.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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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 by Andreas Glöckner from Pixabay  

 

무기여 잘 있어라 

전장에서의 사랑 

 인간성의 끝을 볼 수 있는 곳이 전쟁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의 삶을 장담할 수 없고 내일의 삶도 알 수 없는 것이 삶이라지만 전쟁에서 만큼 극단적으로 그 사건이 매일 벌어지는 곳은 없습니다. 이 소설은 헤밍웨이의 간결한 화법으로 전장에서의 삶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배경은 1차 세계대전의 이탈리아 전선입니다. 유럽의 내전이라고도 불린 이 전쟁은 2차 세계 대전의 그림자에 가려 아는 이가 드물지만 대전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잔혹한 전쟁이었습니다. 헤밍웨이는 이 전쟁에 의용군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젊은 청년의 패기였을까요? 아니면 전쟁에 대해서 오해가 있었던 것일까요? 지금의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헤밍웨이의 행동이지만 그 덕분에 이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프레드릭 헨리는 전쟁터에서 운전사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부상으로 입원한 야전 병원에서 만난 캐서린과 사랑에 빠집니다. 전쟁중에 만난 두 사람은 생명을 위협하는 그 전쟁터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혼돈 그 자체인 전장에서 살아갑니다. 서로만을 의지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두 주인공을 통해 전해지는 수많은 감정들이 인간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헤밍웨이의 간결한 문장과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이 쓰는 것 같은 담담한 문체는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쟁의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전장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포탄과 주변에서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있는 부상병들 그 혼돈의 한가운데 멍하게 서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이 소설속 군인들에게는 인간의 생명이란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정도의 무게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군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동료였던 군인을 끌고 가 총살하는 장면에서 섬뜩함을 넘어 증오까지 느껴졌습니다. 어제까지 생사를 함께 하던 동료가 눈앞에서 총살당하는 장면을 본 그 당시의 사람들은 어떤 감정이었을까요?  카뮈가 말했던 부조리의 현장을 이 소설 속에서 그대로 확인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 부조리의 모든 합이 모이는 곳이 이 전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무기여 잘 있어라

 나는 생각하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무기여 잘 있어라 p362 4번째줄

 

 캐서린과 함께할 시간을 그리며 주인공이 내뱉는 독백 같은 문장 중 하나입니다. 전장에서 내일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에게 유일한 희망은 사랑하는 이를 만나는 일입니다. 오로지 그것만이 그의 삶의 이유입니다. 그 사랑이라는 희망이 사라져 버리면 이 젊은이의 삶마저 날아가 버릴 것처럼 위태롭게 나풀거립니다. 그런 그의 삶을 보며 오늘날의 많은 현대인의 그림자가 비치는 것은 아마도 전장을 살아가는 그때의 젊은이와 지금의 젊은이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가 전쟁을 상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는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자칫 전쟁의 낭만과 스릴을 동경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 앞에 낭만과 스릴이 존재 할리 없습니다. 그곳에는 살았어야 할 이들의 억울함만이 남아 울리는 메아리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에게 생각은 사치 일지도 모릅니다. 고민과 생각을 할 시간에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 만이 그의 생을 지켜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쟁의 세대가 아닌 저에게 저 문장은 치열하게 고민하라는 말로 다가옵니다. 살아남기 위해 인간으로서 해야 할 기본적인 생각마저 빼앗겨버린 삶이 아닌 미래를 꿈꾸며 다음 세대에게도 전쟁이 없는 삶을 물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헤밍웨이의 전쟁에 대한 허무함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소설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픈 소설 ‘무기여 잘 있어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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