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isung's 책읽기/인문학

페스트 - 친숙한 두려움

by jisungStory 2019. 11. 11.
반응형

Image by Peter H from Pixabay  

페스트  

친숙한 두려움

 일전에 ‘이방인’을 시작으로 알베르트 카뮈의 작품을 기회가 닿는 대로 읽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방인을 처음 읽을 때는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카뮈 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가 거듭해서 그의 작품을 읽어 갈수록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이해의 범위 밖에 그림자는 존재합니다. 아마도 그 그림자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겠지만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 두려고 합니다. 

페스트



 이 번에 읽은 카뮈의 작품은 페스트 입니다. 원제는 ‘La Peate’로 알제리에 있는 오랑이라는 도시에서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번지게 되면서 벌어지게 되는 그 도시 안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카뮈의 대표작이라고 일컬어 질만큼 페스트는 그 완성도가 높고 또 당대에 크게 유명해진 소설이기도 합니다. 장편으로 쓰인 이 작품을 통해 카뮈는 그의 작품 세계를 세상 사람들에게 더 자세히 표현할 수 있었을 겁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고전적입니다. 크게 다섯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내용적으로도 익숙하게 접해 오는 기승전결의 구조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익숙한 구조를 통해 좀 더 소설의 내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소설에 재미를 더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한 것 같은 화자를 숨긴 채 진행하는 서술도 이방인에서부터 익숙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번 작품에서는 뒤에 이 화자가 누구인지 밝혀집니다.  스포 일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소설 ‘페스트’에서 이 전염병이 의미 하는 바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을 겁니다. 알제리의 도시라는 지역적인 특색을 통해 읽을 수 있는 바도 있고 전염병이라는 질병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지점도 있습니다.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였습니다. 1962년에야 독립을 이루게 된 나라입니다.  비슷한 역사를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알제리에 가본 적은 없지만 그들이 겪었을 슬픔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아마 작가의 출생지가 그곳이라서 일지도 모르지만 그 배경을 통해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소설 페스트 속 전염병이 마치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도 얼마전 한국에도 있었던 전염병의 공포 때문입니다. 소설이 소설 같이 느껴지지 않는 상황들을 살면서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때로는 현실이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2015년 한국에서 소설 페스트가 현실화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회사에 아무 일 없는 듯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업무상 이곳저곳을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회사의 업무 접속 메인 화면에 발병 병원과 금지 지역이 공지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염병이 발명한 도시를 이곳저곳 돌아 나녀 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가벼운 감기만 걸려도 두려움에 떨며 병원을 찾아다녔던 기억도 너무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소설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현실의 내 모습을 발견할 때 입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전염병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버린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떤 이는 먼 곳에 있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어떤 이들은 전염병에서 피하기 위해서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전염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도시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죽음을 바로 곁에 두고 살아가는 기분 그것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알지 못할 두려움과 체념의 시간입니다. 

 전염병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TV의 뉴스에서는 매일 같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 없이 돌아가신 분들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흘려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도 매달 몇 번씩 찾아가 부의하고 돌아 오지만 그 장례식의 주인공이 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저는 망각의 축복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좋은 책은 많은 사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꿈을 깨고 그 안에서 우리고 잊고 있었던 현실을 들어내 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페스트는 저에게 또 다른 의미로 잊고 있었던 저의 삶을 깨어버린 책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삶이라는 꿈에 대해 망치를 집어 던지는 것 같은 책 ‘페스트’였습니다.

 

2019/08/19 - [하루 책읽기/하루 인문학] - 이방인 - 이해할 수 없는 그림자

 

이방인 - 이해할 수 없는 그림자

이방인 이해할 수 없는 그림자 책을 읽다 보면 언제나 그 책이 다음 책을 가리키는 경우를 만납니다. 이방인은 여러 책에서 그 이름을 접했던 책입니다. 하지만 저는 주로 비문학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소설 같은..

jisungs.tistory.com

2019/09/06 - [하루 책읽기/하루 인문학] - 여행일기 -카뮈의 여행기

 

여행일기 -카뮈의 여행기

여행일기 카뮈의 여행기 이방인을 읽고 한동안 혼돈의 정신세계 속에 휘둘렸습니다. 저는 그 소설 속 인물들이 상징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을 읽어도 세 번을 읽어도 마찬 가지였..

jisungs.tistory.com

2019/11/01 - [하루 책읽기/하루 인문학] - 노인과 바다 - 삶을 향한 인간의 의지

 

노인과 바다 - 삶을 향한 인간의 의지

노인과 바다 삶을 향한 인간의 의지 소설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어니스트 헤밍웨이입니다. 소설에 관심이 없었을 때는 그 이름이 그저 인용되는 한 명의 유명인일 뿐..

jisungs.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