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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여행일기 -카뮈의 여행기

by jisungStory 2019.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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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

 

여행일기

카뮈의 여행기

 이방인을 읽고 한동안 혼돈의 정신세계 속에 휘둘렸습니다.  저는 그 소설 속 인물들이 상징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을 읽어도 세 번을 읽어도 마찬 가지였습니다. 어렴풋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 소설을 포기해야 하나 하는 마음까지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냥 포기해버리면 이 얇은 책에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아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람의 삶은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저만 해도 여러가지 정체성이 뒤섞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아들이자 남편이며 아버지이자 친구입니다. 이 수많은 정체성 속에서 그 각각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시대의 인간인 만큼 카뮈도 그 시대에 맞는 정체성의 삶을 살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괴물 같은 ‘이방인’이라는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 맨몸으로 붙을 수는 없고 다른 아이템을 장착하고 덤벼야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최근 집 근처에 대형 인터넷 서점이 운영하는 중고 서점이 있다는 것을 자각했습니다. 갈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서점을 자주 들르지 않던 저였지만  감당하기 점점 힘들어지는 책 값을 조금이라도 아끼고자 중고서점에 들러 카뮈의 책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페스트’나 ‘시지프의 신화’ 같은 책은 들어와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여행일기’는 구석에서 찾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무기 하나는 찾았다는 마음으로 다른 책들과 함께 싸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책은 프랑스 정부의 문화 교류 차원에서 미국과 남미를 여행한 카뮈가 거기서 느낀 점을 일상속의 일기처럼 매일매일 적어 낸 것입니다. 매일을 기록하기 위해 어떤 큰 고민 없이 직관적으로 적어낸 글들이기에 카뮈의 정신세계가 어떠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되어 주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적어 내었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카뮈가 어떤 사람인 가는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는 단서가 되어 주었습니다. 

  이 책의 끝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해설에도 나와 있지만 여행에서 만난 바다를 서술하는 장면에서 카뮈의 고민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카뮈는 바다를 보고 느긋한 편안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불안을 느끼기도 합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단한 작가 이지만 그와 동시에 끊임없는 내적 고민을 하고 있었던 카뮈의 모습에서 복잡하게 얽힌 정체성의 충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늘 , 인간들에 대한 강한 관심과 부산하게 움직이고 싶은 허영, 그리고 이 망각의 바다에도 손색이 없고 죽음의 환희와도 같은 이 무한한 침묵에도 손색이 없는 나 자신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 이 두가지 사이에서 찢어져 있었다. 
여행일기 p54  4번째 줄 부터 

 

 프랑스 작가라서 그런지 아니면 노벨상을 받으려면 저 정도 서술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제가 이해한 저 문장의 의미는 '다른 사람의 관심과 나의 정체성이 부딪힌다.' 정도였습니다. 유명한 작가로서 살아간다는 것도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끊임 없는 주변의 관심과 간섭은 여러 철학이 부딪히는 사상의 최전선에서 살아가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연출가였던 카뮈에서 대단히 피곤한 것이었을 겁니다. 

 '이방인'도 그런 끊임 없는 삶의 고민 안에서 나온 작품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로서 세상에 대한 절망감 그리고 세상의 여러 부조리한 것들에 대한 불만들을 작가로서 표출하였고 그것이 오히려 카뮈를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유명세가 카뮈를 결코 행복하게 해 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끊임 없이 세상과 싸워야 하는 것이 작가라는 직업이 아닐까 합니다. 유명한 작가는 그 유명세와 싸워야 하고 무명의 작가는 가난과 또 싸워야 하는 것이겠지요.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끊임없는 투쟁의 연속이 아닐까 합니다. 더 이상 고민이 없는 삶을 모두가 바라지만 정작 그런 세상이 온다면 그 세상 안에서 또 다른 투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합니다. 

 작가로서 사람으로서 아주 조금 카뮈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어준  “여행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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