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isung's 책읽기/인문학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은 누구에게나 있다.

by jisungStory 2019. 9. 4.
반응형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은 누구에게나 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저에게는 두려움입니다. ‘ 이 책은 너무 어려워서 나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 ‘ , ‘저 책은 나한테 안 맞을 거야 ‘ , ‘ 책을 더럽히면 안 돼’ 같은 책 읽기의 장벽을 만드는 두려움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이 책도 그러합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막상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이유는 이 책을 설명하는 사람들의 말 때문이었습니다. 너도 나도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하지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책은 읽어 보기도 전에 어려운 책 이해할 수 없는 책으로 낙인찍혀 멀어져 있었습니다. 

 책 또한 때가 있는 것일까요. 이런 저런 이유로 멀리 하던 책을 결국 읽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 추천 도서 목록에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차근차근 그 목록에 있는 책들 하나하나를 짚어 나가며 읽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가장 읽어 보고 싶은 책중에 하나가 이 책이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어려운 단어로 추천했던 이 책은 어떤 책일까 궁금했습니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나치 전범인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의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서술하는 것입니다. 한나 아렌트는 재판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아이히만이 체포된 경위와 그 사람의 생애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백만의 유대인을 학살하는데 가담한 아이히만은 안타깝게도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광기에 사로 잡힌 괴물이 아닌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 이었습니다. 


  아이히만의 태도는 저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 줍니다. 재판에서 아이히만은 스스로를 무죄라고 주장합니다. 그 당시 독일의 헌법을 어긴 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히틀러가 지배하는 독일의 아래에서 아이히만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수행한 톱니바퀴 일뿐이었습니다. 이런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아이히만의 행적을 한나 아렌트는 최대한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 서술을 따라가면서 어이없게도 저는 유래가 없는 학살에 가담한 이 인물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리고 내 삶에는 있을 것 같지 않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지만 저자의 상세한 서술을 통해 만약 저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역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도 많이 일어났습니다.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에서 한민족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그 이전에도 빼앗긴 나라에서 수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살아남기 위해 갈기갈기 찢긴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그 상처가 남아 동서로 넘을 수 없는 선이 쳐져 있고 그 선으로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직도 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치료되지 않는 그 상처 안에서 아이히만과 비슷한 처지에 처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아 이 땅에서 숨 쉬고 있습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저의 일상에서도 아이히만의 행동과 비슷한 일이 매일 벌어 집니다. 이 책속 아이히만은 기억력이 아주 나쁜 사람을 기록됩니다. 한나 아렌트는 중요한 사건이었음에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히만을 답답해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아이히만은 머리가 나쁘거나 기억력이 안좋은 사람이 아닌것 같습니다. 자신과 관련된 일이나 스스로 주장한 것들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고 있거든요. 아이히만이 중요한 사건임에도 기억하지 못한 이유는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그건  저도 마찬 가지입니다.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하라고 하면 남이 시킨 일보다 내가 주관적으로 결정한 일들을 먼저 말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직장 상사가 만들라고 한 보고서보다 내가 마시고 싶어서 탄 커피가 먼저 기억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다시 생각 해보면 무서운 일입니다. 직장상사가 만들라고 한 보고서가 그저 단순한 물류 운송 계획이 아닌 죽음의 수용소에 사람을 보내는 일이라고 한다면 그 사실을 알고서도 그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의 죽음을 무릎 쓰고 그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을 거부해야 할까요? 아니면 살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해서 결재를 받아야 하는 걸까요? 더 무서운 것은 그것을 수동적으로 따르기만 했을때 십수년이 지나고 나면 저는 어쩌면 그 목숨 값의 보고서를 잊고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 고민의 안에서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말을 합니다. 

 발전한 문명을 통해 저는 인류가 도덕적이고 보편적인 정의를 추구하면서 살고 있다고 믿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그 믿음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간은 언제든지 수백만의 사람을 그 지능을 활용하여 죽일 수 있는 악을 갖고 있는 존재인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세상이 다시 한번 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언제나 마주한 현실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냉정하고 잔인합니다. 그 잔혹한 현실을 마주하고서야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설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인간의  민낯을  바로 볼 수 있는 ‘예루 살렘의 아이히만’ 이었습니다. 

 

2019/08/19 - [하루 책읽기/하루 인문학] - 이방인 - 이해할 수 없는 그림자

 

이방인 - 이해할 수 없는 그림자

이방인 이해할 수 없는 그림자 책을 읽다 보면 언제나 그 책이 다음 책을 가리키는 경우를 만납니다. 이방인은 여러 책에서 그 이름을 접했던 책입니다. 하지만 저는 주로 비문학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소설 같은..

jisungs.tistory.com

2019/08/14 - [하루 책읽기/하루 실용서]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2 - 숙제의 시작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2 - 숙제의 시작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2 숙제의 시작 블로그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제일 영향을 많이 받은 책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었습니다. 글을 본격적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서..

jisungs.tistory.com

2019/08/09 - [하루 책읽기/하루 인문학] - 폭풍의 한가운데 - 전쟁으로 걸어들어간 정치인

 

폭풍의 한가운데 - 전쟁으로 걸어들어간 정치인

폭풍의 한가운데 전쟁으로 걸어 들어간 정치인 십년도 더 전이었습니다. 돈 없는 어느 대학생이었던 저는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렇게 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먼 거리를 걷기에는 부담스..

jisungs.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