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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이방인 - 이해할 수 없는 그림자

by jisungStory 2019.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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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이방인

이해할 수 없는 그림자

 책을 읽다 보면 언제나 그 책이 다음 책을 가리키는 경우를 만납니다. 이방인은 여러 책에서 그 이름을 접했던 책입니다. 하지만 저는 주로 비문학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소설 같은 문학책은 거리를 두는 편입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소설을 읽고 나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 저를 매우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등장하는  이 ‘이방인’은 피할 수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얼마 전 읽었던 ‘열두 계단’에서도 정재승 박사님은 뒤에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이 ‘이방인’을 읽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전에도 다양한 책에서 이 ‘이방인’을 읽고 재미있었다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문장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즐겨 듣는 책 팟캐스트 방송에서 장강명 소설가도 이 책을 자신이 아끼는 책이라고 소개하며 방송을 이 책을 주제로 방송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니 마치 이 소설을 읽으라고 주변에서 막 소리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 소설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읽는 데는 한 시간여가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산 책은 소설만큼 뒤에 더 어려운 해석본이 붙어 있는 책이었습니다. '사르트르'라는 철학자가 어려운 말로 해석한 해석본은 오히려 더  읽어내기 힘들게 되어 있었습니다.  즐거우려고 읽는 책 읽기가 마치 철학 강의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너무 유명한 소설이라 내용도 벡과사전에 짧게 요약되어 설명되어 있습니다.  너무 유명한 내용이지만 저는 이 ‘뫼르소’라는 주인공을 이해하기 위해 이틀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사는 세상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햇빛이 눈부셔서 사람을 죽였다고 하는 이 사람은 흔히 뉴스에서 보는 사이코패스 같기도 합니다. 저도 뜨거운 햇빛은 싫어하는 편이긴 합니다. 항상 햇빛이 강한 날은 주변의 시선을 감수하고 커다란 밀짚모자를 쓰고 외출을 나가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진 않습니다. 그리고 이 '뫼르소'가 햇빛을 많이 받아서 열사병 직전에서 우연히 판단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한방을 쏘고 난 뒤 네 방을 더 쏘았으니까요. 한마디로 확인사살까지 한 확신범인 겁니다. 

  살인은 무거운 죄입니다.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고 한들 그것이 인정되더라도 무거운 형량은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뫼르소’는 햇빛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배심원 앞에서도 검사들 앞에서도 판사 앞에서도 멈추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다른 핑계를 만들어 내서라도 고의성을 피해야 할 텐데 하다 못해 정당방위였다는 말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그러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형은 언도받게 됩니다. 

 세상과 타협을 거부한 ‘뫼르소’의 모습에서 저는 매우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까지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묘하게 이 ‘뫼르소’의 모습에서 제가 학생이던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른들의 말에 일단 거부감부터 들던 어린 시절의 모습 말입니다. 기성 세계관에 편입되기를 거부하던 소년은 자라서 그 기성 세계관에서 먹고사는 평범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뫼르소’는 그러기를 거부하고 죽음이 자신을 노리고 있음에도 멈추지 않고 자신의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끝까지 밀어붙였습니다. 그 주장의 끝에 죽음이 있더라도 기쁘게 받아들이면서 말입니다. 

 이 소설속의 주인공을 쉽게 받아 들일수 없지만 그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오랫동안 머리에 남는 것은 이 소설 속 문장들이 하나같이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만날 것 같지 않지만 마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생생함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와 알제리의 관계 라든지 당시 전후 프랑스의 분위기를 알고 다시 이 소설을 읽으면 그 장면 하나하나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렇게 저는 다시 이방인을 읽고 있습니다. 답답해하면서도 말입니다. 

 저는 소설이 현실의 그림자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현실과 똑같진 않지만 그 형태를 빌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때로는 그 그림자가 주인보다 더 주인 같은 모습을 하고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그림자를 보며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그림자 일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마음도 함께 지니게 됩니다. 나와 똑같이 생긴 그림자를 만나게 된다면 저는 그 그림자에게 무슨 말을 하게 될까요?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그 이야기를 통해 질문을 던집니다. 

 불편하지만 다시 읽을 수 밖에 없는 마성의 소설 ‘이방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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