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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라틴어 수업 #2 - 우리가 아는 만큼 그만큼 본다

by jisungStory 2019.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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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라틴어 수업 #2

우리가 아는 만큼 그만큼 본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은 다음에도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책을 만납니다. 이  '라틴어 수업' 이 저에게는 두고두고 읽어도 좋은 책이라는 인상이 남았습니다. 교수님의 말씀을 기록한 강의가 주는 현장감도 있지만 그 문장 하나하나마다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고민들이 하나씩 해결되는 것 같은 편안함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많은 일로 지쳐 있어 마음이 헤매고 있던 차에 저의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다시 한번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읽어 보고 마음에 들지 않거나 다시 보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은 한두 달 있다 정리해버리기 때문에 지금 제 책장에 남아 있는 책들은 다음에도 다시 읽을 것 같은 책들만 남아 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은 라틴어 수업을 꺼내 들었습니다. 아마도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한번 읽었던 책이기 때문에 다시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번 읽을 때마다 가슴에 남는 문장은 매번 다릅니다. 특히 다시 읽어도 좋은 밀도 높은 책들은 특히나 그렇습니다. 항상 느끼지만 밀도 높은 삶을 산 사람 만이 밀도 높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Tantum videmus quantum scimus
탄툼 비데무스 콴툼 쉬무스
우리가 아는 만큼 그만큼 본다. 
라틴어 수업 p214

 

교수님 께서 로마의 황제 직전까지 갔던 독재자 캐사르(영어 발음 시저)가 살해된 장소였던 ‘토르 아르젠티나’를 발견(?)하면서 인용하신 문장입니다. 당시 여유가 없어 이렇게 역사적으로 유명한 장소를 매일 지나다니면서도 그곳의 의미를 모른 채 지나 치셨다고 합니다. 후에 법의학 수업을 통해서 이 장소가 어떤 장소 인지 알게 되셨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 매일 일어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도 수천 년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고인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나가면 옛 왕의 무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우리는 그 의미를 모른 채 살아갑니다. 바쁘기도 하고 그 역사적인 장소를 둘러볼 마음 적인 여유가 없어서 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심코 지나 쳤던 그 장소가 우리의 삶을 바꿔줄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일상은 반복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매일매일이 다른 날이고 시간은 멈춘 듯 느껴지지만 계속해서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잘 짜인 틀 속에서 그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문득 한 해가 지나고 겨울이 다가오면 그 해 내가 무엇을 했었나 떠올려 보게 됩니다. 그리고 허망하게 보내 버린 한 해를 뒤로 하고 내년 계획을 다시 세우곤 합니다. 그 새해의 계획 지금 우리는 얼마나 지키며 살아가고 있나요?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던 그 무언가가 여러분의 삶을 바꿀 의미가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많은 일상들을 우리는 허망하게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더없이 소중한 하루를 우리는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아무 의미 없이 소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있는 과소비 중에 그 보다 심한 과소비가 있을까 합니다. 그런 과소비를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깨어 있는다는 것이 좀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매일 노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은 그냥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노력한 후에야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나의 꿈이 아닌 다른 사람의 꿈을 위해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영혼을 뒤흔든 무언가가 있습니까? 
라틴어 수업  p. 216   8번째 줄부터

 

 이 문장을 만났을 때 저는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직장인 8년 차에 회사생활 외에는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는 그냥 그런 회사원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8년 전 입사하던 신입사원인 채로 멈춰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멈춰있지 않기로 했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시작했고 부족하나마 그날 읽은 책들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9년 차 직장인이 되었고,   MOOC를 통해 공부를 시작했고 지난 일 년 동안 강좌 세 개를 수료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공부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의 공부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직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라틴어 수업에서 읽은 저 문장에서 비롯된 흐름은 저의 삶의 방향을 조금 틀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저 질문에 다시 답하라면 자신 있게 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슴 뛰는 일을 위해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분도 여러분만의 가슴 뛰는 일을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읽을 때마다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라틴어 수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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