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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by jisungStory 2019.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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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즐거움에서 아쉬움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살아갑니다. 언제나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뉴스를 읽고 아침밥을 먹습니다. 학생들은 학교로 직장인들은 일터로 자신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각자의 삶을 향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지구 상에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는 낮과 밤의 반복 속에 우리는 매일매일 많은 것을 보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날 본 것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 가지 입니다. 직장인이 된 이후로 다른 듯 같은 일상을 십 년이나 반복하면서 수많은 것을 보았지만 그 보아온 수많은 기억들 속에서 삶의 의미를 녹여낼 만한 것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제가 선택한 방법은 제가 읽은 책을 저만의 방법으로 정리하여 글을 쓰는 것 정도일까요. 저와는 다른 방법을 택한 화가들은 그림으로 자신의 삶을 녹여냅니다. 그리고 그 화가들의 삶이기도 했던 그들의 작품은 오래도록 남아 살아남은 고전들처럼  잘 그린 그림일 뿐 아니라 그림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2권에서 소개된 그림은 1권에서 소개된 그림들 만큼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그림들이 었습니다. 지금 보아도 생생한 호랑이 그림인 '송하맹호도'와 이 책의 표지이면서 선비의 시선이 매력적인 '마상청앵도'는 김홍도라고 하면 '씨름도' 밖에 몰랐던 저에게 그분이 얼마나 대단한 화가인지 알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선의 '금강전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주역강의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림 한 폭에 주역의 철학은 담으려고 했던 정선의 시도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읽어내는 관객인 오주석 선생님의 통찰도 뛰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주역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저에게는 잘 설명해주신 문장들이 머릿속에 맴돌기만 할 뿐 이해되지 않아 조금 답답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가장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그림은 정약용 선생의 작품을 만났을때 입니다. 저는 일찍이 정약용 선생의 삶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이 땅에 다시 이런 천재가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역량을 지닌 분이 셨습니다. 그럼에도 정치적 모함으로 긴 세월 유배를 떠나 있어야만 했던 상황을 알고 있기에 어린 딸의 혼인을 위해 그렸다는 그림 한 폭이 매우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문인으로서 그림의 수준이 다른 전문 화가들에 비해 높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작은 그림이 가치를 갖는 것은 그분이 의미 있는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은 그 그림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작가의 삶도 더해져야 합니다. 아름다운 삶을 산 사람은 그 삶이 그 작품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 1편에는 열 한 편의 작품이 실려있지만 2편에서는 여섯 편 밖에 실리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오주석 선생님께서 불치의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있어서 만약을 가정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지만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3편'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독자로서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책에는 그 사람의 삶이 녹아 들어 있습니다. 그 어떤 책이 되었든 간에 일정 분량 이상의 글을 쓰게 되면 그 안에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 어떤 인물이 궁금해지면 그 사람이 썼던 책부터 찾아봅니다. 그리고 그 책을 통해 그분의 이야기를 이해하고자 노력합니다. 이 책은 오주석 선생님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옛 선조들의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확신하고 계셨고 이 그림들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다고 믿으셨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그림을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그 그림을 더욱더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 이 셨을지 짐작되는 흔적은 책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홍도의 일화를 소개하는 장면이라든지 정선의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주역의 원리를 설명하는 모습은 이 그림의 해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삶의 에너지를 쏟았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저를 돌이켜 보게 됩니다. 저는 제 삶의 하나의 주제를 위해 이렇게 까지 노력해 본 적이 있었던가?  오랜동안 고민해보아도 쉽게 답하지 못할 질문입니다. 

꼭 같은 그림이라도 바로 '마음으로 마음을 보게된 까닭이다(以心見心)'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p79 위에서 19번째줄

 

 마음으로 마음을 보게 되는 경지는 무엇을 말하는지 아직 저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렴풋이 정말 좋아하는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본다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 대상의 진실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것 어른이 되어 버린 지금은 훈련이 필요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옛 그림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해 준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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