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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나의 한국 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by jisungStory 2019.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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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 현대사

나의 한국 현대사

1959~2014, 55년의 기록

 

저는 근 현대사의 기록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래된 역사는 빈 공간이 많아 저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은 반면에 근 현대사의 경우는 현재와  많이 연결되어 있어 가슴 아픈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1900년 이후의 한국의 역사는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든 비참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어 그 아픔이 더 합니다. 이 땅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를 흘리며 사라져야 했던 수많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들은 그 아픔이 남의 것이 아님을 읽을 때마다 자각하게 만듭니다. 

 단순히 아픔에 대한 자각 뿐은 아닙니다. 분노 또한 그 역사를 읽는데 어렵게 만드는 한 가지 요소였습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역사여서 더 이상 개입할 여지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 명의 시민일 뿐인 제가 그 역사의 흐름을 바꿀 힘은 없습니다. 그저 그 안에서 분노할 뿐이었습니다. 20대의 저는 그 분노를 조절할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쌓인 분노는 언젠가 분출되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에너지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스스로에게 독이 되어 돌아옵니다. 그런 경험이 계속 쌓이다 보니 저는 책을 고를 때 저의 분노를 거스르지 않는 책들을 골라서 읽었습니다. 결국 현재와 멀리 떨어져 있는 역사책이나 혹은 현실과 좀 멀리 떨어져 있는 책을 고르는 성향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이제 어른이라고 해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나이가 되고 가족의 가장이 되면서 현실을 인식하는 폭이 달라져서 일까요? 아니면 여러 사회경험을 통해 단련이 되어서 일까요? 이제는 그 아팠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그 참혹했던 현실을 바꿀 능력은 없었지만 그 앎을 바탕으로 나의 다음 세대는 그러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록되어 있는 역사는 극히 일부분 뿐입니다. 그 기록되어 있는 역사마저도 그 역사가의 생각에 따라 편집되고 수정되어 후대에 그 역사서를 읽을 때에는 단편적인 정보밖에 전달되지 않습니다. 사실 그 마저도 정확하게 전달되기는 힘듭니다. 책 한 권을 100퍼센트 이해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책들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글을 안다는 것을 너머 세상을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예전에 어떤 일이 지금 어떤 현실을 만들어 내었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길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는 무지 했습니다. 제가 배우고 익힌 역사는 가장 최근의 역사가 빈 공간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됩니다. 그 순간을 살아내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의 선택 하나하나가 모두 기록되어 남습니다. 물론 저 같은 이름 없는 무명의 글쟁이의 삶이 기록되지는 않겠지만 저의 선택은 대중이라는 이름으로 남습니다. 그렇기에 저의 선택도 쉽게 내릴 수 많은 없습니다. 

우리는 그 시대를 살았다고 해서 그 순간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이지만 그 시간 동안 어떤 선택들로 인해서 저의 삶이 영향을 받아 왔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저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80년대는 격동의 세월이었습니다. 군부 독재의 마지막이었고 대통령 직선제가 이루어지던 때였습니다. 물론 제가 기억하는 가장 강렬한 역사적 경험은 IMF 경제 위기와 최근의 촛불 혁명이지만 사실 그에 못지않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일들이 그동안 많이 일어났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저와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반세기 정도 앞선 지식인이기도 합니다. 거기다 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지적 능력과 일반인들이 갖기 힘든 정치 경험까지 갖고 있습니다. 당연히 역사를 바라 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있고 그 차이를 통해 배울 점도 많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님은 자신의 삶의 배경을 먼저 설명하고 그 시간의 역사를 설명해 나갑니다. 이러한 관점은 E.H.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유시민 작가님의 많은 책들이 이 분의 영향을 받은 것이고 저도 그 책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결국 역사는 그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에 아마도 이런 구성을 선택하신 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은 1959년 부터 한국의 역사를 설명해 나가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연도별로 자세하게 설명해 나간다기보다 주요한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설명해나가기 때문에 읽는데 지루하거나 논점을 놓치는 일은 적었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발생에 대한 작가님의 진단과 배경지식에 대한 설명이 적절하게 녹아들어 있어 그 사건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잘 짜여진 역사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유시민 작가님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요?  

이 책을 읽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저는 이 책의 에필로그 마지막 문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미래를 원한다면 매 순간 우리들 각자의 내면에 좋은 것을 쌓아야 한다. 
-중략-
p.417  22번째줄

 더 좋은 역사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역사를 더 잘 알아야 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더 나은 역사를 만들어나가야할 소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이해하는데 한 사람의 논점 만으로 바라 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그 시대에 살았던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중에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고 바라보는 것이 옳을 겁니다. 저도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20대에 재미있게 읽은 역사책 중에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고대에 있었던 나라의 이야기를 일본인 작가는 나름의 역사관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 었습니다. 그 책을 통해 저는 로마라는 나라에 대한 매력에 매료되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읽었던 '세계사 편력'을 읽고서 전에 읽었던 내용들이 철저하게 깨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같은 역사를 너무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저는 같은 경험을 매일 하고 있습니다. 어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사람들이 각각의 주관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의견이 쏟아냅니다. 그 수많은 정보 속에서 올바른 정보는 어떤 것일지 매일 고민합니다.

 과연 올바른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 질문은 스스로 답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적 지식과 다양한 경로로 접한 정보를 기반으로 해서 판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야 합니다. 지난 역사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스스로 판단 내려 보아야 합니다. 이런 역사책들이 많이 나와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들이 소개되어야 합니다. 그 이후에 후대의 자손들이 역사에 대한 평가를 내리게 될 것입니다. 

한국의 시간의 흐름속 제 기억속의 빈공간을 채워준 책  '나의 한국 현대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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