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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by jisungStory 2019.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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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옛 그림도 아는 만큼 보인다.


 저는 그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유명한 그림은 모나리자나 최후에 만찬 같은 서양의 화가 그림이 대부분이 입니다. 그리고 동양 특히 조선의 그림에 대해서는 중고등학교 역사책에서 짧게 언급된 시험용 지식이 전부입니다. 아마  TV 방송이나 라디오 방송 속에서 퀴즈로 출제되었던 문제 중 하나가 관련된 것이 있어 주워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실제로 본적은 한 번도 없으니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 옳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오주석 님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읽어 보았습니다. 그분의 생전에 강연에서 하셨던 말씀을 책으로 펴낸 것이었습니다. 대중 강연 이서였는지 옛 그림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었고 그를 통해 교과서에서 손바닥보다 작은 그림으로 보았던 옛 그림들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관심을 갖게 되면 더 찾아보고 싶은 것이 저의 본성인지라 그분이 쓰신 책을 몇 권 더 찾아보았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아직 제가 학생인 시절  ‘나의 문화 답사기’에서 읽은 문장입니다. 하나의 문장이 그 책 전체를 설명해 주듯이 여러 문화재를 찾아 다니는 작가의 열정이 느껴지는 책이었음에도 세세한 것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저 문장 만은 남아서 저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 책에도 저 문장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옛 그림을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더해져야 합니다. 그런 배경지식은 직접 그 그림을 전시하는 곳에 찾아가서 역량 있는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거나 그런 시간을 낼 수 없는 저 같은 사람은 책을 통해서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그 그림을 다시 보면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그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잘 전시 되어 있는 미술관과 같습니다. 이 미술관은 동양화 그중에서도 한국의 동양화를 위주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미술관 관장님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 한국 동양화에 대한 열정이 최고 이신 분인 것 같습니다. 그림 한편 속에 녹아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어쩌면 너무 작은 부분이라 쉽게 놓치고 넘어갈 수도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설명을 통해 우리는 그 그림 속에 녹아 있는 철학과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 미술관에서 가장 관심있게 본 그림은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입니다. 이 그림도 너무나 유명해서 지나다 언뜻 본 적이 있지만 저는 태어나서 인왕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교과서나 책에 실린 그림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이 그림이 얼마나 대단한 그림인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이 그림의 가로 폭이 138 Cm 나 되는 큰 그림이라는 것과 자신의 벗인 이병연의 건강을 빌면서 그렸다는 이야기를 통해 그림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오는 인왕산의 모습을 통해 겸재 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책에는 정선과 이병연의 우정을 설명함으로써 이 그림을 통해 정선이 표현하고자 했던 바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속에서 인왕산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노 화가의 모습은 지금 상상해 보아도 그 아련한 심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술은 주관의 영역입니다. 그림이 되었건 음악이 되었건 예술은 창작자와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의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됩니다. 그래서 그  상호작용 속에서 의미가 생겨나고 그 의미는 관객에게 때로는 작가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너무 오래되어 이제 누가 그린 지도 불명확한 옛 그림들을 통해 저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번째는 주관성입니다. 우리나라의 그림은 물론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중국과는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 내었고 심지어 당대 사상가들의 철학도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자칫 왜곡해서 그릴 수 있는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털오라기 하나라도 다르면 그 사람이 아니라 라는 대쪽 같은 선비 정신을 담은 것과 산수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여러 작품들을 통해 옛 조상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 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주관성이 현대에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두번째는 우리의 그림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그림을 깊게 읽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지식이 필요 하지만 감상하는 데는 그런 지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김홍도의 씨름을 통해 당시 서민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었고, 세한도를 통해 당시 추사 선생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림 하나하나 이야기가 없는 그림이 없었지만 그 이야기를 모르고 보더라도 충분히 아름 답습니다. 여백을 통해 남은 공간은 관객의 상상에 맞기는 작가의 의도도 멋지지만 붓을 통해 표현되는 여러 형상들이 그 자체로도 충분한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습니다. 
 
 세번재는 아쉬움입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우리의 그림이지만 예전에 반출되어 다른 나라의 국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 실려 있는 대부분의 그림은 저 같은 서민이 찾아가서 보기에는 너무나 먼 곳에 있어 직접 볼기회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물론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직접 찾아가 볼 수 도 있지만 생업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러 다닌다는 것은 아주 비싼 취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림은 매우 아름답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도 너무 재미있지만 어쩔 수 없이 멀리 있어 찾아보기 힘든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예술은 저에게 조금은 어려운 영역입니다. 많은 분들이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계시지만 여전히 제가 멀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예술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예술은 특히 그림은 어려운 분야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책 읽기를 통해 그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여 나갈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된 것 아닐까 합니다.  서양의 그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대단한 화가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우니까요. 

 옛그림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 준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 이 즐거움 1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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