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isung's 책읽기/인문학

폭풍의 한가운데 - 전쟁으로 걸어들어간 정치인

by jisungStory 2019. 8. 9.
반응형

 폭풍의 한가운데

폭풍의 한가운데

전쟁으로 걸어 들어간 정치인

 십년도 더 전이었습니다. 돈 없는 어느 대학생이었던 저는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렇게 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먼 거리를 걷기에는 부담스러운 햇볕이 내리쬐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는 아쉽고 해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던 그나마 좀 큰 서점에 들렀습니다. 하릴없이 서점을 헤매는 것이 저에게는 즐거움이었기에 그렇게 배회하듯 이 책 저 책 기웃거리고 있었습니다. 

겨울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로 벌어 놓았던 돈도 이제 슬슬 다 떨어져가고 있어서 생활비 외에는 얼마 남지 않은 주머니 사정이라 전공서적 외에 다른 책을 살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서 서서 잠시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즐겁게 읽고 나올 생각이었습니다. 거기 어느 서가에서 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서가에 있었던 책인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매력적인 제목과 윈스턴 처칠이라는 역사적 인물이 직접 쓴 글의 모음이라는 책의 문장들이 저의 여유 없는 주머니를 사정없이 공격했습니다.  이 책을 사고 다음날 점심은 라면을 먹을 생각으로 책을 가져와서 정말 열심히 읽었습니다. 

윈스턴 처칠은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총리 입니다. 그의 삶은 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검색해 보니 몇 편의 영화가 만들어져 있더군요. 기회가 되면 영화도 한번 챙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보수당에서 쫓겨나 정치생명의 끝났다고 판정받은 처칠의 선택 때문입니다.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정당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더이상 정치판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처칠은 그 상황에서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는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그 장면은 ‘근위 보병연대와 함께’라는 글에서 그 당시 겪었던 것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사람을 삶의 가장자리로 몰아세우는 곳입니다. 매일이 죽음을 향해 한걸음을 내딛는 것 같은 절박함은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감정일 겁니다. 물론 영국의 귀족 집안에 태어나 장교로 생활한 처칠은 병사들과는 다른 대접을 받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쟁에서 죽음의 총알은 장교라고 비켜갈리가 없습니다. 이 글 속에서도 폭격으로 죽을 뻔했던 경험을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잘 그려 내고 있습니다. 저 같으면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렸을 경험을 처칠은 글의 소재로 쉽게 그리고 짧게 기록한 것을 보면 그의 성정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는 부분입니다. 

 

Shall we all commit sucide?
인류는 이대로 파멸할 수 없다. 

 

 예전에 읽었을때는 저 제목이 너무 멋져 보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읽어 보니 해석된 문장과 영어 원문의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원문의 직해는 우리는 모두 자살할 수 있을까? 정도의 느낌인데 해석된 제목은 전체 수필의 내용을 감안하여 반영한 것 같습니다. 이 글 안에서 처칠의 낙천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직접 목격한 사람으로서 인류의 미래를 쉽게 낙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서로를 죽이기 위해 거의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모습은 사람에 대한 실망감으로 돌아왔을 겁니다. 하지만 그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강구하는 모습에서 국가를 이끄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윈스턴 처칠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는 사람마다 매우 달라집니다. 어떤 이들은 2차세계대전을 이끈 전쟁 영웅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으로 인해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후속 조치가 부적절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세간의 평가에 대해 저는 한걸음 뒤에서 그의 삶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내가 만일 전쟁의 속에서 살았다면, 그 상황에서 정치인으로 살아야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매일 국민들의 생명이 전쟁터에서 사그러 들고 있고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국가의 최고 책임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그 무게를 쉽게 가늠하기 힘듭니다. 

   그 사람의 삶을 주제로 쓰여진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의 한 장면을 살아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 책에서 말하는 것이 모든 것이 진실 일리는 없지만 그 사람이 말하는 이야기와 태도를 통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됩니다. 처칠의 삶을 통해 바라본 당시 현실은 아름답지 않지만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그의 삶의 태도를 통해 현재의 저의 여러 현실을 돌아보게 됩니다. 

 윈스턴 처칠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던 폭풍의 한가운데 였습니다. 

2018/12/15 - [하루 책읽기/하루 인문학] - 전쟁론

 

전쟁론

전쟁론 전쟁에 대한 과학적 접근 지금 돌이켜 보면 대학시절 많은 책을 접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열심하 하는 학생이 아니었지만 책을 읽는데에는 관심이 많아서 전공과 상관없는 책을 이것 저것 많이..

jisungs.tistory.com

2018/09/25 - [하루 책읽기/하루 인문학] - 공산당 선언

 

공산당 선언

공산당 선언 두려움...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어린시절 부터 받아온 방공교육의 효과인지 군대에서 받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그 모든 두려움이 함께 왔는지도 모르겠습..

jisungs.tistory.com

2018/08/15 - [하루 책읽기/하루 인문학] - 나폴레옹의 전쟁금언

 

나폴레옹의 전쟁금언

나폴레옹의 전쟁금언 전투를 결심했다면, 먼저 전 전투력을 집결사켜라. 아무것도 분산시키지 말라. 단 하니의 대대가 때때로 그 날의 승패를 결정 짓는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éon Bonaparte) 어떻게 정..

jisungs.tistory.com

2018/08/20 - [하루 책읽기/하루 인문학] - 백년전쟁 1337~1453(세번째)

 

백년전쟁 1337~1453(세번째)

백년전쟁 1337~1453 현명왕 샤를 1360 ~ 1380 나는 중세라고 부르는 유럽의 역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유럽인들에게는 소중한 자신들의 역사일지 모르나 철저하게 제 삼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우리의 근대사..

jisungs.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