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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인간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by jisungStory 2019.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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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Pexels from Pixabay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인간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책을 고를 때 그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고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책의 전체 내용을 읽어 보고 고르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분들의 추천을 받아 책을 고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저의 주관대로 읽을 책을 고르는 편입니다. 서가를 이리저리 오가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을 가진 책을 발견했습니다.  이번에 고른 책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유명한 소설이지만 소설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 저에게는 그저 오래된 책중에 하나에 불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주는 느낌은 매우 강렬합니다. 우선 ‘존재’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특별합니다. 저는 이 세상이 존재하고 있지만 그 존재함에 있어서 질문을 던져 본 적은 없습니다. 태어난 이후로 저는 삼십 년 넘게 이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저의 존재 그 자체에 의문을 던져 본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존재함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면 어떻게 이 문장을 의미를 이해해야 할까요. 책을 집어 들고 읽으면서 고민해 보았습니다. 

 이 소설은 ‘프라하의 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토마시와 테레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재 됩니다.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 같지만 그 둘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이와의 관계들은 그 당시 복잡한 사회상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두고 다른 이와 사랑을 나누는 주인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인간 사회에서 강조하는 도덕성이라는 기준 아래에서 용납되지 않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소설 속까지 그런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소설은 세상을 투사하는 상징으로 쌓인 성과 같습니다. 그 성의 벽돌 하나 하나는 세상의 그림자로 메꿔져 있습니다. 소설을 있는 그대로의 현실로 받아들이면 위험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작가의 머릿속을 통과한 세상이 투사되어 나타난 하나의 다른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투사된 그림자를 통해 독자들은 또 다른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냅니다. 소설을 쓴 사람은 작가이지만 완성시키는 것은 독자입니다. 

 인간은 이 행성의 주인이 아니라 단지 경영인에 불과하고 어느 날엔가 경영 결산을 해야만 할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p.468  4번째 줄

 이 소설 속은 두 주인공과 관련된 이야기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 본인이라고 생각해되 될 것 같은 화자가 등장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한 지점이 이 소설을 이야기만 이끌어 나가는 소설과 다른 지점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프라하의 봄뿐만 아니라 기자인 프란츠를 통해 캄보디아의 현실도 함께 서술하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이 등장인물들은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등장인물들이 듣고 말한 것을 통해 이 작가의 철학이 드러납니다. 

 인간은 잊고 있는듯 하지만 우주의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21세기의 지구에서 인간만큼 번성한 생명체는 없을 겁니다. 지구에서 살기 좋은 지역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으며 동물들은 사용하지 못하는 다양한 자원들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인간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도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같은 종임에도 불구하고 계급을 나누고 서로를 죽이기까지 하며 그 스스로의 존재를 무시하고 가볍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가가 말한 언젠가 다가올 경영 결산에서 그 행동의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느낀 것은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의 한조각에 불과합니다. 체코 출신의 작가는 고향을 버리고 프랑스로 이주하면서 그 당시 세상을 주도하던 두 이념 간의 갈등도 이 작품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과 억압 속에서 자신의 고국을 떠나야 했던 작가는 그들이 추구하는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언어를 통해 저는 살아보지 못한 그 시대의 모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고전이 고전으로 남는 것은 투쟁적인 시대를 통과해 살아 남았기 때문입니다. 전쟁의 시절을 마무리하고 이념의 갈등을 통과해 현재에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 번역되어 있는 이 소설을 통해 그 반세기 전의 시절을 관찰해 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그 전장의 끝자락에 서 있는 한국이라는 지역적인 특수성도 이 소설을 읽고 한번 더 머뭇거리게 하는 지점입니다.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지만 읽은 후 다시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은 오랜만에 만난 것 같습니다. 

 인간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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