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탭 버리기

멀티탭

 

멀티탭 버리기 

강적이었다

 오래전에 ‘물건 버리기’라는 주제로 몇 편의 글을 썼습니다. 당시 복잡했던 저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정리하고자 시작한 글쓰기였습니다. 그 당시 혼자였던 저에게 무엇보다 지나왔던 저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저에게 붙어 있던 쓸모없는 혹은 지나친 것들을 털어 내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꽤나 오랫동안 글을 쓰다가 가족이 생긴 이후에는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다 보니 털어내려고 했었던 그리고 털어내려고 했던 쓸모없는 것들이 다시 덕지덕지 붙어 버린 것 같아 다시 버리기라는 주제로 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첫번째로 버리기로 마음먹은 것은 멀티 탭입니다.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된 물건입니다. 고장 난지도 오래되어 분리수거 함에 처박혀서 몇 달을 보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버리기 애매했던 이유도 있습니다. 전선은 일반쓰레기로 버려도 되지만 이런 복합물의 경우 버리기 애매한 지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대부분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중론인 듯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분해해서 분리수거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첫 시작은 간단했습니다. 그냥 나사 풀어서 버리면 되겠지머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멀티탭에는 나사가 없었습니다. 드라이버까지 준비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그 드라이버는 멀티탭의 틈을 벌리는 용도로 사용해야 했습니다. 일단 전선을 분리 해 내었습니다. 

전선히 분해된 사진

전선을 분리 하는 것은 니퍼만으로도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멀티탭 본체를 분해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주물 형태로 나사 없이 조립만 하면 완성 되게 설계된 것 같습니다. 접합 부위가 얼마나 단단한지 드라이버로 도저히 벌어지지 않아서 결국 니퍼로 잘라 내듯이 한 땀 한 땀 잘라내어 겨우 분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손바닥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책상 주변은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모두 분해된 사진

 분해 해보고 나니 멀티탭 하나를 만드는데도 엄청나게 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전류를 흐르게 하기 위한 각종 금속 부품과 각 플러그의 켜짐과 꺼짐을 제어할 스위치까지 그리고 먼지가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스프링과 잠금쇠도 설치돼 어있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거의 완전한 밀폐상태를 만들어서 그런지 아주 오랫동안 사용한 멀티탭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에는 먼지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멀티탭이 고장 난 이유는 먼지나 외부 이물질이 아닌 전선이 어떤 이유로 인해 끊어진 것이 문제였습니다. 

 물건을 버리기 위해 이렇게 까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본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가끔 가구 같은 좀 부피가 있는 물건들을 버릴 때 외부로 옮기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것은 단순한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하고 튼튼하게 설계된 무언가를 분리수거하기 위해 분해해보니 많은 생각이 스칩니다. 어디서나 쉽게 구하는 멀티탭이지만 이렇게 많은 부품을 들여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고 사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멀티탭을 버리기 위해 이렇게나 공을 들여 분해하는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멀티탭 하나 버리는데 너무 많은 글을 쓴것 같습니다. 멀티탭 버리실 때 제가 생각한 유의점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멀티탭은 복합 물입니다. 버리실때 일반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시면 됩니다. 
 2. 분리 수거를 마음먹으셨다면 멀티탭에 나 가사 있는 경우 시도하시고 아닌 경우 그냥 버리시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시간도 아끼실 수 있습니다. 
 3. 나사가 없는데도 분리수거를 하시겠다 마음 먹으셨다면 다음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3-1. 장갑 : 손을 보호 하는것이 중요합니다. 
 3-2. 니퍼, 펜치, 등 각종 절개도구 : 일체형에 가깝기 때문에 절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3-3. 김장 비닐 혹은 돗자리: 절개 하는 동안 플라스틱 조각이 많이 떨어집니다. 
          작업시 밑에  무언가를 깔고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3-4. 진공청소기 : 청소는 필수입니다. 
 3-5. 강한 정신력: 실패에 부딛히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도하시기 바랍니다.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돈만 있다면 원하는 것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런 시대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점점 물건들로 과잉이 되어가는 삶에 조금 지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넘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삶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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