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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텀블러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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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 버리기


 텀블러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고 다니는 물병을 말한다. 외래어에 익숙 한 만큼 그 개념을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처음에는 굳이 이 물건을 들고 다녀야 할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커피를 마실때 사용되는 일회용 컵 때문에 발생하는 환경문제의 이야기를 듣고 텀블러를 사용하게 된 것은 아니고 처음에는 이뻐서 이런 저런 방법으로 구해서 사용해 보았다. 

 생각보다 편리한 물건이다. 굳이 커피에 한정되지 않고 물이라든지 차 라든지 원하는 음료를 들고 다니면서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도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물을 마시고 싶을때 옆에 있으면 마음 편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워낙이 다양한 텀블러가 나와서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데도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과잉이다. 처음이 쉽지 정신 차려 보니 집에는 텀블러가 열개가 넘게 있었다. 결혼을 하면서 안사람이 가지고 있던것 까지 합쳐져 두배가 된 것도 한 몫을 하긴 했지만 많은 수이다. 게중에는 특별한 목적으로 산 것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이뻐서 혹해서 산 것들이 대부분 이었다. 

 하나 하나 텀블러를 정리하다 보니 연애시절 마음을 표현하려고 텀블러에 잘 쓰지도 못하는 글씨로 글을 써서 준것도 있었다. 너무 오래 되서 글은 거의다 지워지고 물때가 끼어서 더이상 사용하기도 좀 찝찜하지만 추억이 묻어 있는 것이라 몇년 동안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애매한 녀석 이었다. 안사람의 동의를 얻어 이 물건 까지 버리기로 했다. 추억은 사진만으로 남기고 버릴 물건은 버리기로 했다. 

 처음 텀블러를 구했던 날 친구들에게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텀블러를 차마 사지 못하고 머뭇 대는 나를 위해 선뜻 선물해준 친구의 모습도 떠오른다. 단순히 커피를 담는 용기인데도 사람인 나는 그 물건과 함께한 기억을 떠올리고 그 순간의 분위기에 잠시 휩싸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삶은 기억이니까 그런 기억 하나 하나를 소중히 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물건에 켜켜이 쌓여 있는 기억들을 털어내야 새로운 기억들을 쌓을 수 있다. 라는 생각에 좀 더 마음이 치우쳐 있는 것 같다. 더이상 과거에 얽메이고 싶지 않은 마음 이제 다른 삶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 이다. 물건 버리기 라는 작업은 내가 과거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매일 매일 떨쳐 내게 해주는 다짐을 더욱더 다지게 해주는 일이다. 

 아쉽지만 이 텀블러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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