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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옷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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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버리기


  다른 물건들에 비해 옷 욕심은 많이 없는 편이었다. 내가 갖고 싶었던 것들은 대부분 전자 기기나 장난감 같은 것들이었다. 옷 이라는 것은 그저 입고 다니는데 문제만 없으면 아니 사실 조금 문제가 있더라도 내가 이상하게 느끼지만 않으면 그냥 입고 다니는 그런 필수품 같은 것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입고 다니는 옷 브랜드로 자랑질을 하는 녀석들 때문에 잠시 힘들었던 것 같다. 알지도 못하는 브랜드 옷을 입고 와서는 내가 입는 옷이 싸구려라며 놀려대는 녀석들과 한번 싸웠다가 얻어 맞은 적도 있었다. 소심한 성격이라 아마 그때 부터 옷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나는 옷을 그렇기 좋아하지는 않는 어른으로 자랐다. 

 다행히 나는 중고등학교를 교복을 입고 다녔다. 옷에 대해서 최소 육년은 신경쓰지 않고 살았다. 그 시절에도 옷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하거나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가끔 친구들이 신고 오는 유명한 운동화가 부럽고 갖고 싶기도 했지만 안된다는걸 미리 부터 알고 있었다. 어머니께 운동화 좋은거 사달라고 조른적이 있었을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가져 본적이 없는걸 보면 강하게 조르지는 않았었나 보다. 하긴 때를 썼어도 그런 물건을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대학생이 되고 지금 그때의 내 모습을 돌이켜 보면 안쓰럽기 그지 없다. 어머니가 나름 신경 써주신다고 옷을 몇벌 사주기는 했지만 스스로 어떤 옷이 어울리는지 고르는 능력을 상실한 나는 괜찮은 옷도 안 괜찮게 입고 다니는 엄청난 역량을 발휘 하며 대학을 다녔다. 대학 다니는 내내 입고 다녔던 면면을 살펴 보면 시행착오의 4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남아 있는 그때의 유물들을 꺼내어 다시 살펴 보면 '이런걸 입고 다녔다니...'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유행이 지나 더 어색해 보이는 것도 있겠지만 기본 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지금이라고 해서 내가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 나름의 옷을 입는 원칙 같은 것이 생겼다. 옷을 입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해서 기본 적인 옷을 입고 그 위에 강조 할 수 있는 혹은 개성을 표현 할 수 있는 옷을 덧 입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본 옷으로 면티와 청바지를 입고 그 위에 개성을 표현할 만한 재킷이나 날씨나 기분에 맞게 모자나 악세서리를 추가 하는 정도로 표현 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눈에 띄는 것을 즐겨 하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수수한 옷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옷을 살때 항상 고민 하는 것이 지금 갖고 있는옷과 이 옷이 어울리는지 생각하면서 사고 있다.  지금의 이런 나만의 노하우도 지난 수많은 시행 착오 끝에 얻은 작은 지혜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때의 내모습이 너무 안타깝지만 그 안타까움 만큼 고생한 그때의 나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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