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카드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5. 30.
반응형

카드 버리기


 지갑을 뒤져 보니 카드가 많다. 신용카드에 체크카드에 포인트 카드까지 그나마 예전에 한번 정리를 해서 지금은 좀 줄어 들어 든 것이지만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에 또 지갑을 가득 채울 만큼 카드가 늘어나 있다. 이번에 카드가 늘어 난 것은 그래도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에서 대출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은행에 신용카드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가장으로서 집을 마련하기 위해 그 엄청난 금액을 빌리면서 "신용카드 하나 만드는 것 쯤이야 별것 아니니까!" 라는 마음으로 여기서 대출 받고 저기서 대출 받다보면 신용카드가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 은행 계좌에 맞게 체크 카드 까지 하니 지갑이 카드로 가득 차게 된다. 이런건 버리고 싶어도 마음대로 버리지도 못한다. 은행에 가서 해지 신청을 하나 하나 해야만 하니까 귀찮은 작업이다. 

 예전에 어떤 강의를 통해 회사원들이 제일 관리 해야 할 부분이 자신의 소비 라고 들은적이 있었다. 맞는 말이었다. 내가 물색 없이 돈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도 의식 하지 못하는 사이에 소비 하는 돈이 많으니까 통제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발급하는 신용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없애 버렸다. 내가 쓰는건 한달에 삼십만원이 들어 있는 체크 카드 하나 나머지 금액은 모두 적금과 예금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 제어가 나름 도움이 되었다. 직장생활 하는 동안 이런 통제를 통해 결혼 자금과 전세금 정도는 마련할 수 있었다.

 권력은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내가 이런 저런 생활의 변화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금융권력은 나의 지갑속을 가득 채워놓고 있었다. 어떻게든 내가 가진 이 얼마 안되는 자본 이라도 가져 가려고 노력하는 그들의 생리가 이제는 좀 징그럽기까지 하다.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안에서 살아 내야 하는 직장인의 삶은 그만큼 고단하고 힘들다. 

 나는 다시 카드를 하나 둘 꺼내기 시작했다. 가위로 잘라 버리기 전에 시간을 내어 해당 은행에 찾아가서 해지 신청을 하거나 인터넷으로 가능 한경우는 홈페이지에 찾아 가서 해지 하는 작업을 하나 하나 진행하고 있다. 정말 귀찮은 작업이다. 신청하는 것은 순식간에 해결 되지만 해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스스로 찾아 해야 한다. 

 직장인이 되기 전에 나는 이렇게 복잡한 것들을 모두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복잡한 것들에게 휘둘리는 삶을 겨우 겨우 살아 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 주변에는 내 삶에 별로 필요 하지 않은 많은 물건들이 쌓여 있고 나는 또 그 물건들에 휘둘리며 살고 있다. 쓸모 없는 이제는 쓰지 않는 카드들을 하나 둘 정리 하면서 이제 이 시스템에서 최대한 멀리서 살고자 한다.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그만큼 나의 삶을 더 온전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물건 버리기"라는 작업을 계속 진행 하다 보니 평소에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 왔던 것들을 좀 다른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 시각은 나의 삶을 다시 보게도 한다. 물론 지금까지의 삶을 바꾼 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걸을 한걸음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 가다 보면 언젠가 그 곳에 도착해 있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심정으로 오늘도 한걸음 내딛는다.

반응형

'jisung's 이야기 > 정리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향제 버리기  (0) 2018.06.01
통장 버리기  (0) 2018.05.31
옷 버리기  (0) 2018.05.29
텀블러 버리기  (0) 2018.05.28
메모지 버리기  (0) 2018.05.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