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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이야기/정리하기

메모지 버리기

by jisungStory 2018.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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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지 버리기 


 어린시절 교과서에서 읽은 '메모광'이라는 수필을 기억한다. 메모에 광적으로 집착하던 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잘 표현되어 있어 감명 깊게 읽은 글이었다. 그 이후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때 나도 그 분 처럼 메모에 집착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살았다. 아니 메모에 집착을 했으면 지금 보다 나은 사람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메모 보다는 메모하는 도구에 집착하는 생활을 해왔다. 

 그중에 대표되는 것이 포스트 잇이다. 외국의 기업에서 만든 혁신적인 메모지 그 탄생설화는 너무나 유명해서 마케팅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다. 우리나라 어느 문구점에 가도 쉽게 살 수 있고 이 메모지를 칭찬하는 글은 그 이름만 검색창에 써봐도 수천건은 될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 잇을 아무리 산다고 해도 훌륭한 메모광이 될 수는 없다. 

 메모는 직접 적어야만 한다. 이제는 '적는다'는 활동 보다 '입력한다'는 활동이 더 익숙한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귀찮아 사진으로 찍어서 보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제 메모는 예전 종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런 시대에서 포스트 잇은 점점 내 삶에서도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 이것도 버려야 겠다 마음 먹고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메모를 적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메모를 정리하는 것이다. 메모 한장을 통해 그때의 생각을 다시 떠올리는 것으로 그쳐서도 의미가 없다. 그 생각을 발전시켜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으로 키워 내는 것까지 이루어내야 그 메모는 진정한 의미를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메모의 수단과 수량에만 집착하며 살았다. 한번 적은 메모를 다시 찾아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마무리하고 예전의 메모를 뒤적여 봤을때 부끄러워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좋은 글감이 될 만한 것들도 꽤나 눈 띄였다.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는 것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이때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꾸준히 해왔다면 좀 더 나은 내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그동안 게으름과 지혜의 부족으로 갖추지 못했던 메모를 처리하는 나만의 흐름을 만들어 봐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무작정 적는 것이 아닌 일주일 혹은 이삼일에 한번이라도 그동안 적었던 메모들을 정리하고 그 기록들을 바탕으로 나의 생각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메모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찾아보니 집에는 내가 직접 산 것 부터 어디선가 판촉물로 받은 것 까지 수 종류의 포스트잇 메모지가 있었다. 어떤 것은 사용한지 몇년이 지나서 너덜 너덜 해진 것도 있고 어떤 것은 가끔 사용해서 버리기는 아까워 그냥 책상 위에 둔것도 있었다. 이번 기회에 그 것들을 정리해 버리려고 한다. 산지 얼마 되지 않는 메모지 하나만 두고 나머지는 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별 것 없는 하루의 생각들이 특별한 기억이 되도록 해줄 메모를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것 같아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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