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삶을 향한 인간의 의지
소설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어니스트 헤밍웨이입니다. 소설에 관심이 없었을 때는 그 이름이 그저 인용되는 한 명의 유명인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분의 문장을 접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이름을 들은 지 거의 20년 만에 ‘노인과 바다’를 읽어 보았습니다.
중학교 때 즈음이었을 까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노인과 바다’를 영화로 본적이 있습니다. 그때까지 제가 봤던 영화 중에 가장 재미없는 영화 중에 한 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아무런 갈등도 없고 긴장도 없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영화를 그 지겨운 영화를 끝까지 보고 계셨습니다. 채널 선택권은 부모의 권리인 만큼 저도 보기 싫지만 안방에 앉아 마지막 노인이 배에서 내리는 장면까지 같이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 장면이 그렇게 큰 울림을 주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이 소설은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 졌었고 소설도 너무 유명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내용을 알 고 있습니다. 심지어 분량도 짧아서 읽는데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 소설 자체가 인간의 삶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헤밍웨이가 표현한 낚시 라는 은유를 통해 저는 제 삶의 여러 장면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84일이나 생선을 잡지 못했던 어부가 그러했던 것처럼 오랜 기간 바랐지만 이루지 못한 저의 목표와 그렇게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의 성취감 그리고 그 성취감이 패배감으로 다가왔던 일련의 과정들이 노인의 바다 위에서 독백을 할 때 함께 스쳐 지나갔습니다. 상어 때의 공격으로 힘들게 잡은 물고기가 뜯겨 나갈 때에도 노인은 필사적으로 상어 때와 싸웁니다. 그 끝이 없을 것 같은 그의 투지와 의지를 통해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옵니다.
저 였다면 작은 배 위에서 아무리 큰 물고기라 하더라도 이틀을 끌려다닌다면 아니 단 두 시간이라도 끌려 다닌다면 고민 없이 낚싯줄을 끊어 버릴 것입니다. 배 위에는 이틀을 버틸만한 식량도 없고 큰 배도 아닌 작은 배에서 그렇게 큰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다가는 배가 뒤집힐 위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틀이나 물 위를 표류하며 기진맥진한 상태였다면 상어의 공격이 있을 때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어를 공격하다가 자칫 바다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더욱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은 그런 모든 위험을 알고서도 자신의 삶의 증거가 되어줄 청새치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노인과 바다 p 108 2번째 줄
자신의 덩치보다 수배는 큰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며 노인은 스스로를 다그칩니다. 그리고 그 독백안에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생에 대한 의지가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상어 때가 공격해서 나의 물고기가 뜯겨 나갈지라도 그 날의 삶의 싸움에서 포기하지 않고 생을 이어 나가는 것 그런 의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는 게 아닐까 합니다.
어릴때는 보지 못했던 이 소설의 매력을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갖습니다.
바다를 품은 노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소설 노인과 바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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