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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by jisungStory 2019.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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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재즈 시대 인간의 삶과 죽음

 

 ‘위대한 개츠비’로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처음 접하고 그분이 쓰신 작품들을 찾아보았습니다.  ‘낙원의 이편’과 ‘밤은 부드러워’ 등 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가장 눈의 띄는 것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였습니다. 이 작품이 눈의 띈 이유는 첫번째 영화화되어 대중에 알려진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짧은 소개 영상에서 본  벤자민 버튼 역에 캐스팅된 '브래드 피트' 그 분이 발산 하는 특유의 강렬한 눈빛이 잊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영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이미지가 저의 이 소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습니다. 

 처음 이 책을 발견했을때 잠시 장편 소설로 착각했습니다. 일단 책 제목이 소설의 제목과 같았고 저는 이 소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읽어 보고 나서야 이 소설이 단편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편집으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외에도 몇편의 단편이 함께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많은 단편들이 소개되어 있고 이를 통해 그분의 작품 세계를 좀 더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으로 이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자면  제가 보기에  이 작품은 3인칭 전지적 관찰자 시점의 소설입니다. 화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지만 사건의 전체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줍니다. 하지만 관찰자에 머무르지 않고 중간중간 등장인물의 내면에 대한 설명도 해주고 관찰자로서는 알 수 없는 그의 인생 여러 장면을 설명해줍니다. 그래서 단지 관찰자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지적인 느낌도 드는 화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스콧 작가님이 이런 화자를 설정하셨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시선을 통해 벤자민의 삶의 전체를 조망하는 기분으로 소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중에서

 

 벤자민은 일흔살의 노인의 모습으로 세상에 태어납니다. 그리고 태어나자마자 간호사에게 불평을 털어놓습니다. 흔들의자를 가져다 달라고 한다든지 태어나서 처음 본 아버지에게 여기서 데려나가 달라고 한다든지 일상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지만 우리가 흔히 만나는 어르신들의 말투가 그대로 이 대화 속에 녹아들어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누구냐고 묻는 아버지에게 벤자민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당연히 벤자민의 외모는 늙어 있지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설 전체를 통해 제가 가장 멈추었던 문장은 저 벤자민의 말이었습니다. 뒤에서 살면서 겪게 되는 수 많은 일들을 통해 세상이 얼마나 편견에 가득 차 있고 벤자민 자신도 그 세상 속에 살아가면서 모순적으로 살아가게 되는지 접하게 됩니다. 얼핏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우는 영웅적인 삶을 살 것 같지만 벤자민은 꼭 그랬던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거 그 수많은 모순과 함께 인간의 삶을 살아낸 한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벤자민의 삶도 저 말을 통해 저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저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 걸까요? 


 저는 어떤이의 아들이자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남편입니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 회사원이며 사회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시민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역할에 의해서 저의 정체성은 규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저를 무엇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살면서 얻게 된 하나의 역할일 뿐 태어나면서 제가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 태어난 이후 주변의 수 많은 이유에 의해 얻어진 정체성 외에 제가 태어나면서 부터 갖고 있던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태어나서 자기를 무엇이다라고 규정하지 못했던 벤자민처럼 저는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누구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벤자민은 성장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이 누구인지 대답하지 못한것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어느 시점에는 내적인 결론에 도달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생을 남과는 다른 존재로 살아가면서 경험해야 했던 세상의 수많은 모순들을 극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것들은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 속에서 적응해서 당연한듯 살고 있기 때문에 이상한 점들 보지 못하고 지나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알더라도 모른 척 살아가게 됩니다. 내가 지금 처한 문제들이 너무나 크고 벅차기 때문에 다른 문제들은 볼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정작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주변의 흐름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인간의 삶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임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설가들은 그들만의 뒤틀린 시각을 통해 허구의 세상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그 뒤틀린 세상을 통해 현실속의 독자들과 대화합니다. 어떨 때는 그 대화를 통해 독자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깨트리기도 하고 온전히 읽는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하면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갑니다.  소설은 결국 거짓말을 통해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일상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상상을 통해 현실을 돌아 보게 해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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