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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by jisungStory 2019.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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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가장 느린 독서로 읽는 시 

 추석이 지났습니다. 어른이 되면 추석은 풍요를 나누는 날이 아닌 휴일이라는 이름의 노동의 날이 됩니다. 며칠 전부터 추석에 쓰일 과일을 준비하고 친척들에게 드릴 선물을 준비합니다. 그날 입을 옷도 다시 골라 놓고 아침 일찍 본가로 향했습니다. 하루 종일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서로 나누고 인사하며 하루를 보내고 나면 녹초가 되어 버립니다. 갑갑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까지 다녀오니 저의 체력도 함께 달아나 버렸습니다. 멍해진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 커피 한 모금에 의지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다른 어떤 것을 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힘든 하루를 보내었지만 저는 일상으로 돌아 와야 했습니다. 매일 먹어야 하는 약처럼 매일 읽는 책들이 있었고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그득그득 들어찬 컴퓨터는 켜기 조차 망설여졌습니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 글을 쓰지 않으면 불안함이 엄습해 옵니다. 그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읽은 책들을 다시 뒤적였지만 읽은 책과 읽어야 할 책은 많이 있었지만 막상 글을 쓸만한 주제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힘이 들 때마다 꺼내어 드는 이 책이 다시 손이 갔습니다. 

이 책은 김용택 시인 이 시를 모아 출판한 시집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집과 달리 시집 옆 장이 비어 있습니다. 이곳에 시를 따라 적으며 읽어나가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드라마에서 이 책이 소개 되면서 유명 해짐 책이기도 합니다. 그때 배우의 목소리로 낭랑하게 읽어나가는 시 한 편이 아름 다운 영상과 함께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 이후 이 책을 꾸준히 읽어 나가고 있습니다. 시라는 문학이 줄 수 있는 주관적인 감상의 세계를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는 컨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입니다. 예전에는 아름다운 예술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수고로움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조선까지 갈 것도 없이 컴퓨터가 이렇게 널리 도입되기 전에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집을 벗어나 그 예술작품이 있는 곳으로 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이런 거리의 장벽을 허물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검색만으로 아름다운 작품들을 쉽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굳이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되며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원작이 주는 그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는 없겠지만 예전에 비하면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쉽게 소비되어 버린다는 단점도 함께 만들어 냅니다. 어렵게 찾아낸 것들은 수고스러운 만큼 소중하게 다루는 반면 쉽게 얻은 것들은 쉽게 잊혀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는 쉽게 잊히지 않아야 할 것들도 그렇게 소비되어 버린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작가의 인생 전체가 필요로 합니다. 그림 하나 영화 하나를 만들기 위해 그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애를 쓰지만 우리는 그 노력과 애씀을 단돈 몇 푼으로 쉽게 평가해버리곤 합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된는 이 시대에 시는 오히려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시는 소설이나 수필에 비해서 짧습니다. 덕분에 빠르게 이 시대의 짧은 호흡에 어울립니다. 짧은 문장과 비어있는 여백 속으로 많은 의미를 담아내는 시의 특성이 오히려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어 버리는 이 시대의 정신과 맞아떨어집니다. 시는 그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 사람들의 가슴속으로 시가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해 질식해 버릴것 같은 하루에서 한숨 쉴 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시가 해주곤 합니다. 매일 쥐어 짜이는 듯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모든 기운이 증발해 버린 이후에야 집으로 들어옵니다. 그럴 때 읽는 시 한 편은 그저 이 책 안에 있었을 뿐인데 저에게 위로가 되어 주곤 합니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농담 - 이문재 

 

 오늘은 이전에 필사 했던 시의 문장을 소개해봅니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는 것은 더 먼 곳을 가기 위한 준비 작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느린 독서의 방법을 알려준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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