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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공간이 만든 공간 - 건축으로 바라본 인류

by jisungStory 2020.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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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Ricardo Gomez Angel on Unsplash

공간이 만든 공간

 건축으로 바라본 인류

 인간은 세상을 이해할 때 저마다의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처음 텔레비전이나 태블릿 피씨를 만난 아이들은 뒤에 공간이 있는 줄 알고 뒷면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공간이 없다는 것을 확인 한 이후에 그 화면에 비치는 사물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 가지입니다. 특정한 정보나 기억들을 떠올릴 때 제일 먼저 머릿속에서는 그 기억과 연관된 공간을 상상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운동장, 군대에서 힘들었던 기억, 학교에서 공부했던 추억 모두 두뇌 속 공간을 상상하는 능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만큼 인류 어쩌면 생명에게 공간을 통한 세상의 이해는 필수적인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건축가 입니다. 집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공간은 “프레임” 의 역할을 합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공간”은 매우 강력한 도구로 작동합니다. 인간이 설계한 공간을 수없이 접하며 개선하기 위해 연구한 노력 덕분에 저자는 ‘셜록’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세상에 대한 통찰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상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공간을 통해 읽을 수 있는 맥락(context)을 읽어 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처음 “공간”만 바라 보고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특징을 파악해 내는 것은 신기 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인류는 탄생에서부터 “공간”에서 살아왔습니다.  그곳이 처음에는 공간이나 들판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착생활을 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인간은 “집”이라고 그 공간을 이름 지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주거만을 위한 공간만 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모을 공간도 필요했습니다.  결국 다양한 형태의 “건축”이 생겨 났습니다. 그리고 그 다양한 “건축물”들은 인간의 다양한 생각을 담는 역할을 했습니다. 

공간이 만든 공간



 “공간”은 단순히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요소중에 하나만으로 역할하지 않습니다. 저자가 소개한 연구자료에는 흥미로운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집의 층고”와 “창의력”과의 상관관계입니다. 층고가 높을수록 더 창의적인 생각들이 많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인간의 생활을 보조해주는 ‘집’이 아니라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공간에서 태어나 자란 인간은 그 공간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삶에 있어서 환경과의 상호작용은 필수적입니다. 인간 뿐만 아니라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게 통용되는 원칙입니다. 그 가운데 공간은 우리가 인식하는 범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 중하나입니다. 하지만 공기와 마찬가지로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공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타인이 설계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타인이 만든 공간이 아닌 개인의 삶에 맞추어 공간을 설계하고자 하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에 맞게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자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개인의 공간에 대한 인식이 발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공간”과 함께 해온 인류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인류가 살고 있는 건축물들이 어떤 환경적 요소에 의해서 설계 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인류의 지혜와 그 지혜에 기초해서 발달하게 된 철학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환경적 철학적 인식을 이해하고 있다면 세상을 좀 더 폭넓게 그리고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지식을 이해하고 있는 저자가 공간을 통해서 세상을 어떻게 통찰할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조선시대 지식인의 책과 현대의 책을 교차로 읽어서 그런 감정이 들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과 백년전에는 접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지식들이 이제는 책 한 권 살 돈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지리적 특성상 새로운 지식이나 환경을 접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통하거나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야 했습니다. 지금과 같이 교통수단이 발달되고 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시대에 이르러 서야 다양한 문화적 환경적 조건들이 융합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진 것입니다. 

“인간과 기계의 융합,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 실제와 가상의 융합이 절실한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이 차원을 뛰어넘는 새로운 생각이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창조적인 영감은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P. 404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계속 궁금했습니다. “공간”과 “인간”의 유기적인 연관성을 단순히 설명하기 위해서 인류 문명의 수많은 흔적에서 부터 현대의 건축가까지 저자의 거의 모든 기술적, 인문학적 경험을 모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책을 쓰는 일은 고된 일입니다. 그 고됨을 견디고 이 책을 쓴 이유가 위의 문장에서 설명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사회에 뿌리 깊게 내려 있는 수많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공간”의 융합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의 한국이 공간은 분절 되어 있습니다. 아파트가 위아래로 높게 쌓여지면서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간의 소통은 끊겼습니다 수직적인 구조는 인간의 사고도 수직적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일하는 공간과 생활의 공간이 멀어짐으로써 얻어지는 효용도 있지만 교통체증 같은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이 외에도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공간의 분절이 이 사회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 중에 하나라고 저자는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선후 관계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공간”이 나누어져 있어서 갈등이 생긴 것인지 “갈등”이 있어서 공간이 나누어진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 100년 상상하기 힘든 고난이 이 나라에 있었고 그 고난안에서 성장을 위해 돌아보지 않고 달렸던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나있습니다. 그 깊은 상처는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 그리고 각기 다른 시간에 생긴 채 아물지 못하고 그 위에 다시 상처를 입으면서 더욱 깊어졌습니다. 하지만 달리느라 바빴던 사람들에게 돌볼 시간은 없었습니다. 

  이제는 그 상처로 인해 더이상 달릴 수 없는 순간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부터 각종 경제 지표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발생하고 있는 갈등은 세대 간 계층 간의 각종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그 갈등의 골은 너무 깊어서 마치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자는 아마도 이런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갈등을 공간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강의를 통해 학교 공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강의를 하고 이런 책을 저술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하나의 완전한 해법은 존재 하지 않습니다. 갈등이 쌓인 시간만큼의 노력 혹은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겨우 하나의 갈등이 해결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됩니다. 그런 희박한 가능성을 두고서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 것 못 본 채 하고 지났던 시간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은 해결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공간을 통해 인간을 바라볼 수 있었던 “공간이 만든 공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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