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그것은 사람 때문이었다.
한때 우리나라도 기아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했던 적이 있습니다. 전후 거의 모든 생산 기반시설이 파괴된 이후 그것을 복구하기 전까지 한국은 외국의 원조의 의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난의 시간을 뒤로하고 산업화에 성공한 한국은 외국의 원조에 기대지 않고 이제는 기아에 힘들어하는 국가를 도울 수 있는 수준까지 도착했습니다. 저는 배고픔을 겪으며 자라난 세대가 아니라 ‘기아’의 무서움을 체험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식량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한국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무역국가로 거듭난 덕분에 이전에는 돌보지 못했던 ‘기아’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여유가 없는 나라에서는 아직 식량 문제는 한 생명의 삶의 기회를 결정하는 문제입니다. 드넓은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국가들이 아직 기아를 해결하지 못해 많은 생명들을 잃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기아’가 왜 발생하는지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내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아들과 아버지로 친근한 대화 속에 잔인한 현실을 차분히 설명해 나갑니다. 설명 속에서 등장하는 많은 국가들과 인물들은 마치 소설 속의 등장인물처럼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 언젠가 우리의 선조들도 겪었을 그 잔혹함 속으로 들어갈수록 가슴 저 끝에서 답답함과 저릿한 통증이 몰려옵니다.
소개되어 있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살바도르 아옌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1970년 칠레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인물입니다. 그의 집권 기간은 고작 삼 년뿐이었으며 그 마저도 군부의 쿠데타에 의해서 끝났습니다. 그 기간 동안 그가시행한 정책 중에 이 책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것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고작 어린이들에게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우유를 정부에서 공급하려고 했던 것뿐인데 이는 강대국의 반대와 거대기업의 반대로 인해 무산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쿠데타로 인해 칠레의 개혁은 멈춰버렸습니다.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도 이와 비슷한 처지라고 합니다. 오랜 식민 통치로 인해 국토는 황폐해져 있고 그 어떤 인프라도 기대하기 힘듭니다. 거기다 환경파괴로 인해 사막지역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어 경작할 땅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지역에서는 끊임없이 내전이 발생하고 일부 선각자들에 의해서 갖추어진 시스템마저 쉽게 무산되어 버립니다. 그 어떤 외부의 원조도 이런 무장조직들에 의해 가로막혀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지 못한다고 합니다.
책을 읽어 나가는 내내 답답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책 속의 현실은 수십 년 전 한국에서 벌어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과는 달리 그곳의 국가들은 아직 그 국가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수십 년이 흘러 여기까지 도착해 버린 것입니다. 이 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도 답답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 당장 제가 할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제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주제넘는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인사이드 빌 게이츠’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업가중 한 명인 그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IT기업을 만들어낸 그가 요즘 하고 있는 일은 아프리카의 소아마비 백신을 공급하는 일이었습니다. 나이지리아에 어린이들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공급하는 것이 무엇이 어려운 일일까 싶지만 끊임없이 내정 불안으로 안전이 확보 되지 않는 곳에 어린이들에게 백신을 공급하는 일은 그렇게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엄청난 자원을 투자 했지만 끊임 없이 실패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지혜와 사람들의 지혜를 끌어 모아 다시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제작자와의 인터뷰에서 빌 게이츠는 이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은 그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최적화(optimization)하기를 바란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 순간 그가 슈퍼 히어로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에 영웅이 있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사람들을 구하는 데 쓰는 것 그것이 영웅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 세상의 진짜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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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빌게이츠
https://ko.wikipedia.org/wiki/%EC%82%B4%EB%B0%94%EB%8F%84%EB%A5%B4_%EC%95%84%EC%98%8C%EB%8D%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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