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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피싱

by jisungStory 2018.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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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인간과 바다 그리고 물고기

 고고학이라고 하면 저에게는 역사속 진실을 파해치는 모험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린시절 봤던 ‘인디애나 존스’ 영화속 주인공 처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그 누구도 보지 못한 세상을 찾아 다니는 그런 모습 말이죠. 하지만 그것은 어디 까지나 영화속 이야기 일뿐 현실에서 고고학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살면서 한번도 고고학자를 만나 보지 못해 추론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고고학을  간접적으로 나마 체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고고학 책을 읽는 것입니다. 책은 언제나 다양한 세상을 소개 시켜 주는 창구가 되어 주는 고마운 존재 입니다. 


 이 책을 처음 소개 받은 것은 ‘직장인의 책읽기’라는 팟캐스트를 통해서 입니다. 평소에 책읽을 시간이 부족한 저에게 감사한 팟캐스트 방송인데요 여기서 소개된 책들이 유익하고 유니크한 것들이 많아 자주 찾아 듣는 방송입니다. (혹시 용팀장님께서 보실지 모르겠지만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 이 방송에서 오래전 소개 받았지만 읽어야될 책들이 한가득 쌓여 차일 피일 미루다가 이번에 서점에서 모셔 온 책입니다. 서점에서도 한권 밖에 없어 자칫하면 재고 부족으로 만나지 못할 뻔한 책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제목 처럼 ‘피싱(Fishing)’ 낚시를 통해 인류사를 고찰해보는 독특한 관점의 책입니다. 낚시는 어린시절 부터 아버지를 따라 이리 저리 다니기는 했지만 재능이 없어서 인지 제대로 생선은 낚아 본것은 나이가 들어서 입니다. 고등어낚시를 숙부님과 가서 몇마리 잡아 봤었는데요, 그 낚는 순간의 독특한 느낌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 낚시를 통해 인류사를 조망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는데 우리의 삶 주변에 당연하게 있는 것을 다시 한번 바라 보게 되는 것이 인문학의 효용인것 같습니다. 


  우리는 농업혁명을 통해서 지금의 산업사회가 되는 토대가 되었다고 배웠습니다. 일전에 읽었던 사피엔스의 유발하라리는 이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기도 합니다만 그 견해와 별도로 이미 지나간 역사 속에서 농업이 인류에게 미친 영향은 컸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농업은 현대의 농업과 많이 달라서 그 해의 기후에 따라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왕조국가인 조선만해도 농업을 산업의 기반으로 삼고 중시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뭄과 기근에 관한 기록은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을 통해서 보면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상상하기 힘든 정도 입니다. 어느 경우는 마을 전체의 사람들이 기근으로 죽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농업에 기댄 식량 생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식량 공백기간에 대안이 되어 줄 수 있는 수단은 바나나 강에서 어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산에서 나는 나무 껍질이나 산나물로 춘궁기를 지냈다는 기록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인류라는 종이 살아남기에는 부족했을 것입니다. 그 식량 공백기를 채워준 것이 바로 어업 , 낚시 입니다. 


 바다에서 나는 많은 종류의 생선들이 인류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많은 기록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록 이전의 못습을 찾아 보는 것이 이 고고학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기록에 남지 않았지만 수 많은 증거들을 토대로 그들의 삶의 모습을 추론해 보는것 어쩌면 소설 같은 이야기 처럼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 소설이 우리가 공감할 수있는 타당한 근거를 토대로 만들어 졌다면 설득의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질문을 던지는 문장들이 많이 나옵니다. 아마도 고고학자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이겠지요. 그리고 그 질문의 타당한 답을 찾기 위해 수 많은 근거들을 불러 옵니다. 그 지역의 기후, 생태, 사람들의 습성, 전투의 흔적, 사용했던 창의 모습 등등 셀 수 없는 많은 지식들이 모여져서 그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를 재구성해 나갑니다. 마치 여러가지의 조각을 합해서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퍼즐 처럼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그 지식의 깊이를 가늠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 지식들을 모두 주워 담는 것은 힘들고 제가 집중한 것은 이 학자 님께서 질문을 던지는 방식입니다. 


베링기아와 아메리카 대륙 양쪽에서 고기 잡이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p.155

  질문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결국 핵심은 단순합니다. 물고기가 이 지역의 사람들에게 어떤 역활을 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지역의 그 당시 날씨와 유물들 그리고 거기서 잡히는 물고기의 어종들 다양한 조각들을 퍼즐을 맞추듯이 하나 하나 맞추어 나갑니다. 사실 여기서 소개 하는 대부분의 지식들은 우리나라의 생태와는 너무 동떨어진 것들이라 상상하기 힘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조각들을 하나 하나 찾는 과정을 바라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안풀리던 수학 문제를 공부잘하는 친구가 대신 풀어주는 걸 지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책을 읽는 내내 시원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 삶에서 아마도 이 책에서 읽은 지식을 바탕으로 먹고 살 일은 없을 겁니다. 심지어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물고기 잡이를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어른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쓰는 순간 부터 세상은 뻔해지고 재미 없어지기 시작합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힘들때는 이런 시야를 넓혀 주는 책을 읽어 주는게 저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을 낯설게 대할 수 있을때 즐거움과 동시에 한걸음 더 올라 서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때로는 내 삶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책을 한번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즐거운 경험이 되어 줄지도 모릅니다. 익숙한 세상을 다르게 바라 볼 수 있는 책 

피싱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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