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교양
지금의 시험도 마찬가지 겠지만 저는 객관식으로된 문제로 평가 받으며 자랐습니다. OMR이라는 답안지에 검은색 싸인펜으로 맞을지 틀릴지 모를 답을 까맣게 칠하던 시험의 순간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혹시나 잘못 표기할까봐 긴장하며 답을 했더랬습니다. 물론 그런 긴장의 순간들이 저의 내적세계를 구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너무 편중되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세상은 객관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주관식이지요.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 사람과의 대화는 어떤 정해진 틀에 의해서 흘러가지 않습니다. 이 말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대충 예상은 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그 준비가 의미있게 사용되지는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럴때는 허탈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세상은 원래 그런 곳이니까요. 내일을 예상할 수 있는 도구를 아직 인류는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마음의 평화를 위해 몇가지 역사적 기록들을 통해 간략화 시켜 둔 것들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불완전한 인간의 도구일뿐 내일 이 지구에 무슨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가 없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미래를 예측해 내는 통찰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 많은 경험을 통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을 준비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통찰이 정해진 답을 쫓아서는 길러지는 것이 아닐 겁니다. 수많은 경험을 직접 해쳐나가면서 길러지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라틴어 수업을 읽으면서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언어라는 분야는 그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라틴어는 그 문법 체계가 너무 어려워 배우기 힘든 언어입니다. 그럼에도 라틴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그 문법을 익히기 보다 현실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그 이야기를 따라 가는 것이 언어를 배우는데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들과 결합되면서 그 언어는 비로소 생명을 얻는 것이지요. 요즘에 실생활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라틴어를 아직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의 열정을 통해서 아직 라틴어는 우리의 인식속에서 살아 있는것입니다.
시민의 교양에서 말해주는 것은 교육에 관련된 하나의 내용이 아닙니다. 채사장님은 인터뷰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에 걸맞게 전작인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2권에서 다양한 사회현상을 채사장님의 시각에서 간략화 시켜서 보여 주셨고. 이 시민의 교양에서 미래편까지 더해서 나름의 통찰까지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 들여질 수 있도록 글을 썼다는 점이 채사장님의 장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라 보는 나만의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인데요. 채사장님의 시각을 통해 나만의 시각을 길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현실을 바라보는 인문학 '시민의 교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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