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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by jisungStory 2018.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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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아주 오랜전에 읽은 책입니다. 본격적으로 블로그 리뷰를 시작하기도 훨씬 전에 읽은 책이라서 잊고 지냈습니다. '시민의 교양'을 다시 꺼내어 읽고 이 책이 떠올라 다시 읽었습니다. 왜냐하면 인문학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팟캐스트 보다는 책으로 먼저 채사장을 접한 케이스라서 팟캐스트를 듣고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대부분 팟캐스트의 이름을 딴 책은 그 팟캐스트에서 다룬 내용을 대화의 형식으로 정돈하여 내는 것이 보통인데 방송은 책과 완전히 다른 형식과 어조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 방대한 내용을 간략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 였습니다. 

  방송을 통해 들은 내용이지만 이 책은 채사장이 사고 이후 쉬면서 이주만에 썼다고 합니다. 자신이 세상을 바라 보는 방식을 정리하기 위해 썼다고 하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관점이 저는 신기했습니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져 있는 많은 개념어들을 각 인문학적 카테고리로 분류한 다음 한두줄로 혹은 비유를 통해서 정의하고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등장하는 역사의 부분은 역사를 좋아 하는 한사람으로서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고대 부터 근대 까지 한 챕터로 후려치며 장수로는 45장 페이지로는 90페이지 안에 모든 내용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야 말로 곁가지는 모두 후려치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겨 놓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앙상하게 남은 뼈대를 통해 그 전체의 형태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효과를 얻습니다. 다른 예시라든지 다른 이론과의 비교 들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고 독자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독서 경험이 됩니다. 

 지금의 너와 나 뿐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사람들까지 아울러서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공통분모, 그것을 교양, 인문학이라고 부른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p.5 프롤로그

 채사장님의 인문학에 대한 정의는 위와 같습니다. 교양을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저와는 조금 관점이 다른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인문학이 '인식의 저평을 넓혀 주는 것'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교양을 넓혀 주는 것들이 저에게는 인문학이고 채새장님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지식을 인문학이라고 보는것 같습니다. 조금의 차이이긴 하지만 앎에 대한 입장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에 어떻게 정의하든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적 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은 무엇인가? 답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내가 발 딛고 사는 '세계'에 대한 이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p.6

 쉽게 쉽게 말하는 것이 채사장님의 특징입니다. 어쩌면 진리는 쉬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하는것 현실에 옮겨 놓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아직 인류가 알지 못하는 세상도 너무나 많습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수만광년 떨어진 곳에도 지구와 같은 별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요. 어쩌면 인간은 세상을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유한성을 타고 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로 부터 자연을 이해하고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힘이 생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 교양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앞의 내용만으로 이야기를 길게 했는데요 프롤로그의 정의만 볼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접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언어들에 대해서 도장깨기를 하듯이 채사장님은 정의하고 넘어갑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 보수와 진보, 개인주의 와 집단주의 등 단순한 대립논리로 진행해서 점점 더 확장된 개념을 덧붙임으로서 세상을 구성해 나갑니다.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중에 하나가 그렇게 기본으로 부터 시작해서 가지 뻗치듯 이해를 넓혀가는 방식이겠지요. 방송만 재밌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의 구성도 재미있게 하시는 분인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보수와 진보를 정의하는 부분이 었습니다. 이 오래된 프레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현실에서 보수와 진보는 뒤섞여 있으니까요. 특히 우리가 정치 뉴스에서 바라 보는 보수와 진보에 대한 관점은 특히나 모호합니다. 저사람이 보수 정치인인지 진보 정치인인지 정당의 색깔만 가지고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진보인지 보수인지를 구분하기 전에 우선 내가 진보인지 보수인지 아는 것도 어렵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부터 '너 자신을 알라'며 아테네를 휘젓고 다녔지만 정작 그 가르침을 실현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저 조차도 제가 보수인지 진보인지 스스로 정의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선 책의 이론적인 보수와 진보의 구분법을 알아 보면 세계관과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부터 출발합니다.  보수는 세상을 바라 볼때 안정적으로 바라 보며 문제가 발생 했을때 개인의 책임에 비중을 둡니다. 반면 진보는 세상을 불안정한 것으로 바라 보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시스템에서 부터 문제를 찾으려고 합니다. 세상을 바라 보는 두 관점이 발전하여 지금의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나타내었다고 하는 군요. 

 예를 들면 취준생이 취업을 못하는 것을 개인의 능력 부족의 문제로 볼것이냐 아니면 사회의 일자리의 부족을 문제로 들것이냐 하는 것으로 후려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상황에 따라 양쪽에 다 문제가 있을수도 있고 한쪽에만 문제가 있을수도 있겠지요. 결국 이것은 개인의 주관적이 성향에 따라 해결책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해결을 위해 대처하는 사람의 태도가 그 사람의 성향을 나누는 것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이 제시하는 시각으로만 세상을 바라 보며 살았습니다. 부모님의 말씀과 선생님의 말씀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불만이 쌓입니다. 하지만 그 불만이 무엇때문인지는 스스로 알아채기가 어렵습니다. 그 세상안에서는 문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조금만 내가 사는 세상을 벗어나서 나의 문제를 관찰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나의 문제점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문제점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들은 그것을 어려운 말로 메타인지 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그런 어려운 단어들을 떠나서 나를 타인의 관점으로 바라 보는 경험을 주는 것이 이런 인문학 책을 읽는 독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 봄으로서 자신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독서는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의미있는 활동입니다.

오랫동안 '지대넓얕'의 팬으로 살아 오다가 방송이 쉬고 있는 요즘에는 조금 쓸쓸하게 다른 팟캐스트 방송을 기웃거리는 지대난민의 한사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조금 오래 지났지만 그래도 채사장님의 책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을 제시한 이 책에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저작 활동 이어 나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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