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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라틴어 수업

by jisungStory 2018.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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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제가 라틴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시오노 나나미 작가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부터 입니다. 그 때가 20대 초반이어서 그랬는지 '로마인 이야기'속의 로마는 엄청난 제국이자 매력이 넘치는 나라로 느꼈습니다. 그때 부터 지금까지 저는 유럽을 가본다면 꼭 로마를 한번 들르고 싶다. 라는 욕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꿈이지만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지금의 로마에서는 '이탈리아어'를 사용하고 있겠지만 고대 로마의 언어는 라틴어 였다고 합니다. 그때 부터 저는 라틴어를 배우려고 이리 저리 기웃 거려 봤지만 그 당시에는 관련된 책도 없었고 또 제 삶이 바빠 금새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서점을 기웃거리다 서가에 진열되어 있는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을 발견했을때 잠시 시공간이 멈추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글로 '라틴어 수업'이라고 적힌 책은 저에게 '이건 사야해'라는 말을 거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모셔오게된 책 입니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하게 잘 읽은 책입니다. 

 이 책은 한동일 교수님께서 서강대에서 강의하신 내용을 정리하여 책으로 편찬한 것입니다. 초급 라틴어 수업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문법이라든지 언어 그 자체의 내용보다는 라틴어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철학을 통해 그 이해를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계십니다. 이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대학가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책을 읽어 보면 왜 그랬는지 금새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학생시절 언어 공부라고 한다면 당연 문법부터 시작해서 지겨운 단어외우기 까지 재미라고는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는 그리고 어디에 써야 할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언어 수업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국어라면 매일 사용하니까 실용성이라도 있었지만 영어의 경우 듣기평가를 할때 외에는 쓸곳도 없는 영어를 중요하다는 이유하나 만으로 외우게 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제가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서야 영어는 겨우 몇마디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외국어 수업은 철저하게 암기 위주 시험위주로 왜곡되어 있습니다.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대학생들에게 이미 사어가 되어버린 라틴어 수업이 인기가 있었다는데는 의미가 있습니다. 

 깊은 공부를 하신 한동일 교수님의 역량이 중요한 요인이었겠지만 그 언어가 생긴 이유와 그와 관련된 역사적 이야기를 버무려 소개하는 방식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간혹 선생님들께서 곁들이는 이야기로 해주시는 경우는 있지만 강의 구성 전체가 스토리 텔링의 성격을 띄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주입식 교유을 받아온 학생들에게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풀어 주시는 교수님의 수업은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너무 감사할 정도 였을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는 저로서는 그저 상상으로 그 강의 장면을 그려 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군요. 

 물론 이렇게 책으로나마 그 강의를 접할 수 있어서 저 역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장을 뒤져 보니 제가 오래전에 산 '카르페 라틴어(종합편)'의 저자도 역시 한동일 교수님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라틴어 공부를 하고 싶어서 작년에 서가를 기웃거리다 읽어보고 내용이 너무 괜찮아서 이 책은 사야 겠다라는 생각으로 샀던 책이었는데 어떻게든 인연이 있었던 책인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제가 이 책에서 가장 감명깊게 읽은 문장은 너무 많아서 하나를 뽑는 것이 의미기 없을 정도 입니다. 이런 강의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던 학생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각 장에서 주요 라틴어 문장들이 등장하고 그 문장들에 얽힌 철학과 역사적 사건들이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그래도 제가 오늘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문장은 다음 문장입니다. 

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공부한다.

라틴어 수업 p.51


 공부를 왜 해야 할까요? 공부는 정말 힘듭니다. 이렇게 매일 책을 읽고 그에 관한 리뷰를 쓰는 것도 습관이 돼서 겨우겨우 하는 것이지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다시 일터로 나가는 것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피곤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공부를 하는 이유는 바로 제 인생을 위해서 입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준비로 그리고 더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꼭 그 풍요로움이 돈을 의미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배움으로써 그 자체로 즐겁고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정약용 선생님의 편지에도 아들들에게 당부하는 말에 저 라틴어 격언와 같은 의미의 문장을 접한적이 있는것 같습니다. 동서양을 넘어서 배움이 지니는 의미는 남다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대해 소개 하고 싶은 장면은 아래의 사진입니다. 


 대부분의 책은 첫장을 간지로 소비해버립니다. 아무 내용이 적혀있지 않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펼치자 말자 만나게 되는 저자의 손글씨는 묘한 감동을 선사해 줍니다. '아 ~ 이 책은 정말 정성들여 만들어진 책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습니다. 

 오늘 혹시 제 글을 읽으신 분들 이 '라틴어 수업'을 통해 읽고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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