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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

by jisungStory 2018.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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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

 
 정약용 선생님을 알게 된것은 아마 학교의 교과서 부터 였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때는 이 분에 대해서 깊게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정약용 선생님이 쓴 '목민심서'가 대표적이다. 이분의 업적으로는 화성 건축 같은 것들이 있다. 정도 였습니다. 많은 내용을 다루는 교과서에서 한 인물에 대해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그런것이 전부 였겠지요. 그리고 현대의 한국을 살고 있는 사람이 정약용선생님의 저작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조선시대의 한자로 쓰여진 그 분의 책을 읽더라도 무슨 뜻인지 독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한글로 번역되어 씌여진 책들이 많이 나와 있어 그 분의 저작을 만나기 쉬운 편입니다. 그래도 손이 잘 가지 않는 책입니다. 

 제가 정약용선생님에 대해서 진지하게 알아보기 시작한 것은 아마 정민 교수님이 쓰신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이라는 책을 통해서 였을 겁니다. 고등학교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책을 사서 상당히 열심히 읽었습니다. 아마도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당대의 천재라고 불리웠던 정약용선생님의 공부법을 배우고 싶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적향상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고 그 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는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수많은 컨텐츠에서 정약용 선생님이 소개되면서 최근에는 그나마 대중에 많이 소개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읽은 책은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라는 책입니다. 제목처럼 정약용 선생님은 정조 사후 신유사화로 유배를 받고 강진으로 떠나게 됩니다.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조선시대의 도로사정과 죄인이라는 신분으로 그 먼길을 떠나야 했던 정약용 선생님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상상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분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다 보면 그 담담한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폐족의 자손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무엇이겠느냐? 오직 독서, 한가지 길 밖에 없다. 독서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다.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 p.13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조선사회에서 출세의 길은 오직 한가지 과거 시험을 통해 관직에 나가는것입니다. 그것마저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것은 아니었고 양반이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에게만 한정된 기회였습니다. 물론 초기에는 중인들에게도 일부 그 길이 열려있었지만 후기로 갈수록 사회는 경직되고 그런 기회들은 점점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양반들도 갖은 수단으로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불법과 편법으로 관직을 차지하고 있어 돈이 없는 양반들은 그 자리를 얻기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한데 아버지가 죄인인 사람들의 출세길은 끝났다고 보는게 옳겠지요. 그런데도 정약용 선생님은 아들에게 독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수단으로서의 공부가 아닌 인격수양으로서의 공부를 하기를 바라셨던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과거 시험을 위해 책을 외우고 시를 짓는 것은 수동적인 공부에 불과 합니다. 저도 삶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교과서에서 시험을 치기 위해 외웠던 영어단어와 수학문제들은 실제 생활에서 활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삶에서 활용하기 위해 배운 컴퓨터 기술과 관심이 있어 읽어 두었던 책들은 시간이 지나도 저의 기억속에 또렷이 새겨져 있습니다. 공부의 방향은 다른 사람의 평가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한 곳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지만 실행하지 않는 가치 입니다. 정약용 선생님은 그 변하지 않는 진리를 아들들에게 가르치려고 하신 것은 아니었을까 합니다. 

 나는 젊었을 때, 새해가 되면 일년동안 공부할 과정을 계획했다. 예를 들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그을 뽑아 정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꼭 그렇게 실천했다. 간혹 몇 달 뒤에 사정이 생겨 그 계획이 어그러지기도 했으나, 좋은 일을 행하고자 했던 생각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뜻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p. 34


 위의 문장으로 미루어 보아 정약용선생님도 당대 책들에 리뷰를 많이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 책의 문장을 뽑아서 정리하고 그 문장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면서 공부를 하셨던 것이지요. 아마도 변하지 않는 공부법이 독서이고 그 독서 만이 자신을 발전시켜 주는 길이라고 여기셨던 것 같습니다. 

 책의 초입에는 아들들에게 건내는 진심어린 아버지의 말씀이 절절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음 가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녹아들어 있습니다. 아버지의 입장으로 아들들에게 할 수 있는 말들입니다. 혹여 아들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잘못된 길로 빠져들까 노심초사 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지금이야 전화로 심지어 화상통화 까지 가능한 세상이지만 조선에서는 거의 유일한 통신수단이 이 편지 였을 것입니다. 그나마 그 편지도 몇달에 걸쳐 한두통 겨우 전해질까 말까한 것이어서 그 간절함이 더 했을 것입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아들이 아닌 다른 분들에게도 보낸 편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편지의 면면에 정약용 선생님의 철학이 녹아들어 있어 천천히 다시 읽거 보고 싶은 구절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우에게 보낸 편지 제자에게 보낸 편지등을 통해 어떻게 공부하고 그 책을 어떻게 이해하셨는지 그 단편들을 추측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생각보다 얇은 책이어서 읽는데 시간이 그렇게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여운이 길어서 다음 책을 펼치기가 망설여 집니다. 잠시라도 이 책에서 느낀 여운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언제든지 마음이 불안할때 다시 꺼내어 읽고 싶은 책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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