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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실용서

여행의 이유 - 아무것도 아닌자

by jisungStory 2019.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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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여행의 이유

아무것도 아닌자

 독서라는 취미는 생각보다 바쁩니다. 책에 대한 충동구매를 취미라는 고상한 핑계로 정당화시키며 책을 샀다는 이유로 읽어내기 위해서 쉬는 시간을 모두 써야 합니다. 새로운 책은 계속 나오고 훌륭한 고전은 쌓여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어렵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혼자서 바쁘게 지내는 것이 바로 '독서가'라는 사람입니다.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집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일단 읽던 책들을 다 읽은 다음에 사야겠다고 구매 욕망을 좀 다스린 다음에 이번에 책을 주문할 때 검색해 봤더니 절판이었습니다. 신간이 절판이라니….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다른 책만 구매했고 우리나라의 발달된 택배시스템은 하루 만에 배달을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집과 첫 인연은 어긋나 버렸습니다. 

 더운 여름을 보내는 것은 저 같은 실내생활 선호자에게는 가혹한 일입니다.  외출을 꺼리는 저를 아내는 친절하게 에어컨이 나오는 백화점으로 외출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설득했습니다. 물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둘째의 옷을 사려는 목적도 포함해서였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의무를 저버릴 수 없어 백화점으로 차를 타고 카시트에 답답하다고 우는 아이의 목소리를 견디며 운전했습니다. 다행히도 백화점은 시원했습니다. 식당 음식은 비싸고 맛없었지만 그래도 시원하고 잘 준비된 휴게공간에서 이리저리 구경 다니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요. 저는 백화점에 있는 서점에 들를 타이밍을 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짧은 틈이 생겼습니다. 책을 여유있게 읽고 고를 만큼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잠시나마 아이를 데리고 들른 서점에서 책 몇권을 골라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살 책을 미리 정리 해둔 덕분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재 발간된 '여행의 이유'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서점에 들르지 않았다면 또 이 책을 사기까지 두 세달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짧은 외출에서 우연히 만난 책은 저에게 많은 여운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김영하 작가가 여행을 통해 경험한 것들을 수필의 형태로 정리한 것입니다.  작가라는 직업은 필연적으로 여행을 떠나야 하는 것인가 봅니다. 많은 작가분들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시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한국과는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스스로 고립되기 위해서 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첫 수필에서 김영하 작가님은 새로운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중국행을 결정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짧은 중국 여행에서 경험한 것들을 통해서 자신의 경험과 함께 여행에 이유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 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여행의 이유 p51 

 

소설가는 이야기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합니다.  이야기 속에 자신의 생각을 녹여내기 때문에 상징과 비유로 표현하는데 익숙합니다.  김영하 작가님도 소설가로서 현실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 많은 소설적인 방법들을 사용하셨습니다.  그런 소설적인 기법들이 작가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명확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주제가 김영하 작가님을 더 솔직하게 만들어 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작가이지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작품 활동을 하시고 스스로도 여행을 매우 좋아 하시기 때문입니다. 아마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는 활동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 않을까 추측 해 봅니다. 

 

‘아무것도 아닌자가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P179 15 번째줄

 

 여행을 떠나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어떤 이들은 휴식을 위해 어떤이들은 배움을 위해 떠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국이 아닌 타국에서는 결국 우리는 다른 정체성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것은 ‘여행자’라는 정체성입니다. 그리고 그 '여행자'안에는 낯설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타국에서 여행자는 잠시 다녀가는 사람일 뿐 혹은 돈을 경험으로 치환하기 위해 온 사람일 뿐 어떤 의미를 갖기 힘듭니다. 다녀간 뒤에는 금방 잊혀지겠지요. 여행자라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하지만 그 여행자는 여행을 다녀왔다는 기억을 얻게 됩니다. 여행을 통해 경험한 낯설음은 꽤나 강한 기억을 만들어 냅니다. 

  언제나 그 낯설음은 익숙함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낯설음을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새로운 곳이 주는 생경한 경험은 우리의 삶이 안정하기만 한것이 아니라는 것을 피부를 통해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동안 안전한 나의 둥지 안에서만 살아 무뎌졌던 감각들이 살아나게 해 줍니다. 물론 그런 생경한 경험이 나의 삶을 긍정적으로 나아가게 해 줄지 부정적으로 가라앉게 해 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여행을 꿈꿉니다. 

 

 지난 여행의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여행의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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