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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과학서

이기적 유전자#2 - 유전자에서 인간으로

by jisungStory 2019.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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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2

유전자에서 인간으로

 이 책에 대한 첫 글을 쓰고 나서 많은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면 지금의 인간 사회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세상은 실존하지 않는 신뢰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신용카드도 화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발달된 금융시스템과 더불어 이 사람이 다음 달에 돈을 갚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때로 그런 신뢰를 무너뜨리고 도망가는 사람이 발생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극히 예외적인 일이며 그 일이 발생했을 때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되어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유전자의 명령으로 자신의 생존만을 중시하는 세상이었다면 인류는 과연 문명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이런 의문에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타적인 행동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개체의 생존에 매달린다면 아마 이런 이타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지요. 유전자의 생존의 관점에서 움직인다면 이런 이타적인 행동이 이해가 됩니다. 나의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나의 자식을 위해 내가 희생될 수 있다. 라는 개념입니다. 그런 유전자의 이기적인 이타성을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동안 머릿속에 어렴풋이 자리 잡고 있었던 삶의 여러 경험들이 이해가 됩니다. 

 이렇게 어려운 책을 읽는 이유는 이 저자가 서술하는 통찰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기 위해서 입니다. 저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스스로가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제한적인 정보만으로 상대방을 파악하고 살아 남기 위해 매일매일 고군분투합니다. 때로는 그 정보에 대한 해석의 실패로 곤경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많은 스트레스와 함께 자괴감에 들어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좌절 속에서도 고민하게 됩니다. 

‘이 세상을 설명하는 뭔가 단순한 방법이 없을까?’

만일 이 세상을 설명하는 단순한 설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지성이 필요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통찰이 이 ‘이기적인 유전자’에 설명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것은 이 책의 말미에 나오는 이 문장 때문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인간에 대해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다. 
이기적인 유전자 P316

이 책을 읽는 내내 저는 이 책에서 설명하는 개체 즉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생존 기계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여러 예들이 인간의 생태를 설명하기에 너무 적절하기 때문입니다. 혈연 선택을 설명하는 부분이라든지 여성이 남성을 고르는 과정이라든지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유전자의 관점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유전자의 특징을 이야기한 것이지 인간의 생태에 대해서 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생명들도 함께 보이는 특징 중에 하나였던 것이지요. 여기에서 저는 소설을 읽는 중에 느끼는 반전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유전자의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많은 부분 설명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생명의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틀이 되어 버립니다. 우리는 지금 집 밖을 날아가고 있는 이름 모를 새와 다를 바 없는 살아 있는 생명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그 유전자라는 범주 안에서 유전자의 명령에만 따라 살아야 하는 생존의 기계에 불과 한 것일까요?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 P378

 인간이 이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개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에 대한 많은 가설들이 난무 합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저는 인간이 의식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전자의 명령 흔히들 말하는 본능에 따라서만 살고 있다면 우리는 유인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직 밀림 속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본능을 제어하고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터득해 내었습니다. 그것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생겨났을 거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었고 그런 특징이 계속해서 진화해 나가 지금의 현생 인간이 되었고 저는 지금 그 진화의 어느 중간에서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기적 같은 일입니다. 세포단위의 유전자에서 지금의 발전은 상상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우리는 여전히 진화의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습니다. 앞으로 수만년 뒤면 지금 인류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있을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여전히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삶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을 거라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처한 여러 가지 문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존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생명으로서의 숙명이며 영원히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최대한 이해하며 읽어내기 위해 노력하며 읽었습니다. 유전자를 일반인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비유를 동원하여 쓰였기 때문인지 어떤 장면에서는 쉽게 이해 되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넘어가야 했습니다. 그만큼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는 생명 전반에 걸친 거대함이 있어 그 전체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일반인의 상식의 범위를 넘어 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제가 책을 읽는 이유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 입니다. 그 지혜라는 것은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다만 저는 그것이 책 속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라는 믿음과 함께 책을 읽어 나갈 뿐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지혜는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책 안에는 그 책을 쓴 사람의 지혜가 있을 뿐 저의 지혜는 책 안에 있을 수 없습니다. 저만의 지혜는 저의 세상 속에 있는 것이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통찰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혜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 사람만이 가진 세상을 해석하는 능력 그것은 어딘가에 활자화되어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삶의 경험을 통해 녹아들어 그 사람과 함께 숨 쉬며 살아 있는 것입니다. 그런 지혜를 갖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많은 지혜들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이 저에게는 ‘책 읽기’ 인 것입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지혜를 함께 고민할 수 있었던 책 ‘이기적이 유전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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