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전지적 유전자 시점
저는 좋은 책은 독자의 세상을 깨부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실이라는 틀 안에서 익숙해진 채로 삽니다. 매일 같이 회사에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가족을 돌보면서 이렇게 정해진 삶의 패턴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제가 살고 있는 세상이 깨지는 경험을 합니다. 물론 그 깨짐은 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것이기에 제 삶이 드라마처럼 바뀌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뀔 뿐입니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의 추천목록에 있는 책입니다. 그 목록에 있는 다른 책인 ‘총균쇠’나 ‘사피엔스’ 같은 경우는 비교적 최근에 유명해진 책이라 구해서 읽어 보았지만 오래전에 발간된 이 책은 저의 관심 목록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때로는 책이 다른 책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유전자의 관점에서 생명을 해석합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들어 본 적이 있을 DNA라는 생명의 기본 단위는 너무 유명해서 상식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입니다. 아마 그런 상식의 기반이 이 책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합니다. 수많은 다큐멘터리 그리고 과학책에서 유전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전자에 대해서 진지하게 공부해 본적이 한 번도 없지만 마치 잘 알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그 이름 외에는 그 특징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었습니다.
생명은 어디에서 부터 시작했으며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 에 대한 질문에 계속해서 답하고 있는 이 책은 다윈의 진화론에서 끝나 버린 생명진화에 대한 다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틀을 제공합니다. 물론 저도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명중 하나이기에 이 책을 통해 나라는 생명의 근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DNA의 진정한 ‘목적’은 생존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기적인 유전자 p115 9번째줄
이 문장에서 저는 잠시 멈춰 있었습니다. 제 삶을 가장 크게 쥐고 흔들었던 본능 중에 한 가지가 바로 저 ‘생존’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배운 것은 아니지만 저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기준안에서 삶을 선택해 왔습니다. 제가 배운 전공과 다른 직업을 선택할 때에도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에도 생존해야만 한다는 기준에서 모든 선택을 실행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이유도 더 나은 생존을 위한 기초가 되어 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근거는 없었습니다.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실행해 왔던 저의 가장 단순한 철학 같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 씨는 저 문장 하나로 저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어디서 배운 것이 아닌 저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던 생명정보 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살아 가다 보면 부모님과 생각보다 많이 닮아 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안사람은 항상 저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어머니와 같아?”
어머니의 아들이니 어머니와 닮은 것이 당연하겠지만 당연하다는 이유로 왜 제가 어머니와 비슷한 행동양식을 보이는지 그 근거는 제시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답은 유전자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바로 해결되어 버립니다. 어머니의 유전자의 반이 제 안에서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살아 있는 어머니의 50% 인 것입니다. 그 50% 안에는 "생존하라!"는 정보가 필연적으로 들어 있었을 겁니다. 어머니께수 굳이 말씀 하지는 않으셨겠지만 그 아래에서 성장한 삶의 시간들 속에서 그런 정보를 기본으로 받아들이고 제가 삶의 선택을 하는데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저는 많은 부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살아 가고 있습니다. 밥을 먹고 움직이고 책을 읽고 하는 모든 활동들이 생명활동의 연장이며 유전자를 이어가기 위한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생명체를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생존 기계’라는 다소 비하적으로 까지 들리는 비유를 사용했습니다. 생명은 유전자를 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뜻이겠지요.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생명이 과 유전자를 떼어놓고 볼 수는 없겠지만 마치 유전자를 하나의 인격처럼 대하는 관점에 대해 불쾌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왠지 유전자에게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아직 질풍노도의 시기 유전자가 제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일까요?
좋은 책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그 책을 통해 생각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해답을 찾아나가면서 저자와 독자는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그런 대화를 통해 인간의 지성은 발전해 왔고 그 지성의 집약체가 저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 즐거운 독서를 했습니다. 아직 이 책에 대해 완전히 이해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짧은 만남에서도 지금까지 제가 세상을 바라보아 왔던 많은 기준들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이 이 책을 읽기 전과 같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또 한 번 제 세상이 깨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몇 번 더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명을 바라 보는 다른 관점을 제시해준 ‘이기적인 유전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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