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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초한지 #2 - 한신의 이직 성공기

by jisungStory 2019.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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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2권

 

 초한지 2

한신의 이직 성공기

 초한지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항우와 유방입니다. 그들을 각각의 진영을 대표하는 수장입니다. 하지만 리더로서의 그들이 성공할 수 있기 위해서는 수많은 신하들이 필요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한나라 진영의 한신입니다. 

 한신은 처음 부터 한나라의 장수는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항우의 진영인 초나라에서 일을 하던 하급 공무원이었습니다. 소설 속의 묘사로는 범증 같은 초나라의 고급 관료들도 추천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관 말직에 머무르고 있었고 결국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이직을 결심하게 됩니다. 이직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결국 한나라에 도착해 면접을 보게 되고 한나라의 리더인 유방에게 천거가 됩니다. 하지만 유방에게도 그렇게 매력 있는 인물로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나라에서도 한신이 처음 맡은 직책은 군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미관말직에 머무르자 다시 한번 떠나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 결국 이런 어려운 과정을 통해 겨우 대장군의 관직을 얻게 됩니다. 여기서 부터 한신은 자신의 장기인 군사 전략가로서의 날개를 펴게 됩니다. 2권에서 보여주는 한신의 전략은 현대의 전쟁을 보는 듯합니다. 우선 믿을 만한 부하들을 통해 정보를 취득한 후에 지형과 주변의 환경 요소들을 점검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병력 상태와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전투에 임합니다. 하지만 전면전을 펼치는 경우는 드뭅니다. 유인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전쟁을 치르고 전쟁에서 구할 수 있는 최선의 효율을 추구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을 피할 수 있을 경우에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상대 진영의 장수를 설득하여 투항하게 합니다. 

 한신의 이야기를 들으면 거의 손자병법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을 한직에 두었던 항우와 유방은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았던가 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유방은 결국 다른 신하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행동했다는 것이고 항우는 마지막 까지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웠다는 것입니다. 유방이 자신이 직접 지휘한 전쟁에서 계속 패배한 것을 보면 유방도 그렇게 뛰어난 인물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굳이 유방이 최종 승리자가 된 이유는 그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 소설이 재밌는 이유는 현실에서 그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기원전 사람들이고 소설이 쓰여진것은 1600년대 명나라입니다. 이미 소설과 소설의 주인공과의 시간의 거리가 2000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소설이 쓰인 이후 번역된 그 글을 읽는 지금의 저와의 시간의 거리는 400년의 시간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소설의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그들의 삶의 선택들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 것이 스토리 텔링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시간을 넘어서 그 사람들과 공감대를 이룬다는 것은 독특한 경험입니다. 

 저는 한신의 삶을 통해서 현재를 한번 돌아 보려고 합니다. 대 이직의 시대라고 불러도 될 만큼 평생직장의 개념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을 고민하는 시대입니다. 초한지를 보면서 한신만큼 이직에 성공한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한신의 모습이 현대 직장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난폭한 직장상사와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에 지쳐 있는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고민하는 것이 SNS에 떠돌고 있는 직장인들의 푸념을 듣는 것 같습니다. 

한신은 현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나라를 버리고 타국의 그것도 적대적인 나라로 이직을 감행합니다.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근거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 까요? 전쟁에 임함에 있어 철저하게 준비했던 한신의 성격에 비추어 보면 분명이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 나름의 추측을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장량의 추천서입니다. 장량은 한나라 유방의 책사입니다. 사정이 좋지 않아 초나라에 머물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한나라로 돌아갈 사람이었지요. 이런 장량을 만날 기회가 있었던 한신은 그에게 추천서를 받아 두어 미래에 대비했습니다. 두 번째는 실력입니다. 얼마 전 유시민 작가의 인터뷰를 짧게 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질문에 있어서 적절한 비유와 논리를 들어 설명하는 모습이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아마 한신이 한나라의 신하들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모습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당대의 여러 가지 특히 군사 분야의 문제에 있어서 자신만의 혜안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어려운 검증 과정을 통과하여 한나라의 대장군에 임명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세번째는 자기 확신입니다. 박봉이었지만 초나라에 남아 살아갈 수 있었을 겁니다. 소설 속의 묘사만 두고 본다면 나이는 많지만 문지기도 있고 자신의 수발을 드는 하인도 있었습니다. 당시의 평민들보다 훨씬 나은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상태에서 현재의 직업을 버리고 아직 세력도 미약한 한나라를 찾아간 것은 한신 스스로의 자기 확신이 있어서 일 것입니다. 이런 것 보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지금 보다는 더 큰 일을 하고 싶다는 자기 확신 이 뒷받침되었기에 자신의 인생을 건 도전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삶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소설을 읽는 이유는 살면서 한번도 겪을 일 없는 한신의 상황을 나의 삶에 대입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사유의 동물이라서 상상만으로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상을 통해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해 고민하고 대비함으로써 삶을 좀 더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굳이 소설에서 효용을 찾는 다면 그렇다는 겁니다. 사실 소설을 읽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재미가 없었다면 400년 넘게 이 이야기가 살아 남지 못했을 겁니다.  영웅들의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소설 초한지였습니다. 

2019/05/17 - [하루 책읽기/하루 인문학] - 초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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