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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by jisungStory 2019.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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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한국의 전통 그림에 대한 올바른 감상법

 

 회사원의 삶이라고 하면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는 퍽퍽한 일상의 반복입니다.  오늘만 해도 어거지 거래처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기 위해 다섯시간 넘게 보고서를 만들고 설득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런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한 일주일 정도는 그 여파에 시달리곤 합니다. 책읽을 힘도 코딩을 할 여력도 없는 시간을 지나면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라나도 휴가 내려는 순간 순간 마다 떨어지는 회사 일에 몇달 동안 질질 끌려 다니고 있습니다. 

  그나마 쉬는 시간이라고 한다면 운전중에 듣는 팟캐스트 같은 방송들을 듣는 것인데요. 일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 ‘직장인의 책읽기’ 라는. 방송에서 소소님이 이 책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마침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읽고 예술에 대해서도 좀 알아 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한번도 읽어 본적이 없는 동양화 강의를 사서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오주석  교수님이 생전에 진행하신 강의를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실제로 그 강의를 볼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책으로나마 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강의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자료로 사용되었던 그림도 설명에 맞게 편집되어 들어가 있어 책을 읽고 이해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교과서에서 자주 보았던 김홍도의 씨름도를 메인 주제로 하여 강의를 진행해 나갑니다.  책을 통해서 동양화를 관람하는 오주석 교수님의 방법은 세가지 입니다. 

1. 작품의 크기의 대각선 도는 그 1.5배 만큼 떨어져 본다. 
2.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쓰다듬듯이 바라본다.
3.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세부를 뜯어 본다. 

 위 세가지 기준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두번째인 그림을 바라 보는 순서 였습니다. 지금 출간 되는 책들은 모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읽어 나가지만 우리나라는 원래 왼쪽 위에서 아래로 세로로 글을 써내려가는 문화를 갖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한문으로 된 책이나 비석들을 보면 모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써내려간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에전의 신문들도 그런 형태로 씌여진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림을 관람하는 순서도 예전의 글을 읽는 것 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 오주석 교수님의 설명이었습니다. 나름 타당하다는 생각이 드는 설명입니다. 

 세번째 설명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작품을 감상하는데 오랜시간을 두고 관람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슥 둘러보고 나왔었는데요. 오주석 교수님의 말씀은 다릅니다. 작품이 진열되어 있는 순서 부터 다 의미가 있게끔 배치되어 있다고 하는 군요. 그 뿐만 아니라 그렇게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는 작품에는 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공책 한권 크기의 ‘씨름도’ 에도 책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씨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승패,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각자의 사정, 엿장수 아이의 시선,  여백의 의미 등등 그저 슥 훑어 보는 정도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처럼 저는 잘 모른 상태로 그 귀한 작품들을 보면서 그 많은 이야기들은 모르고 지나 쳐 버렸습니다. 

 우리는 귀중한 보물을 옆에 두고 모른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것이 예술작품 일 수도 있고 쉽게 볼 수 있는 풀 한포기 일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는 그 것 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그 이야기 속에 그 것만의 정체성이 있을 겁니다. 그런 생각의 흐름 속에서 저는 우리만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서양문물의 영향으로 고유한 우리의 정체성을 많이 포기 해왔습니다. 물론 비극적인 역사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고통의 시간을 통과 하여 이제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부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린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서양의 것은 모두 받아들여야 하고 예전의 우리것은 구식의 것이니 버려야 한다는 발상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오히려 우리 고유한 문화중 현대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것들 혹은 현대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는 문화적 유산들은 계승 발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 오주석 교수님은 우리 문화에 대한 강한 자긍심을 보이고 계십니다. 그런 자긍심은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성에서 부터 나온 것입니다. 최근에 전세계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는 것도 아마 우리민족만이 가진 개성이 바탕이 되어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읽은 책중에 전통이라는 것은 예전의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했던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곧 형식이 아니라 철학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이해 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예전의 한국화들의 형식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아름다운 동양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당시 힘들게 살아가는 민초들을 정성스럽게 그려냈던 당대 최고의 화가의 태도, 그런 삶에 대한 고민이 본받아야할 전통이 아닌가 하는 겁니다. 

  조선은 비록 잘못된 관행과 경직된 유교문화로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망했습니다. 에전에 서울에 있는 종묘에 다녀온적이 있습니다. 조선의 왕들의 위패를 모셔 놓은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시설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건물만 덩그렇게 남아 있는 곳이었는데요. 그 곳에는 저 뿐만 아니라 일본인 관광객들도 구경하고 다닐 수 있는 이제는 관광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걸 보며 저는 허망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문화적인 위상을 가졌던 조선이었지만 결국 전통에 대한 잘못된 접근과 경직된 문화로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그들의 신전은 이제 관광지가 되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전통에 대한 고민 그리고 한국의 그림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된 소중한 강의 였습니다. 아직 읽을 수 있는 강의가 많이 남아 있어 강의 한편을 읽을때마다 저의 생각을 정리 해보자 합니다. 익숙했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 보는 것은 저에게 묘한 즐거움을 줍니다. 익숙했던 ‘씨름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강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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