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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담론

by jisungStory 2018.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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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론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나의 고전 읽기의 스승이라고 하면 신영복 선생님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가 살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 고전을 추천해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억나는 사람이 없다는 뜻 이전에 실제로 책읽기를 권하는 사람도 없었다. 학생시절 선생님들이 권해 준 책들은 수능시험의 언어영역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목록 형태로 정리 해 준것들이었고 대학교 교수들은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 주변의 친구들 선배들 모두 취업이라는 현실의 벽에 허덕이느라 도움이 되지 않는 고전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런 내가 고전을 찾아 읽게 된 것은 우연히 기회에서 부터 였다.

  당시 학군단 후보생이던 나는 동기와 함께 서점에 갔다. 이곳 저곳을 둘러 보며 시간을 죽이던 차에 서가에 꽂힌손자병법 눈에 들어 왔다. 여기 저기서 말은 많이 들어 보았지만 실제로 책을 읽어 사람은 거의 없는 그런 책이다. 무슨 생각에서 였는지 나는 책을 없는 주머니 사정을 털어 샀다. 그리고 몇번이나 되풀이 읽으며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하지만 삶이 나아지거나 나의 정신 세계가 넓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책에서 읽은 문장 몇줄만 가지고 아는 척하기 위해 기회만 노리는 똑똑이가 됐을 뿐이었다. 그렇게 겉멋이 나는 고전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 논어 부터 사기 까지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책들을 수집품 모으듯이 사서 책장에 모셔 두었다. 그래도 한번 정도는 읽어야 겠다는 마음으로 읽은 책도 있지만 책을 훑고 지나 간다고 해서 이해될리 만무 하다. 여전히 나는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다시 어영 부영 직장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다행히 좋아 하는 회사원이라 상당히 독특한 취급을 받으며 지내고 있었는데 신영복 선생님이 돌아 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방에서 나고 자란 같은 사람은 서울의 유명 학자나 저명인사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도 있겠지만 주변에서 그런 분들과의 접점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영복 선생님은 몇번 이름을 들어 본적이 있는 분이셨다.  티비에서도 뵌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분의 책을 한번 읽어 봐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지금 와서 생각 해보면 그때의 결정이 삶에 가장 의미 있는 결정 중에 하나였다. 

  삶에서 가장 중요 것은 여정에도 있지만 방향성도 있다. 책읽기도 마찬가지여서 책의 내용을 삶의 방향성이 맞게 읽어야 의미를 통한 삶을 올바르게 이끌어 나갈 있다. ‘담론 그런 방향성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 한다. 고전은 특성상 내용이 추상적인 것이 많다. 그렇게 추상적인 이유는 현실의 다양성이 때문이다. 책이 쓰여질 당시의 사회적인 상황만 해도 몇가지의 원칙 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복합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었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당시의 지식인들은  자신의 철학을 제시했다. 철학에는 당대의 방향성이 녹아 들어 있다.  맥락을 읽어 내어 현대 사회에서도 분들의 지혜를 충분히 반영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특히  같이 겉멋으로 아는 척을 하기 위해 읽어 잘못된 방향으로 이해한 사람들에게 올바른 고전 독법을 알려주는 책이 담론 이다.  

  대학을 졸업하여 이제 더이상 학점을 위해 공부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인이 되어서야 나는 제대로 독서를 있었다. 누군가의 평가를 얻기 위한 공부가 아닌 내가 원하는 공부 삶을 진화 시키기 위한 공부는 학교를 마치고 나서야 가능 했다. 사실 학교 다니면서도 충분히 있었지만 용기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시선을 뿌리 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용기가 그때는 없었다. 그때 나는 감옥에 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생각의 감옥 안에 갇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삶을 얻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조건으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영복 선생님은 다른 사람들의 원칙 때문이 이십년 감옥 생활을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셨고 1988 출소 하여 1989 교수로 강단에 서셨다고 한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부분이다. 자유로운 삶속에서도 생각에 갇혀 살아 가는 감옥에 살면서도 생각을 발전시킨 분과의 차이는 감히 상상 없는 간극이 있다. 

<머리, 가슴, 발 의 그림>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며,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 입니다.

담론 p20 끝에서 다섯번째 줄


 책이 아니라 강의를 통해서 직접 들었다면 울림이 이 것보다 더했을까? 아니면 덜 했을까? 내가 이 책에서 읽은 문장들 중 가장 큰 울림을 주는 문장이었다. 내가 공부를 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내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함인데 그 여정에 대한 가장 적절한 비유이다. 알기만 하는 것은 가슴으로 느끼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가슴으로 느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겨야 그 지혜가 비로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어려운 부분이다. 

 신영복 선생님은 공부의 이유도 우리의 완고한 인식의 틀을 깨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신다. 이부분도 상당히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인문학 이라 불리는 책들은 대부분 현재의 일반적인 인식들을 깨트리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기본 정신을 갖고 씌여 졌다. 그런 책들을 통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나의 한정된 인식을 틀 속에 갇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틀을 깨트리기 위해 매일 매일 책을 읽고 공부하는 삶을 살기로 마음 먹게 되었다. 

 이 모든 내용이 책의 서론격인 첫장에서 나온다. 뒤이어 나오는 시경과 주역에 대한 강의 내용 부터 감옥에서의 만난 사람들이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한 내용까지 수 많은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신영복 선생님의 인식의 틀은 지금까지 경험해본 다른 책들과는 격을 달리 한다. 아마 이 분이 살아온 삶의 여정이 주는 이야기의 무게감이 그 한 문장 조차 쉽게 흘려 보내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다시 한번 꺼내 읽으며 과연 이 책에서 느낀 지혜를 통해 내 삶을 얼마나 바꾸기 위해 실천했는지 돌이켜 보는 기회로 삼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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