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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원칙 (첫번째)

by jisungStory 2018.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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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PRINCIPLES)

 나는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다. 처음에 듣기 시작 한 것은 나는 꼼수다 부터 였는데 그 팟캐스트가 끝나고 나서는 인문학 관련 팟캐스트를 많이 듣기 시작했다.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는 방송들에게 점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듯이 듣던 방송이 끝나고 나면 다른 방송을 찾게 된다. 그렇게 찾게 된 방송이 '책 이게 뭐라고" 라는 팟캐스트 였는데 제목 처럼 책을 소개 하고 그 내용을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이 주된 컨셉이었다. 책 한권에 대해서만 깊게 이야기 나눈 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듣게된 방송에서 공개방송 으로 독특한 독서 커뮤니티를 소개 하는 방송을 듣게 되었다. "트레바리" 였다. 

 "트레바리"는 유료 독서 커뮤니티였다. '윤수영'이라는 젊은 대표이사가 시작한 미디어 스타트 업이며 책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진행자인 장강명 작가님은 '변태적인' 이라는 단어에 꽂히셨는지 소개 내내 그 단어를 반복하셨다. 그렇게 변태적인것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책을 읽다 보면 항상 부딛히게 되는 것이 '다른 사람과 이 책과 관련된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는 욕망이다. 하지만 책을 깊게 읽는 사람은 많이 없고 책을 읽은 것을 잘못 이야기 하면 자칫 잘난 척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을 꺼리는 것이 보통이다. 사실 돈을 내더라도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싶다 는 것이 책을 읽는 직장인으로서의 작은 소망이기도 하다. 아마 윤수영 대표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런 유료 독서 모임을 만드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의 비범함은 만나보지 않더라도 짐작 할 수 있었다. 

 방송의 후반부에서 윤수영 대표는 내가 읽지 않은 책 한권을 소개 하였다. 바로 이 책 '원칙'이라는 자서전이다. RAY DALO 회장님은 브릿지워터 라는 해지펀드회사를 창립했다. 나같은 경제 무뇌한에게 펀드투자 회사라고 하면 안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통찰에 설득되기 시작했다. 투자를 통해 돈을 벌지만 그 원칙을 촘촘하게 세워 나가면서 그동안의 경제 위기에서도 다른 투자회사와 달리 꾸준히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분의 삶 역시 내가 역사책에서 읽었던 금본위제의 폐지 부터 베트남전까지 미국의 근현대를 직접 겪어온 그 생생함이 살아 있다. 

 사실 이 책은 '사피엔스'와 필적하는 벽돌책이다. 월말 마감에 몸살까지 겹치면서 전체를 다 읽지는 못했다. 책을 읽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 책을 가볍게만 읽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한권에서 한가지의 배움이라도 얻어 삶에 적용해보자 라는 것이 나의 책읽기 철학인데 이 책에서는 뽑아 낼게 더 많을 것 같다. 그래서 얼마나 길게 갈지는 모르겠지만 리뷰를 좀 나눠서 진행하려고 한다. 첫번째 리뷰할 부분은 첫장인 '나의 인생여정' 부분이다. 

1)무엇을 원하는지

2)무엇이 진실인지

그리고3) 2)번의 관점에서 1)번을 성취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라 

원칙 p.11  


 책을 펼치자 마자 두꺼운 서체로 원칙을 만드는 방법을 정의하고 있다. 이 질문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본 사장님들은 항상 핵심이 앞에 나오기를 원하신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싫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업사원들은 그 핵심을 숨기는 것이 상대방을 설득하기 쉽다는 생각에 에둘러 다른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대화는 길어지고 맥락을 잃게 되며 얻고자 하는 것도 얻을 수 없게 된다. 작가도 한 회사의 수장으로서 시간 낭비를 엄청 싫어 하시는 것 같다. 비록 번역문으로 만나는 것이지만 문장이 간결하고 주제와 상관 없는 내용은 과감히 생략하는 모습을 1장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성격의 회장님이 말씀하신 첫 세 문장에서 나는 한참을 또 멈춰 서 있어야 했다. 회사일을 하지 않는 나만을 위한 새벽시간에도 한참을 뭠춰 이 문장을 쳐다 보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 는 오래된 나의 질문이었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렇게 매일 아침 글을 쓰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문장 보다 더 큰 질문은 스스로 생각하라 이다. 자신의 원칙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타성에 젖어서 살아온 나는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서른이 넘어서야 겨우 나만의 삶의 패턴을 찾아 가기 시작했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오늘의 내가 그렇게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저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는 현실을 만드는 것만으로 허덕이며 살아 가느라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한 시간은 많이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현실에서 나의 삶을 살기 위한 원칙을 세우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잠시 생겼다. 그 것 만으로도 설레이는 경험이다. 

 인생은 세단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고 배우는 단계이다. 두번째 단계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의지하고 함께 일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단계는 다른 사람들이 더 이상 나에게 의존하지 않고, 나도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는 인생의 풍미를 맛보는 단계이다. 

원칙 p.134


 인생을 세단계로 나눠 버리시는 이 명료함에 놀라움을 표한다. 이분의 정의대로라면 나는 첫번째와 두번째 사이에 있는 것 같다. 회사일이라는 것이 끝없이 배우고 또 함께 일하는 일이니 그렇게 나는 사회와 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일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지는 않다. 어디까지나 남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고 그렇다 보니 나에게 의지 한다고 말 할 수 가 없는 것이다. 항상 나는 나의 일을 찾아 왔다. 이제는 어느 정도 나의 일을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일을 하면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분야에 취업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만들어 놓았던 커리어들을 포기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곧 경제적인 어려움을 뜻하기 때문이다. 사회안전망이 잘 갇추어지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 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 해야만 한다. 그에 대한 해답도 속직히 이 책안에서 옅볼 수 있다. 위험한 투자를 하기 보다는 분산 투자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 한다. 그 자세한 모델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원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어느 한쪽에 모든 것을 던지기 보다 적절한 안배를 통해 위험가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 하는 기술 인생의 노련함을 거기서 배울 수 있는게 아닐까 한다. 

 

 

 1장의 말미에는 이 사진이 한장을 전체 차지하고 있다. 아마 이 그림도 작가의 삶에 대한 철학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 하셨던 것 같다. 근데 모든 나의 발전을 이룬 사건들을 살펴 보면 위의 그림의 패턴을 따르는 것 같다. 어려움 없이 배운 것은 쉽게 잊혀진다. 하지만 고생해서 배운 것들은 나의 몸에 남아 위기의 순간 꼭 필요한 순간에 나를 구해주곤 한다. 지난 나의 직장 생활 뿐만 아니라 학창 시절에도 이와 유사한 경험은 수도 없이 했다. 수학 문제 하나를 풀때에도 나의 힘으로 힘들게 푼 문제는 시험에 나오면 자신감 있게 풀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풀어주거나 답을 베낀 문제는 기억 조차 나지 않았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영업사원으로서 말을 계속 해야 하는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응대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순발력이라는 것이 붙었다. 생각을 하지 않고도 적절한 상황에 따른 멘트들이 순간적으로 나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수많은 실패이후에 체득하게 된 말하기 스킬이다. 나는 영웅은 아니지만 내가 삶에서 익힌 많은 기술들이 위와 같은 패턴으로 나에게 습득 되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다음 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원칙들에 대해서 다루게 된다. 처음에는 약간 의구심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일장이 마무리 될 즈음에는 이 작가의 말에 공감을 하며 읽고 있다. 두꺼운 책이지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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