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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맥주 맛도 모르면서

by jisungStory 2018.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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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맛도 모르면서

  맥주를 언제 부터 마셨을까? 사피엔스가 언제부터 맥주를 마셨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맥주가 가지는 매력은 종 전체에게 일반적으로 통하는 모양이다.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한다. 흔히 홍인종이라고 불리우는 술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르는 체질을 타고 났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사람들은 술을 절대로 마시면 안된다고들 하지만 한국의 직장인에게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것은 유대관계의 일부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까마득한 직장상사가 권하는 술잔을 피하는 회사원은 한국에 흔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 중에 한명이다. 

 물론 직장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 만은 아니다. 치킨을 시켜 먹을때나 한 여름밤 저녁 멍하게 티비를 볼때면 자연스럽게 맥주 한캔 생각이 난다. 그럴때면 별 고민 없이 냉장고에 비축해놓은 한 캔의 맥주를 꺼내 아내와 반반 나눠 마시거나 너무 취하지 않게 마실 만큼만 마시고 남으면 남는대로 다르게 사용하곤 한다. (인터넷에 뒤져 보면 김빠진 맥주 활용법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나의 삶 속에서 작은 위로가 되어 주는 술이 맥주인 것이다. 과하지 않을 정도의 맥주 한잔은 이완과 휴식을 가져다 준다. 

 이 책 역시 제주의 어느 독립서점에서 골라잡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여행가서도 책을 한권씩 산다. 때로는 몇권을 살때도 있지만 그렇게 책을 사서 읽고 한참을 묵혀 뒀다가 가끔씩 꺼내 읽으면 여행했을 때의 추억에 잠겨 잠시 기억 속으로 다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딱 맥주 한잔 만큼 가벼운 책이다. 작가의 맥주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그리고 그렇게 내용이 무겁지 않은 책이다. 그동안 어려운 책만 읽어서 잠시 무거워 졌던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쉴 수 있었다. 

 작가는 이 책에서 맥주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전달한다. 맥주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어야할 혹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가볍게 전달한다. 대화의 형식을 빌린 것은 독자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귀여운 일러스트들이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맥주에 대한 일반론 부터 우리나라 맥주 세계맥주 브루어리 맥주까지 다양한 맥주의 세계를 때로는 직접 때로는 인터뷰를 통해서 소개 하고 있다. 맥주에 대해 잘 모르고 이제 처음 맥주를 알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입문서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관심있기 읽은 부분은 맥주 순수령에 관한 이야기 였다. 독일의 한 지역에서 통일의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맥주 순수령은 맥주를 만들때 물 , 맥아 , 홉 이 세가지만으로 맛을 내는 것을 말한다. 음식을 만드는 기준을 통일의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그 지역의 재미있는 역사는 뒤로 하고 다양성의 시대인 지금에 와서 보면 어떻게 저런 제한 속에서 세계적인 맥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는 흔히 다양성이 제한 되면 그 세계는 다른 새로움이 없이 정체되고 파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일의 맥주는 달랐다. 그 나라만의 풍미와 맛을 더 함으로써 세계적인 맥주가 될 수 있었다. 

 작가는 이 맥주 순수령 때문에 양조과정에 있어서의 발전과 혁신을 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꼼수보다는 우직한 장인 정신을 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제한된 환경에서 자신이 가진 기술을 혁신을 꽤하는 독일의 맥주 장인들의 노력이 지금과 같은 독일맥주의 위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그 당시 독일은 맥주를 만드는 것 만이 거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을 것이고 수 많은 맥주 양조장들 사이에서 고객들이 선택하는 자신만의 맥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맥주 장인만이 살아 남은 것이 아닌가 한다. 밖에 서 보면 희극인 것이 안에서 보면 비극인 경우가 많다. 나는 독일 맥주도 아마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성장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술이라는 음식은 사피엔스 만이 마시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마존의 원숭이도, 사바나의 표범도 가끔 만나게 되는 반쯤 상한 과일에서 나오는 이 신비의 음료를 마신다고 한다. 지구상으 생명체에게 알콜성 음료가 주는 즐거움은 아마 본능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 생명들은 알콜성 음료로 스스로를 취하게 만드는 걸까? 

 살아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생명의 정신은 생각보다 강하지 못해서 겉으로는 대단한 척 위세를 펼치지만 주변의 끊임 없는 위험에 두려움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 그 끊임 없는 스트레스에 대한 긴강감을 조금이라도 이완시켜 줄 수 있는 외부의 수단이 바로 이 술인 것이다. 꼭 그런 외부적인 요소들을 끌어들여 정당화 하지 않아도 된다. 한여름 밤 맥주 한잔을 시원하케 들이켜 보면 왜 맥주가 필요 한지 굳이 이론적인 근거들을 대지 않아도 한번에 이해 할 수 있으니까 

 오늘은 맥주 한잔에 잠을 청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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