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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제주 역사 기행

by jisungStory 2018.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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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역사 기행 

 이 책을 만난 것도 제주의 독립서점에서 였다. 제주 소개 여행 책인 '진짜 제주' 와 같이 샀었는지 아니면 다음에 샀었는지 순서는 정확하지 않지만 제주시의 라이킷에서 서성거리다 한권 골라잡은 것은 분명하다. 제주를 사랑하기로 한 사람으로써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 뿐만아니라 제주의 역사도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겉만 보고 지나가는 여행이 아닌 제주가 가진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골라든 책이었다. 제목도 '기행' 이라서 나같은 여행자가 여행지에 맞게 역사를 해설해놓은 가벼운 책일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제주의 역사는 가볍지 않았다. 

 이 책은 역사책이다. 여행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그 내용은 철저하게 역사책이다. 그래도 제주도 여행을 다닌 경험으로 이 책에서 언급한 장소를 어렴풋이나마 떠올릴 수 있었지만 여행자들이 쉽게 찾아가기 힘든 장소 까지 작가님은 찾아다니시면서 사진을 찍고 그 곳에 대한 사료를 점검해서 정리해 놓으셨다. 이 책에서 놀라운 것은 뒤에 첨부 되어 있는 참고문헌이다. 책을 다읽고 나서 참고 문헌들이 뒤따라 나오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가끔 나는 그 참고 문헌들을 읽어 보곤한다. 어떤 책을 참고 했는지가 그 책의 깊이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마 현대에 발간된 책중에 제주 역사에 관련된 책들은 거의 들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신간들은 제외하고 조선왕조실록부터 내가 읽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까지 그 범위가 내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책한권을 쓰려면 이정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제주에 대해 특별한 애정이 없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자연스럽게 작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이영권 작가님은 현재 제주도의 고등학교 역사교사로 변방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 보는 것이 오히려 역사의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맞는 말이다. 역사가 객관적이라는 허상은 깨진지 이미 오래이다. 

" 역사가는 알다시피 한 사람의 개인이다. 다른 개인들과 마찬가지로 그 도 역시 하나의 사회적 현상, 즉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산물인 동시에 그 사회의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대변자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E.H 카(김택현 교수 옮김) p. 52 위에서 22번째 줄

 역사책을 읽을 때는 그 책을 서술한 역사가의 사회환경적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국 역사는 그 역사가의 시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이야기이고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님의 시선은 철저하게 변방의 특히 제주도 사람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 본다. 권력자의 시선이 아닌 약자의 편에서 서술한 역사는 아름다울수는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12가지 테마로 제주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있다. 선사시대 부터 비극적인 4.3 사건까지 제주에서 빠뜨릴 수 없는 역사 장소를 하나 하나 돌아보면서 그 장소에서 있었던 일들을 때로는 사료를 통해서 사료가 부족할때에는 역사가의 추론을 통해 되짚어 본다. 그 자체 만으로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 수 차례 다녀온 성산일출봉의 주차장이 임진왜란때는 수산진성이 옮겨 갔던 자리라든지 한라산의 옛이름이 영주산이었다는 것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이야기 겠지만 나 같은 제주를 알아가는 사람에게는 재미있는 정보이다. 이런 사소한 이야기들이 책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제주 여행은 휴식을 위해 떠나는 것이지만 역사기행은 휴식으로 삼기에는 마음이 아프다. 다음 문장을 읽고 나는 한동안 멈춰있어야 했다. 

 "본래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은 농업 생산력이 가장 낮은 땅이다."

제주역사기행 p247 19번째줄

 세화,하도 해안도로에 얽힌 해녀분들의 항일운동을 언급하시면서 적어 놓으신 문장이다. 맞는 말이다. 내가 흔히 보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재앙이 었을 수도 있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이 제주의 땅은 너무 가혹하다. 

 내가 제주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것은 처음으로 제주에 혼자 여행을 갔을때의 경험때문이다. 회사일에 치여 살다가 여름 정기휴가를 겨우 가을녘에나 쓸 수 있었다. 겨우 떠난 여행이 너무나 신나고 행복해서 짐을 게스트하우스에 던져놓고 성산일출봉 오르기에 나섰다. 들뜬 여행자에게 광치기 해변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여기저기서 셀카를 찍으며 돌아 다녔다. 그렇게 성산일출봉의 정상에 섰다가 숙소로 내려오는길 경치에 어울리지 않는 비문을 발견했다. 그때 그 비문앞에 멈춰서서 그 비문을 읽었다. 그리고 그 비문 앞에서 멋도 모르고 웃으면 사진을 찍었던 한시간 전의 나를 반성했다. 미처 보지 못했던 제주의 삶을 그때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현대 제주의 역사에서 4.3을 빼놓고는 그 아픔을 설명하기 힘들다. 육지사람인 내가 감히 말을 하는 것도 죄송스러울 정도로 그 아픔은 너무나 크다. 이 책은 그 4.3사건을 하나 하나 되짚으며 마무리 하고 있다. 나도 그 설명을 하나 하나 새겨 들으며 가슴아파 하는 것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나의 삶에 대해서 고민한다. 어쩔 수 없는 지난 역사를 잊지 않고자 함은 지난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역사적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불편한 사실들을 끊임 없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가님은 나를 깨어있게 하기 위해서는 불편한 지식들을 계속 접해야 한다고 한다. 이 책은 읽는 내내 불편했다. 이제는 역사속에서 백성이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희생되고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수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이 이해가 되기에 읽는 내내 가슴아파 해야 했다. 하지만 가슴아파 하는 것 만으로는 나아갈 수가 없다. 

 아픈 책을 읽고 나면 한동안 여운이 남는다. 지난 이야기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런 아픔을 이해하고 다음 제주 여행에서는 그 아픔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는 연습을 해야 겠다. 

2018/08/21 - [하루 책읽기/하루 인문학] - 진짜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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