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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진짜 제주

by jisungStory 2018.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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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제주

우리나라가 제주만 아름다운 나라였을까?


 나는 제주도를 사랑한다. 몇 년전 아는 사람들을 따라간 자유여행에서 그렇게 되고 말았다. 한번도 본적 없는 빛깔로 빛나는 바다와 눈앞에서 천천히 바다로 내려 앉는 해를 바라 보며 애월바닷가에 앉아 있노라면 평생 여기서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광치기 해변에서 만난 작은 들풀도 정겨웠고 짧게 걸은 올레길에서 정취는 아직도 영화처럼 내 머릿속에 아름답게 남아 있다. 

 그 후로 몇 번이나 제주를 찾아갔을까? 이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회가 생길때 마다 틈이 날때 마다 나는 제주행 티켓을 끊었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만이 아니라 제주의 사람도 보이기 시작한다. 제주시와 서귀포 시의 차이, 제주시를 벗어난 작은 마을들의 모습들이 천천히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한다. 여행은 자연환경 만이 아니라 그 곳의 문화도 같이 체험하는 것이라는 걸 제주의 여행에서 배웠다.

 이 책은 제주시의 독립서점인 라이킷에서 샀다. 살때 잠깐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 책을 쓴 것도 이 곳의 주인이라고 들었다. 처음에는 그 곳에서만 살 수 있는 책인줄 알았는데 최근에 다른 대형서점에도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알수 없는 묘한 감정에 사로 잡혔다. 나만의 장소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 기분이 이었다. 

 마음의 위로가 필요 할때 제주를 찾곤했다. 협재의 바다에 앉아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도 말해주지 않지만 위로를 받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 책의 표지사진에 실려 있는 곳이 비양도이다. 제주의 묘한 바다 색과 어우러져 너무 아름다운 곳 이다. 책에서도 작가인지 아니면 어떤 지나가는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앉아서 비양도를 바라 보고 있다. 이 표지를 보며 내가 여행했던 순간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의 구성은 다른 여행책들과 조금 다르다. 우선 첫장이 바다 색으로 네장이나 글 없이 계속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책의 경우에는 한장이나 두장 정도 지난 다음에 바로 제목이 나오기 마련인데 네장이나 제주 바다 사진을 넣어 놨다. 나 같은 제주 홀릭에게 이런 사소한 구성이 감동 스럽기만 하다.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것이 제주의 바다 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나오는 내용도 제주를 여행하기 위해 필수적인 내용들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제주의 교통편과 활용할 수 있는 앱들의 소개이다. 이 책을 산지 꽤 지나 지금은 바로 적용하기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최근 개정판에서는 수정되었다고 이야기 들었다. 

<이 모습이 네장이나 나온다.>


 여행책의 대부분은 그 곳의 관광명소들을 빼곡하게 적어낸다. 어떤 책에서는 일정을 직접 짜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는 관광명소들도 소개 되어 있지만 진짜 제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더 많이 소개 되어 있다. 작가가 직접 다녀본 오름과 마을들 그리고 화산섬인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자연환경들이 소개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머물러서 좋은 제주"라 이름 붙인 장에서는 동네의 이름들이 나온다. 내가 알지 못하는 그리고 제주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들이다. 제주도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진짜 제주를 알기 위해서는 제주 사람이 사는 마을도 알아한다. 책안에 소개된 각 부분들을 통해서 작가가 제주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 보는지 느낄 수 있어 볼때마다 행복한 책이다. 

 책의 말미에는 작가가 추천하는 코스들이 있다. 아마 직접 다녀본 장소들을 선으로 연결해 놓은 것 같은데 그 제목이 재미있다. '게으른 코스', '비내리는 코스', '생고생 코스' 등 제목만 들어도 어떤 여행을 했는지 떠올리게 되는 제목들이다. 제주에서 어느정도 여행의 내공이 쌓이지 않고서는 이런 이름을 지을 수 없을 것 같다. 지금도 작가님들이 제주에 살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제주 살이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고 싶다. 

 내가 몇번이나 읽은 이 책을 다시 집어든 이유는 최근 제주도의 도로확장 공사 때문이다. 각종 뉴스 채널을 통해 8월 10일에 알게된 이 뉴스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보도 이후 수 많은 후속 보도가 나왔고 그 보도 속의 제주사람들은 환경보호 보다는 개발에 더 의견이 모아 지는 듯 했다. 그 모습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세상 어디보다 아름다운 제주를 서울처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을 덮어 놓고 비판 할 수 만은 없었다. 이 나라에서 아름다운 곳이 제주밖에 없었을까? 이 나라 어디인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었을까 수십년 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비무장지대는 이제 한국에서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된 지역이 되었다. 내가 사는 고장도 내가 학교에서 배울때 까지만 해도 평야지대가 많아 쌀 생산량이 풍부한 지역으로 배웠다. 하지만 이제 논 보다는 아파트가 많은 지역으로 변해 버렸다.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사람들이 논밭을 아파트로 채워나갔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살고 있다. 제주도 마찬가지 이다. 밖에서 바라 보는 제주와 안에서 살고 있는 제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환경보호와 생활의 개선이라는 두가지 가치가 지금 제주에서는 부딛히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제주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 본다. 도시속에서 자동차가 내는 굉음에 묻혀 살아가다 파도소리 풀소리 속에서 숨쉬었을때의 상쾌함이 떠오른다. 자고 일어나면 숙제처럼 남아 있던 회사일이 아니라 그날 먹을 음식과 여행지를 고민하던 여행의 순간이 떠오른다. 나에게 남아 있는 제주는 생활인으로서의 제주가 아니라 잠시 만나고 마는 여행으로서의 제주였던 것이다. 아마 제주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제주를 바라 보게 될 것 같다. 

 이 모든 복합적인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오름들과 숲들을 걸어보고 싶다. 그 것을 통해 내가 얻는 것 없더라도 그저 한번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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