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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by jisungStory 2018.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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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오늘 처럼 무더운 여름이었다. 영업사원의 일상은 날씨와 상관없이 물건을 팔기 위해 거래처를 돌아 다니는 것이다. 주변에 감시하는 사람도 없고 이 곳을 떠난다고 해도 잡혀가진 않겠지만 성실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회사의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나의 삶을 유지 시켜 주고 먹여주고 사회상활을 하게 해준 회사에 대한 보은이라고 생각한다. 그날도 그렇게 틀에 박힌 하루였다. 

 맑은 하늘에 구름한점 없는 한국의 여름은 매우 습하다. 따가운 햇볕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하지만 도심에서 돈을 내지 않고 쉴 수 있는 곳은 없다. 거래처에서 허탕을 치고 터덜 터덜 걸어나오는 옆길에 서점이 하나 보였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날 수 없듯이 나는 서점을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 아무리 작은 서점이고 살 책이 없는 서점이더라도 이곳 저곳을 더듬 거리며 보물 찾기를 하는 마냥 돌아다닌다. 사람이 얼마 살지 않는 시골 도시의 작은 서점에는 한국 스럽게 학생들의 참고서가 반을 넘게 차지 하고 있다. 가끔은 관심있는 참고서를 사서 풀어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생각이 없다. 출간된 책중에 관심있는 베스트셀러는 거의 읽었고 이 책은 별로 재미가 없고 저 책은 관심이 안가고 그렇게 수분이 지나자 주인장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뭐라도 하나 골라야지 하는데 살게 없다. 그러다 진열대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보였다. 

 책을 쓰기만 하면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되는 유명 작가 하지만 소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내 취향에 맞지 않아 완독한 책은 거의 없었다. '노르웨이의 숲'은 읽어 봤었나? 그때의 감상을 생각하면 '독특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라니까 한번 읽어봐야 겠다. 그런 생각 보다는 사고나서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책을 많이 사다 보면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이 책을 사면 후회할 지 아니면 한 문장이라도 건질게 있는지 다분히 취향에 따라 갈리는 지점이라 상식적으로 설명하긴 힘들다. 묘한 눈빛으로 쳐다 보고 있는 하루키 아저씨가 '이 책 사면 후회 안해'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충동구매로 산 하루키씨의 에세이집은 확실히 후회하지 않을 만큼 재미 있었다. 다른 에세이집들이 독백 같다면 이 책은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번도 만나본적 없고 만난다고 해도 언어의 장벽 때문에 간단한 인사 정도를 나누고 말 사람이지만 번역이 잘된 이 책을 통해 하루키씨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지 어느 정도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나 같은 활자중독자들은 작가들에 대한 묘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내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 작품들을 척척 발표 하는 작가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이다. 물론 작가가 글을 쓰는 장면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과정들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일 테니까 별로 의미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에세이집을 통해 작가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하는 것을 찬찬히 따라 가다 보면 그들의 사고방식을 어느정도 이해 할 수 있을때가 있다. 그런 지점에서 이 에세이집은 하루키씨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소설가들이 기인의 모습으로 살아 갈거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소설가들이 한국이라는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미디어를 통해서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는 사람은 일반인들과 다르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에세이속 하루키 씨는 평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기인의 모습은 또 하고 있지 않다. 매일 매일 꾸준히 글을 쓰는 예술가의 모습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하나? 주관적인 에세이집에서 자신을 그렇게 표현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다른 기사들을 보아도 그렇게 기인의 모습을 하고 살아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도 확실히 자신만의 세상을 갖고 있는 것은 느낄 수 있다. 예전에 했던 예능 방송에서 한국의 소설가 '김영하'씨가 출연한 것을 보았다. 그 곳에서 소설가가 여행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확실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살아 가는지 잠시 스쳐가는 그림자를 목격한 느낌이었다. 이 에세이집에서도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타인으로서 그 사람을 백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단편 단편을 통해 내 안에서 그 사람의 모습을 재구성 할 수는 있다. 그 재구성된 하루키 씨는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한 예술가로 자리잡았다. 

 항상 독후감을 쓸때마다 나는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주는 문장을 뽑는다.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다 보면 집중도 잘되고 다음에 책의 내용을 떠올릴때 바다위에 떠있는 부표처럼 인식표가 되어 기억해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에세이집에서 그런 문장을 찾기는 좀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한 문장을 구할 수 있었다. 

천재는 천재의 속도가 있고 지식인에게는 지식인의 속도가 있고 학자에게는 학자의 속도가 있습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p.27 위에서 세번째줄


 천재 소설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하신 말씀이다. 이 문장에서 멈추어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한국은 천재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어디인들 그렇지 않은 곳이 없겠나 만은 이 나라는 특히 그렇다는 생각이든다. 어릴때 부터 내가 우러러 보고 부러워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 시대에 천재로 인정받은 사람이었다. 내가 그런 사람들 처럼 되고 싶다고 이야기 하면 주변 어른들은 항상 콧방귀를 뀌며 '너는 안돼', '웃기고 있네' 이런 말들을 해주었다. 초등학생에게 그런 말을 서슴 없이 하는 어른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참 수준이하 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의 나에게 그들은 절대적인 존재였고 나는 나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 절하 당하며 살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 천재라는 사람들을 만나볼 기회가 가끔 생겼다. TV에 나오고 주변에서 우러러 보는 그런 사람들 이다. 근데 좀 이상하다. 그렇게 위대하고 커 보이던 사람이 나보다 일단 키가 작았다. 목소리도 실제로 들어 보니 이상하다. 말하는 걸 들어 보니 그렇게 논리적인 것 같지도 않다. 그냥 그 사람이 좀 별로 인걸로 하고 그때의 자리는 마무리 했지만 사실 그 위대하다고 불리우는 사람도 사피엔스 였다.

 특별한 재능으로 천재라고 불리우는 사람은 많이 있다. 특정 분야의 일을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뛰어나고 빠르게 잘 처리하는 사람이다. 혹은 창의적으로 처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이 세상에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중에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있었으면 신이 되어 지금의 인류를 진작에 평정했겠지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존재를 만나본적이 없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다. 그 분야에서 잘하는 것이지 그 외의 다른 분야로 넘어 간다면 좀 더 겸손해져야 할 것이다. 그 지점을 하루키씨는 짚으려고 하셨던 걸까? 자기를 천재 소설가라고 칭하는 사람들에게 한방 먹여 주고 싶으셨던 걸까? 여러가지 의미가 들어 있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정하게 이야기 하는 하루키씨의 에세이집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이 되지 않은 원어 그대로의 이 사람은 어떤 느낌일까? 라는 의구심이 생겼다. 애니메이션으로만 배운 일본어로는 소설책을 완독하기 힘들다. 아마 제대로된 일본어 강의를 적어도 몇 달은 들어야 이 분의 원어 소설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그때는 지금 부터 준비하기로 하고 나는 이 분의 최근 소설을 지르기로 마음 먹었다. 새로나온 소설도 베스트 셀러라든데 한참 지난 지금은 또 어떻게 평가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동안 완독을 포기했던 책들도 다시 한번 꺼내어 읽어 봐야 겠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떤 사람인지 혹시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이 에세이집 정말 재미있으니까 읽어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오늘의 독후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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