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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by jisungStory 2018.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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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내가 처음으로 '마스다 미리'작가의 작품을 만난 것은 제주도 에서 였다. 여행중에 들른 어느 독립 서점에서 다섯권이 한 세트로 이루어진 작은 책을 샀다. 특별한정판 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는 작은책 다섯권이 세트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수짱 시리즈> 와 <주말엔 숲으로> 라는 두 가지 자품이 들어 있었다. 특히 <주말엔 숲으로> 라는 작품은 내가 힘들거나 쉬고 싶을때 자주 꺼내 보는 휴식 같은 책이다. 그렇게 점점 마스다 미리 작가의 팬이 되어서 그 분의 작품들을 하나 둘 찾아 읽게 되었다. 

 이번에 다시 읽은 책은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라는 작품이다. 작가의 화풍과 스타일이 아주 잘 드러나는 작품이자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상당히 철학적인 주제를 소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처음에 이 만화를 읽었을 때는 이해하기도 힘들었고 공감하기도 힘들었다. 경험한 거의 모든 인간관계를 남성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 살아 온 나 같은 사람에게는 처음에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 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이 책을 읽어 보니 가슴을 쿵 치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최근들어 이 책을 다시 읽고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 곳에서도 나와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부에서 바라 보는 일본은 그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 보다는 객관적일지는 모르나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생각하면 조금 왜곡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안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생활인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 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는 일반인 들이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작품 중에는 '종다리 나무' 이야기와 '도토리'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를 통해 나는 작가님이  '이미 존재 하는 것 만으로도 당신은 소중하다'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성취지향의 세상에서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 왔다. 학교에 다니는 모든 시간이 수능의 성적을 올리기 위함이었고 사회에 나와서는 그 어떤 조직의 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 했다.  그래서 끊임 없이 나의 꿈과 목표를 강요 당하며 살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대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아야 했다. 지금은 또 어느 회사에 소속된 직장인으로서 조직의 성과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노력을 회사에서는 그들의 기준으로 재량하고 숫자로 변환하여 컴퓨터 화면에 뿌려 준다. 그러면 나는 그것이 나의 등급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게 된다. 

 내가 회사원이 되고자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어릴때는 연예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떤 적도 있었고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나는 나의 꿈과 저 만치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 매일 매일 똑같은 일상과 일이 반복되는 세상에서 어느 부속품 처럼 갈아끼워질 것을 두려워 하면 하루 하루를 살아낸다. 학습된 무기력은 삶을 변화 시킬 용기를 빼앗아 버린다. 

 매일 매일 가슴뛰는 삶을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자존감을 다시 확인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아야 하는 것도 나의 숙제인 것이다. 굳이 무언가가 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소소하게 나의 삶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갑갑한 삶 속에서 어느 정도 숨을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을 살아내고 있는 이 곳의 많은 사람들이 아마 이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과 많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작화를 가진 명작들도 많이 있지만 때로는 이렇게 조용하고 빈공간이 많아 그 틈을 나의 생각들로 한번 채워 볼 수 있는 이런 작품도 읽으면 좋은것 같다. 지쳐있는 목요일에는 마스다 미리의 작품들을 정주행 하면서 충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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