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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역사의 역사

by jisungStory 2018.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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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유시민 작가의 신작이다. 이 책을 읽는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다른 책을 읽으면서 독후감을 쓸수도 있었지만 이 책을 읽을 때는 그러면 안될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도 내가 좋아 하는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일뿐 아니라 이 책에 언급된 역사가들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생각을 좀 천천히 음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책을 역사 '르포르타주'로 정의하고 있다. 역사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역사를 바라 보았는지 취재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 가면 될 것 같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유시민 작가의 독후감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높은 지적 능력으로 역사가가 저술한 책들을 읽고 사유한 내용들을 일반 독자들 보다 깊게 이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책을 읽고 사유한 것이지 역사가와 직접 대화 하거나 대면한 것이 아니다. 르포르타주 라고 하면 작가의 주관이 들어가지 않은 보고 문학의 한 형태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 저자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작가가 읽은 역사가들의 책을 토대로 역사가들의 역사관을 들여다 보는 것이 전체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역사가들이 역사를 바라 보는 철학은 변화해 왔고 현재에 와서는 과학의 발전을 통해 예전과는 아예 다는 관점으로 인류의 역사를 조망 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 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역사의 흐름을 통해서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찰하고 있다. 


 나 역시 역사를 무척이나 좋아 한다. 무엇 보다 역사 책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나는 점에서 재미가 있다. 수많은 이야기 들이 역사 속에 잠들어 있고 그 이야기들을 하나 하나 흔들어 깨우는 것이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 든다. 이런 역사의 이야기들이 나의 삶에 도움이 될 것 같고 지혜가 되어 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사속 이야기는 역사속 이야기 일뿐 과거의 일을 통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쓰는 것 밖에는 없었다. 역사속 사건들을 기반으로 내 삶을 개선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는 것과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그 역사와 나와의 시간 만큼이나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저 술안주 거리였던 역사들이 현실로 다가올때가 많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도 역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역사와 내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 속에서 내가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역사를 바라 보는 역사가들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 보는 어떤 틀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그 틀이 유시민 작가의 생각의 틀이고 그 틀을 통해 바라 보는 것은 그렇게 자유롭지는 못하다. 어디 까지나 유시민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 위주로 편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협소한 하나의 철학으로 독자들을 몰아가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접해 보지 못한 역사가와 우리나라에서는 금기시 되어 있는 책도 소개 함으로써 "이런것도 있으니까 관심 있으면 읽어봐~" 하고 권해 주는 느낌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나는 인용문이 많은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의 글이 나오다가 인용문이 나오면 읽는데 흐름이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한사람의 주장을 찬찬히 따라가며 나의 생각을 전개 하는 것을 즐기는 데 인용이 나오면 끊기고 그 인용문에 다시 적응 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읽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이 책은 전체가 다른 책의 인용을 기반해서 만들어 진 책이고 작가가 소개한 바대로 패키지 여행을 하듯이 이곳 저곳을 짧게 돌아 다니다 보니 그 내용을 깊이 사유할 시간을 갖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작가가 소개 해준 기준으로 그 책을 다시 읽어 본다면 좀 더 시간을 절약하며 둘러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몸담고 사는 현재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역사의 역사 p136 13번째 줄

 

 내가 고른 이 책에서의 한 문장은 이 것이다. 우리라고 해서 타인을 평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언제나 나는 책을 읽는 데 있어서 개인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 보았을 때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받아 들이고 있는 가를 한번 고민해 보았다. 내가 받아 들이고 있는 감각 정보는 부정확하지만 나는 그것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판단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지난 나의 역사를 통해서 바라 보면 그 정보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들이 많았는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통해 내린 나의 판단들을 돌이켜 보면 삼일 밤낮을 이불킥으로 보내도 부족할 지경이다. 


 내가 역사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역사의 역사"를 통해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나 개인의 역사에 대한 객관적인 고찰 이라고 답하겠다. 역사가가 역사를 객관적으로 고찰 했듯이 역사책에 이름을 올릴 일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그 역사가들이 취했던 연구의 방식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역사가들이 수집한 이야기들을 나의 주관으로 재구성해보고 그를 바탕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가는 것이다. 


 역사책 읽기가 재미있는 것은 두가지의 책읽는 재미를 모두 충족 시켜 주기 때문이다. 하나는 이야기를 읽는 재미 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아성찰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역사속 주인공의 멋진 성공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공의 이면에 드리워져 있는 그림자도 한번 따져 보고 이 이야기를 수집한 역사가가 어떤 사람인지도 한번 알아보고 하다 보면 더 깊은 책읽기가 가능하고 그 깊은 책읽기를 통해 나의 인지능력도 넓어지는 것이다. 넓어진 인지능력이 어디에 필요 하냐고 물어 보신다면 술자리에서 좀더 재미있게 떠들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즐겁기 때문이다. 즐겁지 않은 책을 읽으면 완독을 하더라도 남는 것이 없다. 이 책은 그 읽기의 즐거움에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그리고 읽어야 할 책들을 많이 선물해주신 유시민 작가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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