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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말하다

by jisungStory 2018.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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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나는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회를 얻는다. 역사책을 통해 그 시절의 모습과 생각들을 만날 수 있고 여행책을 통해 가보지 못한 다른 나라의 모습을 만난다. 그럼 이 산문집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나는 이 산문집을 통해 '김영하 작가'라는 사람을 만났다. 


 이 책은 앞에서 읽은 두 책과 구성이 다르다. 작가의 그동안 인터뷰와 강연을 글로 옮겨 놓았다. 그래서 앞선 산문집 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가만히 읽어 보면 쉽지 않은 주제들을 대화로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연은 그 말하기의 특성상 하나의 주제를 쉽게 풀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터뷰의 경우는 좀 다르다. 질문자의 질문도 예리하고 그에 답하는 작가의 지적깊이도 가늠하기 힘들다. 내가 들어보지 못한 작가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이 어려웠다. 대화를 하나 하나 따라가다 보면 작가와 직접 대화하는 느낌이들기도 했지만 어려운 수업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작가의 다양한 생각들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삶에서 한번쯤은 고민해 봤을 이야기들 뿐문 아니라 소설가로서 이 세상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정리해서 소설에서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풀어 놓으셨다. 그 많은 이야기들이 나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 주시지만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이다. 2010년 7월 TEDxSeoul 강연을 옮겨 놓은 것인데 이 강연을 보고 싶은면 유투브에서 검색하면 실황을 볼 수 있다. 강연을 영상을 보는 것도 울림이 컸는데 책으로 읽는 것은 또 달랐다. 글로 읽으니 문장과 문장 사이에 나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 할 수 있어서 좋았던것 같다. 강연을 들으면 말하는 이의 흐름에 따라 갈 수 밖에 없어 수동적이 되는데 반해 책으로 읽으면 마음에 드는 문장앞에서 잠시 멈춰 있을 수 있다. 이 글로된 강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다음이다. 


 예술가는 '될 수 없는 수백 가지의 이유'가 아니라 '돼야만 하는 단 하나의 이유'로 예술가가 되는 것입니다. 

 

김영하 산문집 '말하다'p076 위에서 15번째줄


 굳이 예술가를 들것도 없이 내가 가지고 있었던 꿈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시절의 멋진 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삼국지를 읽으며 저 넓은 중원을 적토마를 타고 달리고 싶었던 한명의 중학생, 컴퓨터를 보며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멋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던 초등학생, TV에 나오는 멋진 배우가 되고 싶었던 어린이는 이제 커서 회사원이 되었다. 그가 하고 있는 일은 위에서 나온 저 세가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나는 어쩌다 나의 꿈과 이렇게도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그 수백가지 이유때문이다. 주변과 내면에서 끊임 없이 들렸던 안되는 이유들이 나의 발목을 잡아 끌어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런 족쇄같은 이유들에서 벗어나 지금 당장 나의 삶을 살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진리는 언제나 단순하다 JUST DO IT.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것에는 생각보다 큰 힘이 숨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들려주는 성공스토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이야기가 되지 않고서는 나의 삶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하는 것은 그런 안되는 이유 수백가지를 들면 내 발목을 스스로 잡아 끄는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그 일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일을 하면서 어려움이 생긴다.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내 꿈과 상관 없는 일을 하면서도 잘 안되고 어려운일 투성이다. 물론 먹고 살 방도를 열어주는 고마운 직장이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일 나의 꿈과 연관된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 길을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오래전에 비슷한 말을 다르게 하는 한 연사의 강연을 본적이 있다. 아니 이런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은 찾아보면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그 사람의 삶의 여정에서 보여주는 힘은 다르다. 내가 하고 싶은일 진정 바라는 일을 찾는 것은 어렵고 힘든일이지만 일단 찾고 나면 그 일앞에 머뭇 거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나도 최근에 미뤄왔던 코딩 공부를 진행하고 있다. 쉽게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매번 벽에 부딛힐때 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이렇게 어려운걸 왜 시작했지? 라는 물음을 나에게 던질때도 많다. 나름대로 자료 조사도 하고 공부도 해서 어렵게 쓴 코드인데 컴퓨터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에러메세지를 날린다. 나는 또 그 에러메세지를 힌트로 삼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날 며칠을 찾아 해메인다. 그러다 답을 찾으면 또 다음 문제에 부딛힌다. 한숨만 나오는 상황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되니까 좀 쉬어가면서 말이다.


 취미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과 그것을 업으로 삼고 해나가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그 일에 대한 책임감과 전문성이 뒷받침 되어주지 않으면 그것은 만용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만용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끊임 없이 공부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이 성장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한다. 한번에 잘되는 것은 없다. 그렇게 실패하면서 배우고 또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다. 


 나는 왜 새로운일에 도전하지 않는가? 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졌을 때 돌아 오는 답은 실패가 두렵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 한정시켜서 돌이켜 보면 나에게 실패는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해서는 안될 행동이었다. 받아쓰기를 못했을때 수학문제를 틀렸을때 시험을 못쳤을때 다독여주기 보다는 매를 맞고 왜 못했는지 반성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대에 가까운 일들이었는데 그때는 뭘 모르니 그냥 당연하다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그것이 학습이 되어 도전하지 않고 야닫듣지 않기 위해 사는 어른이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그런 어른이가 아닌 나의 생각으로 사는 한명의 독립된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이 산문집을 읽으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현실이 좀 더 명확하게 보이기도 하고 이런 현실을 살게 된 내 모습이 어떤 이유에서 인지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하지만 이런 책읽기를 통한 경험은 책을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 들여질 것이다. 나같이 개인의 현실문제를 투영하여 바라 볼 수도 있고 순수하게 예술가의 시점에서 바라 볼 수도 있다. 그 시각의 다양성은 독자의 시각만큼 다양해 질 수 밖에 없다. 작가는 이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하는 것 같다. 소설 읽기도 이와 같아서 독자들을 평행우주에 살고 있는 존재들 이라고 표현하는 구절이 나온다. 나도 이런 시각에 동의한다. 책이 공개되는 순간 그 책은 작가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으로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김영하 산문집 세권의 책읽기는 즐거운 책읽기 였다. 독서를 하는 것이 단순히 그 사람의 글을 읽고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읽기를 통해 나만의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되새기게 되는 기회였다. 항상 강요 받아 왔던 다른 사람의 시각이 아니라 나만의 생각 나만의 시각이 더 중요 하다. 독선이 아닌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고 사회적인 통념에 부합되게 살아 갈때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아니다 때로는 그 사회적인 통념 마저도 넘어서는 생각을 갖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한사람으로 제대로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러가지 생각을 마무리 하며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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