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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보다

by jisungStory 2018.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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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다


 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 보고 있는가? 나는 다행히도 시력에 문제가 없이 태어나고 자라 세상을 보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본적이 없었다. 눈을 뜨면 당연히 세상이 보이는 것이고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들도 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록 내가 보고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세상에 많은 사람만큼 하나의 사건 혹은 사물을 바라 보는 많은 시각이 존재 한다. 그 시각을 해석하는 것도 극히 단순한 것들을 제외하면 다를 수 밖에 없다. 즉 내가 보고 있는 것과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 인정의 단계를 넘어서고 나면 나와 다름이 일상이 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더 생각해 보는 예전 보다는 좀 더 입체적인 시각을 지닐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것도 그런 입체적 시각의 한 장면이다. 


 김영하 작가는 소설가이다. 유명 소설가 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나의 취향 때문에 미지의 영역에 있는 분이셨다.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나도 알게 되었는데 상당히 독특한 매력이 있는 분이셨다. 프로그램의 제목에 어울리는 다양한 지식도 갖고 있는 분이셨다. 나는 그 분의 소설 보다 사람 김영하에 더 매력을 느꼈다. 


 이 분이 쓴 책을 읽어 봐야 겠다고 마음 먹고서 먼저 집어든 책은 "살인자의 기억법"이었다. 소설가의 가장 대표적인 소설을 읽어 보는게 그래도 순서에 맞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에 대한 독후감을 쓸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 소설을 내가 받아 들여야 할지 아직 고민하고 있다. 그냥 재미로 읽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그것 만으로 이 소설에 대한 독후감을 쓸 수는 없지 않나 해서이다. 그렇다고 책이 어려운것은 아니다.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소설은 일단 접어 두고 좀 이해하기 쉬운 산문집을 집어 들었다. 이 책도 나온지 좀 되어서 세권이 세트로 구성되어 판매되는게 있었다. 이 책을 고를 때는 마음 편하게 골랐다. 하지만 내용은 마음 편한 것이 아니었다. 평소 작가가 생각했던 혹은 경험했던 것들을 수필처럼 간단하게 적은것 같지만 그 안에는 이 사회의 문제점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비뚤어진 사고 방식을 꼬집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 비뚤어진 한명의 구성원으로서 작가가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 책도 어떻게 독후감을 써야 할지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소설가의 산문 답게 읽는데는 부답없이 깔끔하게 읽히는 문장력이 탁월했다. 그리고 작가의 생각이 정확하게 이해된다. 그리고 평소에 생각하지 않고 지났던 내 시각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는지 그리고 이 사회에 근본적으로 비뚤어진 부분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준다. 이 책이 쉽지만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그 문제들에 대해 내가 고민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해결 할 수 없지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 그런 주제들이 이 책에는 많이 들어있다. 물론 작가가 살아오면서 겪은 이야기들도 소설만큼 재미있게 소개 되어 있어 짧은 단편을 읽는 느낌도 있다. 


 책을 읽는 이유가 꼭 무언가 교훈을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단순히 즐거움을 얻기 위해 혹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읽기도 한다. 이 산문집은 두가지 목적에 다 알맞는 구성이다. 작가의 짧은 이야기도 충분히 재미있고 사회현상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할 수 있다. 그와 더불어 나의 시각 즉 세상을 바라 보는 방법에 대해 되돌아 보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오랜만에 무언가를 배우기 위한 글읽기가 아니라 즐거운 책읽기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 책에서 제일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앞에서 날아오는 돌" 이었다. 작가가 점쟁이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 주는데 그 내용이 참 재미있다. 작가의 젊은 시절을 잠시 옅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그 "점쟁이"의 통찰력도 와닿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야기 진행 능력과 점쟁이의 협업은 이 짧은 단편 수필이 정말 재미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 산문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한 문장을 내어 주었다. 


 "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돌이고 숙명은 뒤에서 날아오는 돌입니다. "

p148 18번째줄 김영하 산문집 "보다"


 그렇기 때문에 운명은 피할 수 있지만 숙명은 피하지 못한다. 그리고 앞에서 날아오는 돌이라도 다 피할 수는 없다고 점쟁이는 말하고 있다. 이보다 더 명료하게 운명에 대해서 설명한 문장은 본적이 없는것 같다. 결정론적 세계관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이 문장은 정말 잘 쓰여진것 같다. 잘 쓰여진 문장들은 뭔가 읽으면서 즐거움을 준다. 시원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있다. 김영하씨의 글은 이런 시원한 글이라고 느꼈다. 


 앞으로 세권의 책이 더 남아 있다. 한권의 제목은 "읽다", 이고 나머지는 "말하다"이다. 작가만의 통찰력으로 바라본 사회와 삶에 대한 고찰이 또 어떤 세상을 보여줄지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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