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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g's 책읽기/인문학

덕질로 인생역전

by jisungStory 2018.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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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로 인생역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나에게는 오래된 나쁜 습관이 하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책을 사는 것이다. 서점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훑어 오기도 하고 때로는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 목록에 넣어둔 책들을 생몇권씩 주문하기도 한다. 그렇게 책을 사가지고 오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충동구매로 산 책들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내용이 아니거나 책의 구성이 너무 기대 이하라서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책도 정확시 그런 과정을 통해 구매하게 된 책이다. 구매한 것이 너무 오래되어서 어떻게 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고 반나절도 안걸려 다 읽고 별 감흥이 없어 책장에 그냥 모셔져 있던 책이었다. 

 왜 였을까? 나는 이 책을 아무생각 없이 또 훑어 보기 시작했다. 전에 읽은 책이 너무 어렵고 아픈 책이라 좀 위로를 받고 싶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중간 중간에 사진도 많이 들어 있고 자신의 취미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인터뷰들이라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한 문장에서 뭠춰 섰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임재현 이라는 사진작가의 인터뷰에서 나온 문장이었다. 이 분은 스트리트 패션 포토그래퍼 라는 조금 이색적인 직업을 가진 분이시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서비스에 등록하여 자신의 사진을 판매 하는 것으로 자신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누구나 접근 할 수 있는 사진으로 이렇게 자신의 직업을 개척 한다는 것이 대단하다. 하지만 그 너머에서 이 분의 철학을 옅볼 수 있었다. 

 이분은 하루도 쉬지 않고 사진을 찍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춥든 덥든 날씨가 흐리든 맑든 가리지 않고 사진을 매일 찍는 것 아마 그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노하우도 쌓였을 것이다. 인터넷 이라는 환경도 한 몫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이 최근에는 너무나 다양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든 환경을 잘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좋아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것 직장인인 나에게는 조금 먼 이야기이기도 하다. 회사 일이라는 것이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다들 그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물론 그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나의 주관도 들어가고 나의 노력도 들어가겠지만 필연적으로 그 안에서 얻어지는 이익은 사용자에게 돌아가도록 설계 되어있다. 회사원들은 그 시스템안에 필요한 하나의 구성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에서 벌어지는 그 수 많은 일들은 내가 아니어도 된다.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와서 앉아 있어도 그 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애써 무시하고 지내는 불편한 진실이다.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는 가장에게는 더욱이 이 회사가 절대적으로 다가 온다. 당장 이번달에 먹고 살아야할 돈을 벌어야 나의 아내와 자식이 생을 이어갈 수 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다음달 아이들 학원비와 집 대출금 그외 공과금들 그리고 내가 스트레스 때문에 지른 각종 물건들의 카드값을 대기 위해서 나는 내가 꼭 필요하지 않은 직장에 새벽일찍 일어나 출근 하고 저녁까지 일한다. 그러면서 또 스트레스를 받고 다음달을 기약한다. 

 다들 쳇바퀴라고 표현하는 이 루틴안에 한번 빠지만 한달이 금방 지나간다. 그렇게 나이가 들고 정년 퇴직을 하면 다들 잘 산 인생이라고 축하해준다. 의미 없는 인생이라는 것은 없다. 그 어떤 삶이든 당사자에게는 그 것보다 중요한 삶은 없고 그 삶을 어떤 방식으로 사는지는 모두 그 사람의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이 사진작가가 조금 부럽다. 

 나의 선택이 잘 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대학때 부터 노력하여 겨우 이자리까지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회사에 입사하는 것도 쉬운 과정을 거쳐 들어온것도 아니었다. 겨우 겨우 비정규직에 입사시험 까지 거쳐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오는 허탈감은 새로운 삶에 대해서 꿈꾸게 만들었다. 이것이 내가 원하느 삶이었던가 진지하게 다시 나에게 질문하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딸이 태어났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자식이 태어나면 직장에 더 집착하게 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 경우는 좀 달랐다. 나는 딸이 자라 나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묻는 다면 네가 원하는 삶을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의 삶에 대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살지 않는데 아무리 딸에게 말해준들 그것은 허공의 메아리와 다름 없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게 공부하라 다그치지만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부모들이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년에 책한권도 읽지 않는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이 책을 읽을리가 없다. 주체적인 삶을 살지 않는 부모의 자식이 주체적인 삶을 살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다. 

 그 이후로 나는 매일 아침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뤄 왔던 컴퓨터 공부와 글쓰기를 병행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글쓰기에 더 치중해서 컴퓨터 공부가 조금 뒤쳐진 감이 있지만 그래도 꾸준히 매일 해나가고 있다. 대부분 영어로 만들어진 교육자료들을 매일 읽고 연습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이제 간단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또 다른 어플리케이션을 만들다가 머리가 아파 잠시 글쓰기로 돌아와 글을 쓰고 있다. 덕질로 인생역전 자극적인 제목이 자칫 다른 길로 이끌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연습한다면 나에게도 그 길을 향한 최소한의 기회는 찾아 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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